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재활원(원장 이범석) 중앙보조기기센터에서는 보조기기 사용 인식 개선 및 보조기기센터 저변 확대를 위해 ‘2017 전국 보조기기 수기공모전’을 진행했다.

이번 공모는 최우수상 1편, 우수상 2편, 장려상 2편, 입상 2편 등 총 7편이 수상했으며. 에이블뉴스를 통해 우수작품을 연재한다. 세 번째는 우수상 ‘미소천사 남호의 위대한 도전’ 이다.

(좌)미소천사 남호(우)햄버거 가게에 도착한 남호.ⓒ국립재활원

미소천사 남호의 위대한 도전

홍성욱

“홍!성!욱! 선생님 안녕하세요~.” 오늘도 밝은 미소와 함께 보조공학지원실을 찾아온 남호. 별다른 일이 없어도 복지관을 방문할 때면 보조공학지원실에 찾아와 특유의 미성으로 언제나 내 이름을 강조해서 부르며 인사해주는 중학교 2학년의 남학생이다.

항상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자신감에 가득 차서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주변에 웃음꽃을 피워서 우리 복지관의 행복바이러스로 불린다. 이렇게 엉뚱한 매력이 넘치는 남호를 처음 만난 건 유난히도 추웠던 작년 2월이었다.

학교에서 사용할 휠체어와 바퀴 워커를 빌리기 위해 복지관을 방문했는데 그때도 자신감에 넘치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보조기기 대여를 위해 평가를 진행하는데 보행 평가 시 다리가 꼬이고 자신이 제대로 못 걸어도 자신은 잘 걷고 있다며 허세를 부리거나 휠체어 기능 평가 시 자신이 아직 해보지 않아서 그렇지 해보면 잘 할 수 있고 다 해낼 수 있다고 대답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렇게 마지막으로 사용자 욕구 평가를 하는데 가장 하고 싶은 일이 “혼자서 휠체어를 타고 햄버거를 사 먹으러 가고 싶다.”는 것이었다.

햄버거를 좋아하는데 혼자서는 밖에 나갈 수가 없어 중학교 2학년이 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혼자서 햄버거를 사먹으러 가지 못했다는 것이다. 남호가 가진 병명은 알렉산더 증후군이다.

질환 특성 상 하지의 경련과 불수의적인 움직임으로 인해 스스로 걸을 수가 없다. 그래서 실내에서는 수동휠체어를 타고 이동하는데 경사로 이동 등에 어려움이 있어 항상 보호자나 활동보조인의 도움을 받아 이동하고 있었다. 그렇다보니 여러 가지 위험 요소가 많은 실외로 혼자 나가는 것 자체가 남호에게는 커다란 도전이었다.

그래서 현재 복지관 보조공학실에 비치된 전동휠체어를 사용하여 복지관 내에서 훈련을 해 보기로 했다. 하지에 비해 상지는 힘이 많이 필요한 작업을 제외하면 기능적인 사용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전동휠체어 사용 경험이 전혀 없어서 전동휠체어 탑승부터 컨트롤러 조작, 속도조절, 배터리 충전까지 전반적인 전동휠체어 사용법에 대한 교육을 먼저 진행했다.

하지만 탑승부터 만만치가 않았다. 일반 수동휠체어보다 좌석 높이가 높아 탑승부터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바퀴 워커에 의지해서 간신히 혼자서 탑승할 수 있었다. 그리고 사람이 없는 지하 체육관에서 전동휠체어 조작훈련을 실시했다.

처음에는 생각보다 빠른 속도에 가다 서다를 반복했지만 어느 정도 익숙해지자 능숙하게 조작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제야 “생각보다 어렵지 않네요.”라고 말하며 미소 짓는 남호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말하는 것과는 다르게 생각보다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렇게 매주 3회 복지관 방문 시마다 1시간씩 전동휠체어 훈련을 실시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조작이 숙달되었다는 판단이 되었을 때 휠체어 기술 평가를 통해 본격적인 조작 기술 훈련에 돌입했다.

실제로 실외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평소 훈련했던 넓은 체육관이 아닌 제한된 공간에서 전진과 후진, 경사로와 장애물 극복 등 독립적인 전동휠체어 사용을 위한 훈련이었다.

훈련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체육관처럼 자유로운 공간이 아니었다. 전동휠체어가 이동할 수 있는 최소의 공간(60cm)만을 제공하고 주어진 길이 아니면 갈 수 없었다. 그래도 전진은 능숙하게 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후진이나 제자리 회전 그리고 방향전환 등에는 미숙한 모습을 보였다. 남호도 “선생님 이거 선생님은 할 수 있어요? 안될 것 같은데요.”라고 말하며 생각보다 어려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렇게 3개월간의 훈련을 통해 점차 전동휠체어 조작 기술은 향상되었다. 그리고 복지관 실내에서는 사람들이 있어도 전동휠체어를 타고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이 되었다.

하지만 전동휠체어를 사용하는데 몇 가지 제한점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첫 번째는 복지관 프로그램 이용 시 책상 사용의 어려움이었다. 책상 높이가 고정되어 있는데 컨트롤러 부분이 책상에 걸려 전동휠체어가 책상 안에 들어가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그래서 활동 시에는 다시 일반 의자로 이동했다가 이동 시에는 다시 전동휠체어를 타야했는데 보행에 어려움이 있는 남호에게 이 과정은 매우 번거로운 일이었다. 또한 남호가 질환 특성 상 또래 친구들보다 체구가 작은데 전동휠체어의 시트는 성인용으로 제작되어 있어 착석에 불편함이 있었다.

게다가 발은 허공에 떠 있었고 팔걸이는 너무 높아 안 맞는 옷을 입혀 놓은 느낌이었다. 임시방편으로 휠체어 서포트를 사용하여 체간을 지지하고 벨크로 등으로 발걸이를 제작하여 적용하였으나 충분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전동휠체어를 복지관 외부로 가지고 갈 수 없었다. 주말을 이용하여 전동휠체어를 타고 외출을 하고 싶어도 부모님의 차에 전동휠체어를 적재할 수 없어 항상 복지관에서만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보조공학지원실에서는 다른 방법을 모색하기로 했다. 현재 아동용으로 나온 전동휠체어는 거의 없었고 설령 있다고 해도 가격이 부담스러웠다. 그러던 중 인터넷 동영상을 통해 국내에서 제작된 수동휠체어 전동키트를 알게 되었다.

일반 수동휠체어에 전동키트를 설치하여 전동휠체어처럼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장치였다. 수동휠체어의 장점과 전동휠체어의 장점을 합쳐놓은 제품이었는데 가격도 일반 전동휠체어에 비해 훨씬 저렴했다. 그렇게 남호의 미션 수행을 위해 수동휠체어에 전동키트(토도 드라이브)를 설치했다.

남호에 몸에 맞는 맞춤형 휠체어를 주문하고 거기에 전동키트를 설치했다. 기존에 전동휠체어의 단점을 보완하여 책상 사용에도 어려움이 없었고 맞춤형 휠체어 제작을 통해 올바른 착석자세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리고 수동휠체어처럼 접어서 보관이 가능하여 일반차량에도 적재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 키트에도 단점은 있었다. 기존의 전동휠체어보다 소음이 너무 심해서 실내에서 사용하기에 다소 어려움이 있었다.

또한 컨트롤러의 민감도가 낮아 기존 전동휠체어 사용자들이 바로 사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고 속도가 빨라질수록 수동휠체어 자체의 무게가 적게 나가 휠체어 앞이 들리는 경우 전복될 위험이 있었다. 그래서 전통키드를 설치하고 바로 지역사회로 진출하려던 우리의 계획은 좀 더 늦춰졌다.

그렇게 전동키트를 설치한 수동휠체어를 타고 다시 훈련을 시작했다. 남호는 훨씬 빠른 속도로 조작기술을 습득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고에 대비하여 속도는 안전속도인 3(최대 5)정도로 설정하고 연습했다.

남호는 “선생님 제발 속도 좀 높여 주세요.”라며 너무 느려서 다닐 수가 없다고 투덜대기 시작했다. 그만큼 자신감이 붙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한 달여간의 훈련을 마치고 드디어 대망의 D-day가 되었다.

수행 당일 유난히 미세먼지가 많아 걱정이 되었지만 더 이상 미룰 수는 없었다. 남호 본인도 “선생님 빨리 가요.”라고 하며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보호자의 동의를 받아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위험이 있을 시에만 관여하고 전적으로 모든 과정은 남호 혼자서 진행하기로 했다.

출발 전에 마지막으로 휠체어 기술 평가를 통해 휠체어와 사용자의 상태를 점검하고 드디어 목적지를 향해 출발했다. 남호 스스로 핸드폰을 이용해 햄버거 가게의 위치를 검색하고 길 안내 어플리케이션의 도움을 받아 복지관에서 과천정부청사 역까지 혼자서 휠체어를 조종하여 출발했다.

항상 차를 타고 다녀서 길을 전혀 알지 못했다. 그래도 생각보다 출발은 순조로웠다. 하지만 길 안내 어플리케이션이 길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아 중간 중간 길을 헤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래도 당황하지 않고 지도 어플리케이션을 사용해서 길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도로 중간 중간 턱이 많아 도움이 필요한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어 이거 잘 안 되네.”라고 하면서 혼자서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거의 대부분의 경우 혼자서 해결했으나 길이 끊긴 부분에 경사로가 없어 더 이상 이동이 여의치 않자 도움을 요청했다. 혼자서 해결하기에 어려움이 있으면 주변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하라고 교육하고 다시 목적지를 향해 출발했다.

중앙공원을 가로지르는 길을 선택해서 이동하고 있었다. 봄이라 꽃들도 많이 피어있었는데 남호의 관심은 오직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이었는지 주변의 경치는 보지도 않고 오직 전진이었다. 그렇게 무사히 공원을 빠져나오는가 싶었는데 이게 웬일인지 오늘 최고 난이도의 급경사 코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남호도 “선생님 이건 못하겠는데요.”라며 다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남호도 많이 힘들어하고 이미 점심시간이 많이 지나있었기에 이번에만 도움을 주기로 했다.

급경사 코스를 통과하고 이제 고지가 바로 눈앞이었다. 햄버거 가게까지 횡단보도 단 하나만을 남겨둔 상황이었다. 신호가 바뀌고 드디어 횡단보도를 건너기 시작했다. 그런데 횡단보도 중간쯤 왔는데 횡단보도 숫자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신호등의 신호가 바뀌고 말았다.

생각보다 신호가 짧은데 안전속도로 운행하다보니 중간에 신호가 바뀐 것이다. 차들이 “빵빵” 거리는 소리에 남호는 긴장했는지 더 이상 진행하지 못했고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재빨리 휠체어를 밀고 횡단보도를 빠져나왔다. 중간에 신호가 바뀌는 바람에 놀라기도 했지만 그래도 1시간 만에(편도 도보 15분 거리) 꿈에 그리던 햄버거 가게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난관은 또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들어가는 입구가 다 계단이라 휠체어를 타고 들어갈 수 없었던 것이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그래도 건물 주변을 살펴보니 주차장 쪽으로 들어갈 수 있는 길이 있었다. 하지만 여기도 경사가 심해 전동키트의 힘만으로 올라가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힘을 다해 경사로를 극복하고 드디어 햄버거 가게에 입성했다. 도착한 햄버거 가게에서 우연히 같은 반 친구들을 만났는데 친구들도 남호의 도전에 격려의 박수를 보내주었다.

이번 남호의 도전을 통해 장애 아동의 휠체어 기술 훈련과 장애인 이동권에 대해 다시금 생각할 수 있었다. 현재 전동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들의 사고 비율이 점차 증가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적절한 대응은 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사고 대부분이 전동휠체어 조작 미숙으로 인한 사고가 많은데 전동휠체어의 경우 적절한 사용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에 보조공학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가들이 전동휠체어를 조작하는 데 적절한 교육과 함께 기술 훈련을 제공한다면 전동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들이 조금 더 안전하게 전동휠체어를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장애인 이동권이란 일상생활에서 비장애인들과 마찬가지로 원하는 곳으로 이동하고자 하는데 불편함이 없이 움직일 권리를 말한다. 하지만 이번 도전을 통해 장애인과 이동약자들의 생활편의시설물에 대한 접근에 어려움이 많다는 것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장애인을 위한 사회적 관심과 인식제고를 위해 지역 내 생활시설에 편의시설을 지속적으로 확충하여 장애인의 이동권 확보와 이동편의 증진을 도모한다면 장애인들의 일상생활 활동범위와 사회참여 확대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앞으로도 장애인의 자립과 사회참여를 위해 지속적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며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가 서로 배려하며 함께 호흡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

[국립재활원 중앙보조기기센터 공식 홈페이지 참고 : http://www.knat.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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