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가 장애인의 잠재된 문화예술 역량을 계발하고, 장애인도 다양한 가능성을 가진 근로 주체임을 알려 올바른 장애 인식 개선에 기여할 목적으로 지난 2000년부터 ‘장애인 고용 인식개선 콘테스트’ 개최하고 있다.

올해로 17회를 맞은 콘테스트 공모전에는 운문, 산문, 사진, 컴퓨터그래픽, 미술, 광고영상/스토리보드 등 6개 부문에 총 469명의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작품 1029점을 응모했고, 1·2차 심사를 통해 총 68점이 최종 선정됐다. 에이블뉴스는 운문, 산문 부문의 입상작 26점을 소개한다. 네 번째는 운문 부문 가작 수상작이다.

숲속의 곡비

변삼학(여, 지체)

나무가 제 몸을 두드리고 있다

우듬지에 암자 한 칸씩 들여놓고 치는

목탁의 반주 그 반주에

숲에서 누군가 염불하듯 맞받아 지저귄다

지저귐이 앉은 나무들의

밑 둥지, 지하방에서 자연의 회귀를 꿈꾸는

수목장(樹木葬)이 된 영장들에게

온갖 산새와 나무들이 불공을 드리고 있다

“강, 호수, 바다에도 뿌리지 마라

살면서 내가 그 물들을 더럽힌 죗값이 얼마인데

마지막 가는 길에까지 더럽히지 마라

사람 죽는 것은 자연에게 엎드려 회개하는 것이다.

한줌 골분, 빈약한 나무둥지에 한 첩의 약발이 일게 하라“

어머니의 참회를 읽은

숲의 나무들, 여래(如來)가 되어

아름이 품은 뿌리 방으로 나이테를 풀어 목탁을 친다

넋들의 머리카락 초록초록 하도록

품 넓은 활엽수들 두 손모와 의식을 빌 때 모든

상록교목, 침엽수들은

사계절 내내 진혼을 올리며 불경을 읊는 것은

수목장의 넋들을 위한 천도(天道)

숲 속 보살들 목탁의 전주곡에 아직도 못 다한

장송곡을 연주하는 곡비들

숲은 보는 것 보다 듣는 것이 더 신비롭다

어머님

이계우(남, 청각)

온간 괴로움을 참으시며

저를 낳으신 이름

온갖 고생을 참으시며

저를 키우신 이름

힘들고 괴로운 일 있으면

언제나 저의 곁에 오셔서

그 괴로움을 나누셨던 이름

기쁘고 즐거운 일이 있으면

언제나 저의 곁에 오셔서

흐뭇하게 웃응셨던 이름

언제 불러도

평안한 이름

어 머 님

눈물꽃

장명훈(남, 뇌병변․언어)

한 잔 술에

사연을 담아

노래를 부르는

우리 엄마

청춘의 서약은

한가락

바람 속으로

사라진 아픈 이별

어느새

늙은 껍데기로

살아 온 지난 세월

죽고 싶었지만

장애아들 때문에

한으로

눈물꽃이 되어 있다

휠체어의 꿈

도효진(여, 지체)

세평 남짓 방안에 누워

뒷동산에 올라간다.

가녀린 손으로

잔솔가지 붙들고

키 작은 떡갈나무 잎사귀를

마음 컷 밟아도 보고

산토끼랑 뛰놀고

산새들과 조잘거리며

반갑게 인사도 나누고

산꼭대기에 올라

“야호~ 야호!”

외치며 내려왔는데

내 발에는 흙 하나 묻지 않았다.

햇살 따스한 오후 안방에 누워

한 손엔 주전자

다른 한손엔 그물을 들고

무릎까지 물이 차는

냇물에 들어가

버들치, 송사리, 피라미……

노란 주전자 가득 잡아 돌아왔는데

나의 옷은 하나도 젖지 않고

주전자 속 물고기들은

어느새 푸른 하늘을 날아

깊은 물속으로 달아나고 말았다.

세상에 진 빚

김명술(남, 지체)

한 걸음 거리 유지한 채

개울이 좁거나 넓거나

옹골진 앉은뱅이로 웅크려

분리된 응집으로 세상을 잇고

차라리 젖은 체감온도는

빚을 갚는 다짐이려니 

어설퍼도 누구에게

반대편을 꿈꾸게 하는

징검다리이고 싶은 적 있는가 

그리움은 늘 건너편에 있어도

물살의 차가움을 몸으로 버티면

뒤뚱거리던 삶도

아주 조금씩 곧추 서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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