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는 장애인거주시설에서 ‘자기 삶’을 살고, 이용 장애인 개개인의 삶이 묻어나는 사람살이를 나누고자 ‘2018년 장애인거주시설 삶이 있는 이야기 공모전’을 진행했다.

올해로 3회째를 맞는 이번 공모전은 장애인거주시설 이용장애인 일상 속의 여가, 취미, 학교, 직장, 자립생활 등 모든 이야기를 주제로 장애인 당사자, 시설 직원이 총 82편의 사연을 공모하였으며, 그중 8편이 수상했다. 에이블뉴스는 수상작을 연재한다.여덟번 째는 특별상 ‘외국 여행 맥주 캐리어’다.

천마재활원 직원 박은혜

패러세일링을 하고 내려온 민아 씨가 갑자기 울음을 터트렸다.

“민아야 왜 울어? 무서웠어?”

“아니... 너무 행복해서...”

올해 직장인이 된 강민아씨는 25세, 지적 장애인입니다. 작년 여름 민아 씨의 집을 수리했습니다. 페인트칠을 다시 하고 주방 겸 거실에 싱크대를 설치하였습니다. 민아 씨가 집들이에 연옥이 언니를 초대했습니다.

연옥이 언니는 천마재활원의 오랜 자원봉사자이며 꾸준히 인연을 맺고 싶은 민아 씨의 지인입니다.

“언니! 내가 저녁 맛있게 해줄 테니 먹고 가”

민아 씨가 직접 만든 음식들과 언니가 선물로 사온 와인을 마시며 집들이 분위기가 무르익어 갈 때 쯤 민아 씨가 툭 던진 한마디...

“외국 가고 싶다. 맥주 먹고 싶다. 캐리어 끌고...”

“민아가 여행 가고 싶구나. 나도 여행 정말 좋아하는데...언니랑 같이 갈래?”

“응!! 아싸!!”

#준비

가장 먼저 민아 씨와 언니가 여행에 대해서 의논했습니다. 어디로 갈지, 무엇을 할지 묻고 의논하고 부탁했습니다.

“민아야 어디로 갈까? 중국? 태국?”

“중국 뭐에요? 태국 뭐에요?”

“아! 민아가 잘 모르겠구나. 그럼 나랑 여행사 가서 자세히 알아보자”

더 많은 정보를 얻기 위해 민아 씨와 언니는 여행사로 갔습니다. 여행 관련 상품 설명을 듣고 마음에 드는 사진도 찾아보았습니다. 여행사 근처 서점에 들러 맘에 드는 여행 책도 구입했습니다. 휴대전화를 잘 다루는 민아 씨의 강점을 살려 여행 정보를 찾을 수 있도록 언니가 도왔습니다.

민아 씨의 최종 결정은 태국 방콕! 여행 상품 관련 정보는 민아 씨의 휴대전화로 받아 볼 수 있도록 하고 결제는 민아 씨가 여행사 직원과 통화하여 직접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민아 씨의 여행이게 할 수 있는 만큼 돕고 거들었습니다.

여행 준비가 한창이 어느 날 민아씨가 큰 케리어를 끌고 집으로 왔습니다.

“민아씨 그거 뭐에요?”

“여행갈 때 들고 가야지. 현수(천마재활원 다른 입주자)한테 빌렸어”

그동안 민아씨가 차근차근 준비했던 물건들을 자신의 옷장에서 꺼내 하나둘씩 가방 안에 넣었습니다. 옷, 책, 라면, 김, 모자, 수영복 등

여행 짐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되어갈 때 즈음 민아 씨가 물었습니다.

“선글라스랑 선풍기 없는데 어떡해요?”

“필요한 것 민아씨가 종이에 적어 봐요. 함께 나가서 사요”

“연옥이 언니랑 같이 가고 싶은데”

여행에 필요한 것은 민아 씨와 연옥이 언니가 함께 다니며 장만했습니다. 선글라스, 휴대용선풍기 등을 샀습니다. 여행을 준비하는 동안 민아 씨의 얼굴에 설렘과 기대가 담뿍 담겨 있었습니다.

#여행(연옥이 언니의 여행 일기 내용 중 발췌)

드디어 출발..

민아의 공항패션은 빨간머리 앤

(수속 밟을 때 공항직원이 앤 닯았다고 해서 보니 정말 그러네..ㅎㅎ)

이번 여행은 온전히 민아 맞춤이며 스스로하기 이다.

수속부터 차근차근...

오후 8시 50분 부산 출발..

민아는 방콕 가는 내내 눈 한번 안 붙이고 영화보고, 음악 듣고, 간식 먹고, 식사하고, 와인도 마시고, 맥주도 마시고...비행기 안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누렸다.

굿 잡~~

00:15분 방콕 도착.

약간은 긴장해 하는 민아를 안심시키며 이미그레이션 무사통과! 공항 밖으로 나오니 가이드와 나머지 일행 분들이 계신다. 늦은 시간이라 서로 눈인사만 주고받으며 서둘러 숙소로 출발.

오늘은 잠만 자고 바로 나오는 코스이다 보니 호텔이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민아는 아랑곳 하지 않고 열심히 캐리어 열고 짐 챙기기 바쁘다. 서둘러 샤워 하고 피곤한 몸을 누인다. 다음날 호텔 조식 후(여행 내내 민아는 호텔 조식을 즐겼다. 엣지있게~~)

태국에서의 공식적인 일정인 씨랏차 호랑이 공원 방문. 여러 종류의 호랑이와 호랑이 쇼 및 악어 쇼 관람 후, 파타야로 이동하면서 중간에 점심식사. 이제야 일행들과 제대로 통성명 및 인사를 나눈다.

다른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았는데도 일행 분들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민아를 맞이해 주었다. 여행 내내~~ 다시 생각해봐도 정말 고마운 분들이셨다.

파타야 도착 후 게이들이 펼치는 알카자 쇼 관람. 한 춤하는 민아의 눈동자가 바삐 움직인다. 공연 관람 후 파타야 나이트 씨티 투어. 비는 주룩주룩 내렸지만 우산을 쓰고 가이드랑 singing in the rain 한편 찍고~~

무에타이 보면서 민아가 그토록 원하던 맥주 타임.. 하루의 마지막을 타이전통마사지를 받아야 하나 잠시 망설였는데 민아가 하고 싶다고 해서 조심스럽게 해 달라고 부탁하고 마사지 타임.. 나의 걱정은 완전 기우가 되어버렸다...일행 중 완벽하게 마사지 적응..체질인가 보다..

다음날 호텔 조식 후..(민아는 정말 알뜰하게 잘 챙겨 먹는다) 오전 일정은 보트 타고 산호섬으로 고고씽~~ 민아는 수영복 챙겨 입고 준비하느라 아침부터 무지 바빴다는...

섬에 가는 도중 페러세일링하는 장소에 도착. 이번에도 민아 때문에 살짝 고민했었지만 민아한테 물어보니 타고 싶다고 해서 모든 것은 민아 뜻대로..

나는 같이 들어가지 않고 다른 일행 분에게 민아 부탁하고 조금 떨어져서 하늘을 날고 있는 민아 찾아서 사진 찍느라 바빴는데 민아랑 같이 있었던 일행분이 조용히 귀띔해 주신다. 민아가 눈물을 흘리고 있어서 물어봤더니 너무 행복해서 눈물이 난다고 했단다.

나도 잠시 뭉클해지면서 행복하면 됐다고 다독인다.

민아야...잠시라도 머뭇거렸던 언니가 많이 미안해..

드디어 산호섬에 도착. 민아는 정말 물 만난 물고기가 되었다.

다들 민아의 수영실력에 같이 놀래기도 하면서 완전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오전내내 섬에서 놀다 다시 시내로 나와서 아로마 테라피 마사지 받으러..

점심은 쌀국수로 한그릇 씩 뚝딱 해 치우고 오후 일정의 시작 인 파타야수상시장 관광(너무 더워서 민아 컨디션 살짝 난조..사진에 웃음이 사라지고 있다ㅎㅎ)

더워하는 민아 때문에 우리는 조금 일찍 나와서 다른 일행들을 기다리고, 다음 일정인 황금절벽사원으로 이동.

여기서는 인증 샷만 남기고 서둘러 파타야 최대의 포도농장인 실버레이크로 이동 후 시원한 포도쥬스 한잔씩 마시고 또 서둘러 다음 일정인 재래시장으로 가서 각종 길거리 음식 맛보기에 도전..민아도 열심히 먹고 나도 열심히 먹고..완전 배부른 투어였다. 또 서둘러 코끼리 트레킹하러 가다.

패키지는 너무 힘든데 다행히 민아가 힘들어하면서도 잘 따라 다녀줘서 고마웠다. 트레킹을 하고 나오니 사진들이 쫙 전시되어 있다. 민아한테 알아서 결정하라고 살짝 뒤로 빠져 버렸다.

완전 바쁜 민아의 두 눈과 두 손...제대로 골라 낸다..ㅎㅎ 저녁에는 모두 들 성인쇼를 보러 간다는데 나랑 민아랑 일행 중 한명. 이렇게 세명은 마술쇼 보러 가기로 결정. 마술쇼 극장에 가니 관객은 우리 셋이 전부다.

그래도 열심히 준비한 모든 쇼를 보여주는 마술사들한테 너무 고마웠고, 처음에는 무대로 부르는 마술사의 손짓에 거부감을 보이던 민아가 차츰 마술쇼의 주인공이 되어 있었다. 재밌는 쇼를 마치고 정말 힘든 하루를 마무리하다.

다음날은 여행의 마지막 날이자 파타야에서 방콕으로 이동..

첫 일정은 파인애플 농장에서 파인애플 시식. 그리고 방콕으로 가는 중에 민아와 버스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보니 결혼해서 신혼여행으로 다시 오고 싶단다.

콕 찍어서 누구랑 결혼하고 싶다는데 모두가 다 알고 있는 비밀 아닌 비밀로...

민아의 소원이 꼭 이루어지기를..

방콕에 도착해서 대리석 궁전인 아난따 사마콩 궁전 구경..

방콕에 오니 너무 덥다... 더위를 못 참는 민아의 컨디션이 완전 다운이다. 우리는 다음 일정인 다른 궁전은 패스하고 버스에서 에어컨 바람으로 땀을 식히기로 했다.

그리고 민아가 원하던 기념품 사러 출발. 선물을 전달하고 싶은 사람들 이름을 한명 씩 소환하며 즐거운 쇼핑을 한다. 서로 머리 맞대고 고민을 하기도 했지만 역시 쇼핑은 행복이야~~

큰돈을 내어주고 주는 대로 거스름돈을 받기만 했지만 깔끔하게 계산까지 치르는 민아를 옆에서 보기만 해도 흐뭇해진다. 이건 누구 주고 저건 누구 주고 하면서 행복해 한다.

소소한 쇼핑을 마치고 저녁 식사 후 마지막으로 마사지 받으러 가다. 이 또한 민아가 제일 즐겼던 것으로..곳곳에서 비명소리가 들리는데 민아는 너무 평온하다.

마사지를 끝으로 공식적인 태국에서의 일정은 모두 끝이 났다. 이제 한국으로 돌아 갈 시간이다. 방콕 공항에서 한국으로 돌아가기 싫다고 떼를 조금 쓴다.

가이드님이 민아한테 너무 잘해 주셔서 그런지 가이드랑 같이 태국에 살고 싶단다.

겨우 진정시켜서 가이드님이랑 인사하고 헤어졌다.

참...민아가 가이드님을 많이 좋아했던 것도 비밀 아닌 비밀로...ㅎㅎ

현재시간 01:45분 방콕 출발.

09:00 한국 도착...

민아가 많이 행복해 했기를 진심으로 바래본다.

그리고 또 다시

“민아야. 돈 많이 모았어? 또 여행갈까?”로 시작되는 여행을 꿈꿔본다.

그때는 좀 더 자유롭게~~

#감사

여행 후 민아 씨가 사온 선물을 지인들에게 전달하고 여행 중에 찍은 사진들을 보여주며 이야기보따리를 풀었습니다. 그리고 연옥이 언니에게 선물과 더불어 자신의 휴대전화로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사랑해요연옥언니사랑해요방콕사랑해요술사랑해요강민아행복고마워요.’ 함께 다녀온 여행이 즐겁고 행복했다고 언니에게 감사 인사 전한 것이라고 유추한다.

“해외여행 많이 가잖아요. 민아에게도 여행은 놓칠 수 없는 달콤함이죠. 장애인이라고 가족 또는 지인들과 해외여행 가지 못할 이유 없잖아요?”

-연옥이 언니와의 대화 중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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