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남숙 복지플래너(부산지역본부). ⓒ국민연금공단

최근 국민연금공단(이사장 김성주)이 장애인서비스연계사업 필요성 전파를 목적으로 ‘2017년 장애인서비스 연계지원 우수사례 공모’를 진행했다.

이번 공모에는 공단 19개 지사 34명의 복지플래너가 총 34편의 우수사례를 제출했고 1·2차 심사결과 수상작으로 최우수상 1편, 우수상 3편, 장려상 5편, 특별상 1편 등 총 10편을 선정했다. 에이블뉴스는 수상작을 연재한다. 다섯 번째는 장려상 ‘봄날! 취업이 먼저다’이다.

봄날! 취업이 먼저다

최남숙 복지플래너(부산지역본부)

좁은 주택가 골목에도 연분홍빛 벚꽃이 봄을 알리고 있는 4월의 따뜻한 봄날, 그의 어머니와 미리 약속하고 집을 찾았다. 집에는 잘생긴 얼굴에 착하고 순수해 보이는 그와 일을 하다 잠시 틈을 내 상담하러 온 부모님이 우리를 반겼다.

먼저 국민연금공단에서 장애등급심사와 더불어 장애등급이 나오면 받을 수 있는 복지서비스 안내 및 연계사업을 하고 있다는 설명과 함께 상담을 진행했다. 이철희(가명)님은 지적장애2급으로 올해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20살 청년이었다.

그는 태어날 때는 장애가 없었고 4살 때 친척집에서 음료수병에 담겨 있는 시너를 음료수로 잘못 알고 마시는 사고로 언어표현과 인지능력이 떨어지기 시작했으며 8살이 되어서야 겨우 간단한 언어표현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초등학교 입학 이후에도 지적능력이 떨어져 수업내용을 따라가지 못해 도움반 수업을 병행했으며 언어표현이 자유롭지 않아 친구를 잘 사귀지 못하여 대부분 시간을 혼자 보냈다고 한다.

부모님은 아들의 장애를 받아들이지 못했고, 그 당시 조금만 더 잘 돌봤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사고에 대한 자책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하며 이제는 성인이 되었고 앞으로 돌봐줄 당신이 없을 때 혼자 살아갈 길을 만들어주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장애를 인정하게 된 것이다.

“어머니, 지금 아들에게 제일 필요한 게 뭐라고 생각하세요?”

“내가 없을 때 혼자 힘으로 살 수 있게 하는 거죠.”

그의 독립된 삶을 위해서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고심한 끝에 취업이 가장 필요하다고 판단되어 관련기관에 취업을 의뢰하기로 하고 장애인연금, 전기료감면, 이동통신요금할인, 장애인용자동차에 대한 지방세 면제, 자비콜, 장애인활동지원 등에 대해 안내 드리고 상담을 마쳤다.

사무실에 돌아와서 우선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장애인일자리통합지원센터에 의뢰를 했고 장애인연금 등 지자체에 신청하는 복지서비스는 행복e음을 통해 전송하였다.

며칠 뒤 우리지사에서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는 사례회의를 통해 욕구해결방법을 논의하였고 그 결과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서 취업의뢰가 오기 전, 지사 서비스위원이 근무하고 있는 직업재활원에 취업의뢰를 해보기로 결정하였다.

직업재활원에서는 현재 모집인원이 없다고 했지만 쉽게 전화를 끊지 못하는 나의 간절함이 통했는지 취업담당 실장님은 면접이라도 보고 기다려보자고 하였고, 난 벅찬 마음으로 그의 어머니께 약속 날짜와 장소를 알려드렸다.

얼마 뒤 직업재활원에서 그를 고용하겠다는 연락이 왔다. 정말 기쁜 맘에 전화를 했지만 가지 않겠다는 것이다. 난 순간 멍한 기분이 들면서 장애에 대한 이해 없이 너무 성급하게 진행한 게 문제 아니었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은 경험이 없는 그가 취업에 대한 두려움으로 모든 걸 제자리로 돌려놓은 것이다.

고민 끝에 준비과정이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우선 적성을 고려한 직업선택을 위해 여러 기관에 전화를 하여 장애인취업프로그램에 대해 문의하였고 그 중에 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하고 있는 적성검사를 통한 취업프로그램을 추천하였다.

그러나 두려움으로 맘이 닫혀있는 그를 설득하기는 쉽지 않았고 나의 여러 차례 전화와 설득 끝에 겨우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다.

그가 적성검사와 취업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동안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한 대형마트가 협약을 맺고 진행하고 있는 발달장애인 특별채용공고를 알게 되어 가족들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입사지원서를 제출하였다.

하지만 나와 그의 가족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면접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실망은 컸지만 새로 도전하면 된다고 위로하며 다시 취업프로그램에 전념하고 있던 어느 날,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서 유명식품회사 가공부서에 또 다시 취업의뢰가 와서 입사지원을 하게 되었다.

며칠 뒤 어머니는 정규직사원으로 최종 합격했다는 소식을 전해 주셨고 나 또한 지금까지 노력한 결실에 너무 기뻐 연신 축하인사를 건냈다.

그의 어머니는 말씀하신다. “시내버스 운전을 하는 아버지와 집근처 식당에서 시간제로 일하는 어머니가 일 나가고 나면 내성적이고 낯가림이 심해 하루 종일 집에서 TV만 보고 핸드폰만 만지고 있는 아들이 걱정 돼 늘 일이 끝나면 바쁘게 집에 와야만 했고 그런 그를 보고 있노라면 어떻게 세상 밖으로 나오게 할지 방법을 잘 몰라 가슴 한구석이 돌덩이를 얹은 듯 무거웠지만 국민연금공단 장애인서비스연계지원 상담을 통해 길을 찾게 되어 너무 감사하다고.....”

“우리 아들에게도 봄날이 왔다고.....”

봄날!!

장애인이 진정으로 사회 속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은 무엇일까? 장애유형에 따라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만 스스로 독립적인 삶을 지탱할 수 있는 취업이야 말로 장애인의 삶에 큰 변화의 시작이 아닌가싶다.

처음 만났을 때 흩날렸던 벚꽃이 여름을 지나 무성한 잎으로 지금은 울긋불긋 단풍으로 물드는 동안 그는 잘 적응하며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어머니 말씀처럼 그의 인생에 꿈이 피는 봄날만 계속 되기를 응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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