한국장애인개발원은 매년 장애인 일자리 확대 및 장애인식개선을 위해 ‘장애인일자리사업 우수참여자 체험수기’를 공모하고 있다.

2018년 공모에는 17개 시·도에서 133건의 수기가 접수됐고 심사결과 최우수상 4편, 우수상 9편 등 13편이 선정됐다. 수상작을 연재한다. 여섯 번째는 일반형 일자리 부문 우수상 수상작 이수연 참여자의 ‘장애, 걸림돌을 디딤돌로 힘들지만 해보는거야! 세상으로 나오는 첫걸음’이다.

장애, 걸림돌을 디딤돌로 힘들지만 해보는거야! 세상으로 나오는 첫걸음

이수연(부산광역시 사하구)

20살, 갑자기 장애인이 되었다. 나는 나 그대로인데, 나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숨기에 급급했고 자꾸만 작아졌다. 그렇게 오랜 세월을 세상에 나오지 못했다.

그러다가 스스로가 변하지 않으면 혼자만 낙오되는 것 같아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특히 사회생활을 하는데 있어 우울하고 소극적인 성격은 힘들다고 생각이 들어 조심스럽게 봉사 활동이며 문화 활동으로 자신을 외부로 드러내기 시작했고 여가 생활을 하는 동안에도 일자리는 계속 찾았다.

때마침 구청 홈페이지를 통해서 장애인 일자리 사업을 알게 되었다. 이렇게 좋은 사업이 있는데, 그 동안 모르고 지낸 것이 아쉬웠다. 처음에는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였지만 곧 ‘나도 하고 싶어, 나도 할 거야’가 되어 도전을 하게 되었다.

그쯤 초등학교 도서관과 자율 학습실에서 봉사 활동을 하고 있어서, 장애인 일자리 사업으로 여기서 일을 하면 잘할 수 있을 거 같아 접수했는데, 물론 배정은 원하는 곳으로 되지 않았다. 중증 장애인으로서 취업은 꿈도 꾸지 못하는 현실이었기에, 출근할 곳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처음으로 일한 곳은 신평동 주민 센터였다. 여기에서 6년을 일했다. 주민 센터에서 사회 복지 전반에 대해 보조 업무를 했는데, 장애인 복지, 노인 복지, 청소년 복지, 아동 복지 등등 사회 복지 업무 종류가 그렇게 많은 지 처음 알았다. 그것이 내가 공부하고 익혀야 할 일이었다.

주민 센터는 다양한 고민거리를 가진 어르신들의 집합체다. 어르신들은 이런저런 사연을 안고 찾아오는데, 얘기를 푸는 것도 한참이다. 어르신들의 넋두리와 하소연은 1시간은 기본이지만 조금이라도 더 도움을 드리려고 묵묵히 들었다.

어르신들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이나 국민연금공단 같은 다른 회사 일을 물어보면 주사님들은 우리 업무가 아니니 안 해도 된다고, 그렇게 하면 선생님 몸살 난다고 하지만 그분들을 보면 부모님이 생각나 그럴 수가 없었다.

내용을 잘 모르니 각종 기관에 전화해서 알아봤다. 어르신들이 무더운 날에 직접 찾아가지 않아도 되도록 팩스나 전화 접수가 가능한지 알아보고 직접 가서 접수해야 하면 두 번 걸음 안하도록 접수 방법이나 필요 서류들을 꼼꼼히 적어 드렸다.

내가 알아야 도움을 줄 수 있으니까, 주사님께 지침서를 빌려, 지금까지 매일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지침서를 한권 씩 꼭 읽었다.

처음에는 읽어도 무슨 말인지 모를 내용이 지금도 눈을 감고 있어도 눈에 훤할 정도다. 그리고 좀 더 일을 잘하고 싶어 한글, 파워포인트, 엑셀, 컴퓨터 활용 능력 자격증도 취득했다.

이처럼 깨알 같은 메모도 하고 공부도 하고 자료도 모으면서 열심히 일했다. 그러다보니 나를 찾는 민원도 많아지고 주사님들께도 인정을 받았다. 또 구청 홈페이지 게시판에 나를 칭찬하는 글이 4~5차례 올라와 공개적으로 박수도 받아 얼굴이 붉어지기도 했다.

주사님들의 농담이지만, ‘우리 사수님’, ‘선생님은 1.5배이십니다.’, ‘선생님이 휴가 갈 때마다 차는 민원이 많아서 우리가 힘들어요.’ 라는 빈말이 기분 좋아지기도 한다. 처음에는 두렵기만 하고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만 같았는데, 지금은 어떤 일을 하더라도 자리매김할 수 있는 존재가 됐다고 나 스스로 생각한다.

지금은 사하구청 복지사업과 장애인복지계에서 2년째 일하고 있다. 장애인 일자리 사업 참여자들의 관리도 하는데, 그럴 때면 내가 처음 일할 때 생각이 많이 나 좀 더 도움을 주고 싶어진다.

참여자 분들의 개인 일이나 장애 복지 혜택, 사회복지 권유, 일자리 고충에 대해 상담을 해줬다. 그렇게 같이 성장했다.

또한 산재장애인, 교통사고장애인들은 또 다른 복지해택이 있어서 근로복지공단이나 교통안전공단 홈페이지를 오가며 자료를 찾아 수집하기도 하고 또 은행별로 장애인에게는 7%이상의 고금리적금, 비과세 한도 등도 은행별로 콜센터로 문의하여 금리며 기간등도 자료로 만들어서 민원을 비롯해서 장애인일자리 참여자에게도 정보를 나누곤 했었다.

이처럼 다른 참여자들도 자신의 자리에서 적극적이고 자신 있게 일을 하다보면 비장애인에게 보이는 장애에 대한 편견과 인식개선에도 좋은 양향이 되지 않을까 한다. 장애인일자리 사업 참여자로 일하면서 어르신들을 많이 대하다보니 노인 문제가 관심이 많다.

이번 목표는 노인심리상담지도사이다. 일을 하면서도 공부를 같이 할 수 있는 온라인 교육을 알아보고 있다. 예전에는 몰랐던 가족들로 부터의 방치, 독거노인들의 우울증이나 생활고의 심각성을 알게 되어 단순한 도움보다는 좀 더 전문성 있게 다가가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드는데 동참하고 싶다.

그동안 일하면서 민원인분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 좋았고 돌이켜보면 나 자신을 치유하고 더 많이 성장할 수 있었다. 지난 8년 동안의 하루하루가 감사한 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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