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애인개발원은 장애인 일자리 확대 및 장애인식개선을 위해 지난 9월 ‘2017년 장애인일자리사업 우수참여자 체험수기’를 공모했다.

이번 공모에는 17개 시‧도에서 75건의 수기가 접수됐으며 심사결과 최우수상 4편, 우수상 9편 등 총 13편의 수상작이 선정됐다. 에이블뉴스는 수상작을 연재한다. 첫 번째는 일반형일자리 부문 최우수상 수상작 ‘마음으로 보는 지혜’다.

마음으로 보는 지혜

박남규(대전광역시 유성구)

안녕하세요? 대전 유성구 장애인 일자리 참여자 박남규라고 합니다. 먼저 저를 소개하겠습니다. 저는 자상하신 부모님 슬하에 2남2녀 중 막내로 화목한 가정에서 자랐습니다.

성격은 약간 내성적이지만 군대를 제대한 후 외향적으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학창 시절 저는 공부를 잘하는 모범생이었고 ‘이 사회에 꼭 필요한사람이 되자’라는 신념 아래 적극 적이고 매사에 긍정적인 마음으로 생활하고자 노력하면서 살아왔습니다.

저의 전공은 건축학이라서 군에서도 공사감독병으로 근무를 할 수 있었고, 훈련에서 사격을 하면 20발 중 18발은 과녁을 명중시킬 수 있었습니다. 군 제대 후 건축 설계 사무실에서 근무를 하던 중 갑작스런 질병으로 시각장애를 갖게 되었습니다.

평소 장애에 대해 전혀 관심이나 생각도 하지 않았던 저에게 그런 일이 있다는 것 자체가 도무지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정상적인 눈으로 생활하다가 한 눈으로 생활한다는 것, 그것도 보이는 시력도 안 좋아지게 되었습니다.

정말이지 하늘도 신도 원망을 많이 하였습니다. 왜 나에게 이런 시련을 주시는지에 대하여......

그런데 사랑하는 가족이 있었고, 또 저보다 더한 중증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도 힘든 상황을 이겨 내는 모습을 보고 힘과 용기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현실을 부정하지 않고 저를 받아들이고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장애는 단지 불편할 뿐 불행이 아니다’라는 말이 있듯이 장애로 인하여 더 이상 힘들어하지 않고 다른 한 쪽 눈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 유성구청 홈페이지에 장애인 일자리 참여자를 모집한다는 글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 글을 보고 일자리 담당자와 통화를 하였는데, 현재는 이미 자리가 다 차서 올해 말까지는 기다려야 한다고 했습니다.

중간에 일자리가 나면 전화를 주시기로 하고 끊었습니다. 그때가 6월이었는데, 7월 초에 구청 담당자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구청에서 일하시는 분이 개인사정으로 그만두게 되었는데, 혹시 일할 의사가 있는지 물어봤습니다. 또 주4일 근무이고 급여도 많이 적다는 말씀도 하셨습니다.

그래도 저는 일단 가장이고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감사하게 생각하며 흔쾌히 출근한다고 하였습니다. 일단 먼저 면접을 봐야 하신다고 해서 온천1동 동사무소에서 장애인계 계장님과 담당자와 면접을 보았습니다.

계장님께서 잘 할 수 있느냐고 물어보셨을 때 대답을 먼저 ‘예’라고 하였습니다. 정말 일을 하고 싶었기 때문에 생각할 시간도 없이 그냥 대답부터 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8월 1일부터 출근하기로 하고 약속을 잡았습니다.

2012년 8월 1일 떨리는 마음과 제가 과연 일을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을 안고 출근을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저의 그런 마음은 계장님 이하 우리 장애인계 직원 분들의 따뜻한 마음으로 금세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맡은 업무는 장애인전용주차구역 위반 과태료 보조업무와 장애인 복지카드를 분별해서 동으로 분배하는 것과 우리 계 우편발송업무 등 이었습니다.

사회복지과가 행사가 많아서 노인의 날, 경로당 준공식 등 행사에도 많이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한번은 장애인 전용주차구역 위반사진의 번호와 부과한 차량의 번호를 잘못 입력해서 민원인이 구청에 찾아온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계장님과 담당자의 설득으로 민원인을 진정시켜 돌려보내드렸습니다. 저의 잘못으로 일어난 일이라 그땐 정말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그때 상심하지 말라는 계장님과 옆자리에 앉아 계시던 주사님이 괜찮다는 말을 해 주셔서 잘 이겨낼 수 있었던 같습니다.

그 이후 숫자 하나에 많은 의미가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두 번, 세 번 확인한 적이 많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2012년 8월에는 주4일로 급여도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 다음해는 주5일 근무로 늘어나고 급여도 더 받게 되었습니다. 2015년에는 복지정책과로 부서를 옮겨서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통합조사계에서 일하였는데 동에서 올라오는 서류를 분류하는 작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조사계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그 당시 마니또라는 게 유행했을 때 직원들끼리 서로 모르게 도와주다가 연말에 서로의 마니또를 알리면서 누군지 몹시 궁금해 하고 있다가 작은 선물과 함께 알게 되었을 때 직원들과의 친화가 정말 돈독히 잘 쌓였고, 아직도 연락하면서 지내는 직원이 여럿 있습니다.

그리고 노은3동을 거쳐 올해 7월까지 온천1동에서 근무를 하였습니다. 동에서 근무를 하는 것은 구에서 근무하는 것과는 좀 달랐습니다.

구에서 보다 많은 민원인을 현장에서 직접 만나 일을 처리해 주어야 한다는 것의 차이였습니다. 구와 동은 서로 장단점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구에서는 민원을 직접 상대하는 일은 적지만 내외부적으로 할 일이 많이 있다는 것이고, 동에서는 많은 민원인을 상대하지만 구에서처럼 내외부적인 일은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회복지 쪽에서 일하다 보니 점점 장애인이나 노인 등 사회적 약자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사회복지사라는 자격증도 알게 되었고, ‘나도 누군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으로 사회복지사를 꿈꾸게 되었습니다.

지속적인 관심으로 사회복지 공무원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사회복지 공무원 장애인 전형도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사회복지 공무원에 도전하기로 마음먹게 되었습니다.

제 옆자리에 앉아 계시던 분이 사회복지 공무원으로 민원인에 대해 더욱 더 친절하게 대하시고, 어려운 민원을 해결해 드리면서 같이 기뻐하시고 웃는 모습을 보면서 저도 사회복지 공무원으로 일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직장에서 일을 하면서 공부를 한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더군다나 나이도 있고 가정도 있고 장애도 있기 때문입니다. 해야 한다는 마음과 하기 힘든 현실 상황에 포기를 할까하는 생각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틈틈이 공부를 지속적으로 하여 2017년 대전광역시 사회복지 공무원 시험 장애인 전형에 응시하여 사회복지 공무원에 합격하게 되었습니다. 장애인 행정도우미 제도는 정말 저의 삶을 완전히 바꿔 놓은 제도였습니다. 장애를 가지고 일반 회사에 다닌다는 것은 참으로 어렵고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관공서에서 일을 하면서 생활에 도움이 되고 사회에 나와 일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기쁨인지는 아마 당해보지 않고서는 느끼지 못할 것입니다.

이렇게 일하게 해 주신 일자리 담당자와 계장님 그리고 따뜻한 마음으로 격려와 지지를 아끼지 않았던 많은 주사님들에게 여기서나마 깊고 깊은 감사의 마음을 표하는 바입니다. 머리 숙여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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