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알복지재단이 최근 보건복지부, 국민일보, 에이블뉴스, MBC나눔의 후원으로 ‘제 4회 일상속의 장애인-스토리텔링 공모전’을 진행했다.

이번 공모전은 장애와 관련된 일상 속의 모든 이야기를 주제로 장애인 당사자, 부모, 주변인들의 다양한 사연들이 총 393편 접수됐다. 이중 이영순씨의 ‘기적’이 보건복지부 장관상의 영예를 안았으며, 총 18편이 수상했다.

에이블뉴스는 총 15회에 걸쳐 공모전 수상작을 연재한다. 열 번째는 가작 수상작인 박찬홍 씨의 ‘우리 가족의 행복한 희망’이다.

우리 가족의 행복한 희망

박찬홍

“소은아! 앞에.. 휴지 떨어져 있다. 빨리... 주워!”, “언니 고마워!”

“큰 언니는 만날 소은이 언니만 도와주고, 나는 안도와 주고,..”

“아니야... 서현아, 어! 네 바로 옆에도.. 휴지가 있네. 울지.. 말고 얼른.. 주워”

언니의 다정한 말에 셋째 서현이도 금세 울 것 같던 눈망울을 웃음으로 바꿔 가며 얼른 집게로 휴지를 집어 재활용 봉투에 넣었다.그리고 오늘 처음으로 언니들과 함께 온 넷째 지안이는 언니들을 종종 따라 다니며 언니들의 모습을 하나하나 사진을 찍듯 자세히도 바라보고 있다. 또 세 살 아이에 맞게 따로 준비한 작은 집게를 이용해 언니들 흉내를 내며 휴지를 줍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며 많은 자원봉사자 분들의 입가에도 미소가 만들어 지고 있었다.

오늘 우리 가족은 홍제천환경정비 자원봉사활동을 왔다. 횟수로 2년 차인 자원봉사 활동에 처음으로 온 가족이 다 참여한 뜻깊은 날이다. 이전까지 한 달에 한번에서 두 번 토요일이 되면 우리 부부와 세 명의 딸들은 자원봉사활동을 하였다. 그러다 어린 막내까지 오늘 처음으로 참여를 하게 되었던 것 이다.

모두가 쉬는 토요일 이른 아침부터 자원봉사 활동을 위해 어린 아이들을 깨우고, 챙겨 활동을 나가는 일들이 결코 쉽지 않았다. 현장에서의 활동은 2시간에서 3시간 정도 이지만 자원봉사활동을 하는 날은 많은 힘과 에너지 그리고 시간이 들어가고, 더운 여름이나, 추운 겨울, 비가 많이 오는 날,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이면 더 많은 체력과 힘이 들기에 때로는 포기 하려고 했던 순간들도 많았다.

사실 우리 가족이 이렇게 힘든 자원봉사활동을 하게 된 사연이 있다.

우리 집 네 명의 예쁜 공주들의 대장이자 큰 언니인 큰딸 수연이의 아픔 때문이다. 6살 무렵 원인불명 뇌염에 의해 죽음의 문턱까지 다녀온 큰딸. 이후 난치성 뇌전증과 지적장애3급이라는 아픔을 갖게 되었다.

장애라는 것을 그저 남의 일로 생각하던 나의 마음은 정말 억장이 무너지는 것 만 같았다. 뇌전증으로 인해 밥을 먹다가, 놀다가, 공부를 하다가, 학교에서 수업 중에 도 수연이는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또 장애로 인해 친구들과의 거리는 자연스럽게 멀어지고, 늘 혼자여야 하는 시간들이 참 많아지게 되었다. 친구들이 좋아 조심히 다가가며 한순간에 사라지는 친구들의 모습을 보면서 수연이는 눈물도 많이 흘렸다. 가족을 제외 하고는 늘 수연이 곁에 있어주는 사람들이 쉽게 곁을 내 주지 않게 된 것 이였다.

그에 따라 수연이는 자신감을 점점 잃어 가기 시작했다. 이렇게 가슴 아픈 화경과 여건을 조금 이나마 이겨보자, 아니 조금 더 다른 모습으로 우리가족이 모두 힘을 모아 수연이를 위해 해줄 수 있는 무엇이 있을까? 항상 고민하고, 생각해 보았다. 단순히 놀이 동산이나 바닷가 등으로 놀러 가는 일보다 우리 가족이 모두 다함께 서로 돕고, 서로를 느끼며 수연이의 아픔을 치유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라는 고민을 하게 된 것 이였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한 기회에 서대문구 홍제동에 위치한 한 노인정에 자원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 수연이와 함께 하였다. 수연이는 생각보다 정말 열심히 참여 하였다. 스스로 방청소도 하고, 어르신들 어깨도 안마도 해주면서 자연스럽게 대화도 하였다.

2시간의 짧은 시간 이였지만 끝날 무렵 한 어르신께서 조용히 수연이를 안아 주시면서 “고맙다. 아가야.”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그 말씀이 수연이게 큰 자극이 되었던 것 같다.

집으로 오는 길 “아빠...나도...또...할래.....여기 와서...기분이 좋아..”라며 정말 오랜만에 밝은 표정으로 이야기를 하였다. 자신의 활동에 자신이 한일에 감사하다는 인사를 받아 본 적이 거의 없었기에 수연이 마음에 큰 자극을 주었던 것이다.

이후 수연이는 용기를 얻고, 3학년 1학기 회장선거에 스스로 나갔다. 물론 0표를 얻었다고 한다. 아마도 수연이는 이렇게 자신이 열심히 하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면 친구들의 마음도 열리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었을 것이고, 그 날의 자원 봉사 활동을 통해 얻은 자신감으로 도전을 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 작은 이야기는 수연이 뿐만 아니라 우리 가족 특히 아빠인 나에게 큰 영향을 주어 자원봉사활동을 앞으로 열심히 해보자. 라는 결심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지금껏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누가 시키지 않아도 정기적으로 한 달에 두 번씩 홍제천과 불광천에 가서 환경정화 자원봉사활동을 하게 된 것 이다.

홍제천 활동은 홍제천을 3시간동안 걸으며 휴지를 줍고, 재활용 정리, 잡초 제거, 환경감시 활동을 한다. 또 불광천 활동은 EM이라는 물질을 이용해 우리 동네 하천의 수질개선을 하는 활동을 2시간 동안 한다. 수질검사도 하고, EM으로 만들어진 흙공을 하천에 넣는 일, 환경감시를 하는 활동을 한다.

이렇게 활동을 하면 지나가는 많은 사람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아이의 이름을 물어 보며 많은 칭찬을 해주시고, 격려를 해주시기에 수연이의 자존감은 점점 높아 지고, 자신의 존재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조금씩 알아 가고, 자신도 우리 사회를 위해 다른 이웃들을 위해 작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또한 자연스럽게 온 가족이 함께 걷다 보니 몸의 건강을 얻을 수 있었고, 더 나아가 가족 간의 이해와 대화를 통해 가족의 소중함을 더욱 느끼며 서로의 아픔과 상처를 달래고, 치유해주는 상황이 되었다.

솔직히 수연이의 아픔 이후 아픈 자식을 보는 것 만 으로도 부모로서 참 많이 힘들었다. 수연이를 이상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던 수많은 시선들, 장애인이라는 자체로 상처를 받아야 했던 수많은 말들이 보호자인 우리 부부에게 많은 상처를 주기까지 했다.

또한 수연이의 동생들도 항상 큰언니만 챙기는 집안의 분위기 속에서 표현하지 못했던 아픔과 상처들이 많았다. 이러한 우리 가족 모두의 아픔과 상처를 조금씩 극복하고, 회복하는데 가족 봉사활동이 많은 역할을 해 주었다고 생각한다.

장애를 극복하는 일이 참 힘들고, 어려운 일이지만 그 극복하는 길과 과정 속에 온 가족이 따뜻한 마음과 정성을 다하면 모두가 행복한 미소를 머금고 차츰 조금씩 이겨 낼 수 있는 희망을 만들어 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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