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회장 조향현)가 장애인에 대한 청소년의 긍정적인 인식을 일깨우기 위해 '2016 장애청소년 BestFriend'사업을 실시하고 활동사례수기를 공모했다.

이번 공모에는 전국의 중·고등학교에서 장애청소년 Best friend로 활동하고 있는 비장애청소년을 대상으로 학교장의 추천을 받았으며, 최종 개인 17명, 단체 3팀 등 총 20명(팀)이 선정됐다. 에이블뉴스는 이들의 활동사례수기를 연재한다. 세 번째는 이현지 학생의 활동사례수기다.

서울 수명고등학교 이현지

굿프렌드 활동이 처음인지라 나는 매사에 조심스러웠다. ○○이가 지금 기분이 어떠한지, 불편해하진 않는지 항상 신경 쓰였다. 그렇다 보니 ○○이와 나는 더 이상 가까워질 수 없었다. 같이 있는 시간이 많았지만 왠지 모를 어색함이 우리 주위를 맴돌고 있었다. 그러던 찰나, 지난 봉사활동 에서 받았던 장애인 봉사활동 사전교육이 떠올랐다. 장애인이라는 인식을 지나치게 인식해선 안 되며, 불필요한 친절을 베푸는 것도 좋지 않다는 내용이 었다. 그리고 나는 내가 아직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떨치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장애인은 도와주어야 하는 존재라는 인식이 나도 모르게 내 안에 잠재되어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내 안의 편견을 깨기로 했다.

우선, 담임선생님께 부탁을 드려 ○○이의 옆에 앉았다. 옆자리에 앉고, 급식도 같이 먹고,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자연스레 우린 말문을 트게 되었다. 특히 ○○이와 처음으로 진로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던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데, 우리는 여느 친구들과 다르지 않게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또, 희망대학과 학과에 대해서도 검색해보며 함께 고민해보았다. 그 순간만큼은 ○○이와 대화하는 것에 부담스러움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내가 ○○이를 편견 없이 대할 수 있게 된 것이었다.

우리는 작년 봄날, 장애인의 날 기념으로 개최된 교내 사진 공모전에 참가했다. 우정이라는 주제를 사진으로 어떻게 보여주어야 할지 고민을 하던 중 우리는 밖으로 나갔다. 분홍빛 꽃을 귀에 걸어보기도 하고, 흐드러지게 핀 풀꽃을 배경으로 포즈를 잡기도 했다. 제법 강한 햇살에 힘들기도 했지만, 둘이 같이 하는 첫 번째 일이었기 때문인지 촬영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이후 우리는 우리의 미소가 담긴 사진이 주제를 가장 잘 전달해줄 것 같다는 생각을 했고, 이 사진에 ‘with’라는 제목을 붙여 출품했다. 작품은 장려상에 그쳤지만, 우리는 대회 참가를 계기로 우정, 그리고 함께한다는 것에 의미를 이해하게 되었다.

○○이는 나에게 있어서 자극제가 되기도 했다. 우리는 옆자리에 앉아 있으면서 공부할 때가 많았는데, 우린 서로 모르는 것에 대해 알려주며 일상의 멘 토-멘티가 되었다. ○○이는 나에게 주로 수학 문제를 물어보았다. 때때로 내가 답을 못 해주는 것이 생기면 나는 그 문제에 오기가 생겨 끝까지 달려들 었다. ○○이에게 “내가 이거 꼭 풀어올게!”라며 호언장담을 하기도 했다. 이렇듯 ○○이의 질문은 나의 부족한 점을 일깨워 주었다.

○○이와 함께 고민하는 것은 나의 삶에 교훈을 주기도 했다. 나는 고민이나 문제가 생겼을 때 혼자 곰곰이 생각하며 해결해 나가려고 하는 편이다. 그러다가 해결되지 않을 때는 지쳐서 먼저 놓아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와 함께 문제를 풀 때에는 달랐다. 모르는 것에 대해 같이 고민하다 보면 풀이가 나오기도 했고, 아는 것이었더라도 좀 더 쉬운 방법을 찾을 때도 있었다. 여기서 나는 공동체의 의미에 대해 발견했다.

혼자가 아닌 ‘우리’가 되었을 때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여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 세상은 홀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는 것, 모두 ○○이와 지내며 깨닫게 되었다. 굿프렌드는 단순한 봉사활동이 아니었다. 나는 굿프렌드 활동을 통해 지난 한 학기동안 내 안의 잠재되어 있던 편견을 마주하게 되었고, 긍정적인 자극제를 얻게 되었으며, 삶의 방향을 찾을 수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굿프렌드 활동은 나에게 선물과도 같은 것이었다.

얼마 전 한 TV 프로그램에 나오는 장애인 직업센터 건설과 관련된 논란을 나는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눈에 보이는 것만 보는 것이 아닌 소외된 사람들의 삶까지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지만, 나의 주장을 책임질 수 있을 때가 되면 나는 그러한 사람들을 위해 일 해보려 한다. 그리고 나에게 이렇게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준 ○○이와 굿프렌드라는 제도에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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