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서울시의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뇌병변장애인 권리증언대회 전경. ⓒ에이블뉴스

매년 10월 첫째주 수요일 마다 전세계 50여개국에서 열리는 세계뇌병변장애인의 날(World Cerebral Palsy Day). 뇌병변장애를 가진 당사자들이 비장애인과 똑같은 권리와 혜택,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평등권 등 6개 주제를 갖고 지역사회에 알리는 기념일이다.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는 5일 세계뇌병변장애인의 날을 맞아 '권리증언대회'를 진행했다. 의사소통권리, 직업·노동 접근권, 지역사회 참여권리, 교육권 등 전 삶의 영역에서 뇌병변장애인들이 차별을 받고 있는 현실을 공유하기 위한 목적에서다.

이 자리에는 뇌병변장애인 당사자와 가족, 지원기관 종사자가 모여 의사소통·교육·노동과 관련 경험담 발표하고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차강석 활동가가 보완대체의사소통(AAC)를 통해 발표를 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보완대체의사소통 지원체계 생애주기별 구축해야"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차강석 활동가는 "보완대체의사소통(AAC)를 통해 내가 다른 사람과 생각을 공유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AAC에 대한 지원체계는 미비하다"고 토로했다.

차 활동가에 따르면 캐나다의 경우 AAC 지원체계가 생애주기별로 갖춰져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AAC의 지원체계는 미흡한 실정.

특히 UN장애인권리협약을 비롯해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에 관한 법률 등 관련법도 있지만 역대 정부와 현 정부는 관련 법률만 만들어놓고 지원체계를 제도화 하지 않고 있다.

차 활동가는 "시행령과 조례를 제정해 AAC 지원체계를 주기별로 갖춰놓는 것이 진정한 국가의 의무를 다하는 것"이라면서 "정부정책 영향력을 미치는 모든분들에게 부탁한다. 우리나라도 캐나다 등 여러 선진국처럼 AAC를 생애주기별로 지원체계를 조속히 만들어 달라"고 촉구했다.

이어 "뇌병변 언어장애인들도 사회에서 소외되지 않고 비장애인들과 어울리면서 꿈을 꾸고 희망을 추구하며 재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덧붙였다.

중증중복뇌병변장애인부모회 정순경 공동대표가 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에이블뉴스

"뇌병변장애인 교육권리 보장하라!"

중증중복뇌병변장애인부모회 정순경 공동대표는 "더 이상 뇌병변장애인에 대한 교육권리를 차별하거나 소외시키지 말라"고 호소했다.

교육의 궁극적 목적은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게 개인을 사회의 주체로서 권리를 행사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동등한 인격체로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기반을 세우는데 있다.

교육의 궁극적 목적이 이러함에도 뇌병변 학생들은 의무교육을 마친 후 다닐 곳이 없어서 재가 장애인으로 집구석에 처박혀 있는 경우가 허다하는 것.

특히 특수교육법이 제정된 지 10년이 되면서 장애학생 교육기회 확대, 생애주기별 교육지원 환경, 특수교육 전달체계 구축 등 가시적 성과가 있었지만, 여전히 특수교사 법정정원 미확보로 인해 특수교육의 질의 제고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또한 뇌병변 장애아동에 대한 학교의 학습기자재 지원은 제대로 되지 않고 있으며 교육과정, 수업교재 등이 장애정도와 특성에 고려돼 제공되지 않고 있다.

정 공동대표는 "특수교육법이 제정돼 시행되고 있는 만큼 모든 교육기관에서 뇌병변 장애아동이 제대로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시설과 인적자원 등의 지원이 이뤄져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는 특수교육법이 장애인평생교육시설 설치 및 운영 관련된 조항을 임의조항으로 하고 있다. 더 이상 뇌병변 장애인에 대한 교육권리차 차별되지 않도록 강제조항으로 바뀌어야한다"고 덧붙였다.

라이프라인장애인자립진흥회 박승유 이사가 발표를 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첨단기기 융합 통해 뇌병변장애인 직종 다변화 모색

라이프라인장애인자립진흥회 박승유 이사는 "뇌병변장애인은 중증장애인 중에서도 취업률이 낮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뇌병변 장애인의 장애를 보완할 수 있는 첨단기기 융합으로 직종의 다변화를 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5년 기준 전체인구의 고용율은 60.9%. 반면 장애인구의 고용율은 34.8%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뇌병변 장애인은 전체 장애인의 고용율은 10% 수준. 15개 전체 장애 유형 중 최하위에 속하는 실정이다.

이는 뇌병변장애인이 갖고 있는 의사소통의 어려움 때문인 것. 현재 25만여명의 뇌병변 장애인 중 70% 가량인 17여만명이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느끼는 언어장애를 동반하고 있다.

또한 이 중에 언어장애인의 의사소통에 도움을 주는 보완대체의사소통(AAC)를 알고 있는 사람은 불과 10% 에 불과하다.

박 이사는 "뇌병변 언어장애인의 핸디캡이 장점이 돼 그들의 업무수행에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처럼 국가나 직업재활 수행기관은 AAC등 첨단기기를 통해 중증장애인의 적성과 직무능력을 더욱 개발하고, 직종을 다양화 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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