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아인협회 이대섭 회장을 비롯한 한국대표단이 북한대표단에게 한국수화책을 증정하는 모습. ⓒ한국농아인협회

한국농아인협회(회장 이대섭)는 지난 7월 28일부터 8월1일까지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세계농인연맹(WFD) 총회에서 남북한의 농인 대표단이 사상 처음으로 만나 같은 민족으로서 따뜻한 악수를 나누고 환담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고 10일 밝혔다.

농아인협회에 따르면 총회 기간 중 이대섭 회장과 임승택 이사, 이상용 강원도협회장 등 한국대표단은 북한 대표단으로 참가한 로경수 단장, 조선롱인협회 오준걸 회장, 리국진 부회장, 리성일 이사, 김영경 이사를 만나 협회에서 발행한 한국수어사전과 한국수어교재를 증정했다.

특히 분단의 역사가 일반 언어와 마찬가지로 수어의 어휘와 지문자에도 영향을 미쳐 대표단간 대화의 장벽이 보이는 듯했으나, 두 차례에 걸친 저녁식사를 함께하며 서로의 수어로 남북한 농인들의 현황과 교류 관련 대화를 나누면서 민족의 동일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남북 농인 당사자 대표가 이렇게 한 자리에 만날 수 있었던 것은 독일 농인인 로버트 그룬트의 노력 덕분에 가능했다.

로버트 그룬트는 2006년 처음으로 평양에 방문, 북한 농인들의 만남을 북한 관계자에게 요청하였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요청하여 세 번째 평양 방문에 로경수 단장을 통해 북한 농인들과의 만남을 성사시켰으며, 이를 계기로 세계농인연맹과 북한 농인 간의 교류가 시작됐다.

로버트 그룬트의 주선으로 당시 세계농인연맹 회장이었던 마르쿠 요킨넨 회장의 평양 방문이 이루어졌으며,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을 통해 북한 당국에서 농인협회 설립의 필요성을 실감해 지난해 ‘조선롱인협회’를 설립했다. 로버트 그룬트는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이번 총회에서 세계농인연맹으로부터 공로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한국농아인협회 이대섭 회장(좌)과 조선롱인협회 오준걸 회장(우)이 “똑같다”라는 수어를 표현 하는 모습. 또한 내년에 싱가폴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사무국 대표자 회의 때 꼭 만날 것을 약속하고 있는 모습. ⓒ한국농아인협회

조선롱인협회 창립 이후 아직까지 북한 농인 인구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지 못하지만 북한 농인들이 목공, 이발, 양복, 양화, 컴퓨터 같은 기술을 익혀 종사하고 있다. 농아학교는 8곳으로 학제가 1학년에서 9학년까지로 구분된다. 북한에서도 손말 사전이 편찬됐지만, 한국수어와 많은 부분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 로경수 단장과 오준걸 회장은 한국과 북한 농인 간의 활발한 교류를 통해 남북통일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희망을 피력했다. 여기에 남북 간의 수어 어휘의 차이 때문에 가까운 장래에 남북 농인대표가 만나서 수어 어휘의 통일을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농아인협회는 “세계농인연맹 사상 처음으로 북한 농인 대표가 총회에 참가해 주목을 받았으며, 남북 대표가 만나 악수를 나눌 때는 다른 국가의 대표단들도 같이 기뻐하며 흐뭇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면서 “이를 계기로 세계 유일의 분단국인 대한민국의 통일이 조속히 실현되기를 바란다는 덕담을 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1일 폐회식에서 만난 남북 대표단은 내년 싱가폴에서 열리는 세계농인연맹 아시아지역 사무국 대표자회의에서도 남북한 대표가 동반 참가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말로 작별 인사를 대신하며 헤어짐의 아쉬움을 달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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