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형법 전문가도 아니고 더구나 국어학자도 아니다. 필자는 사회복지사로서 장애인복지에 관한 글을 쓰면서 강간이나 낙태에 관련된 내용을 찾다가 「형법」에서 이상한 글자를 발견하게 되었다.

법률은 글자 하나를 수정하는 것도 법률 개정안을 제출해서 국회를 통과해야 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만인이 보는 법률인 만큼 잘못 된 것은 고쳐야 되지 않을까 싶다.

형법 제27장 낙태의 죄 ⓒ 법제처

우선 「형법」제 27장에서 보이는 낙태의 죄를 보자.

「형법」(일부개정 2010.4.15 법률 제10259호)

제27장 낙태의 죄

제269조(낙태) ①부녀가 약물 기타 방법으로 낙태한 때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개정 1995.12.29>

②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어 낙태하게 한 자도 제1항의 형과 같다.<개정 1995.12.29>

③제2항의 죄를 범하여 부녀를 상해에 이르게 한 때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사망에 이르게 한 때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개정 1995.12.29>

제270조(의사등의 낙태, 부동의낙태) ①의사, 한의사, 조산사, 약제사 또는 약종상이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어 낙태하게 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개정 1995.12.29>

②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없이 낙태하게 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③제1항 또는 제2항의 죄를 범하여 부녀를 상해에 이르게 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사망에 이르게 한 때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개정 1995.12.29>

④전3항의 경우에는 7년 이하의 자격정지를 병과한다.

받어->받아 ⓒ 우리말 배움터

우리 「형법」에서 낙태죄의 종류는 다음 다섯 가지로 나누고 있는 것 같다.

1. 자기낙태죄(제269조 ①항) : 부녀가 약물 기타 방법으로 낙태한 때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 임신한 부녀 스스로가 어떤 방법이라도 태아를 자궁에서 분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2. 동의낙태죄(제269조 ②항) :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자도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 임신한 부녀에게 촉탁이나 승낙을 받아서 낙태를 해도 안 된다는 것이다.

3. 업무상 동의낙태죄(제270조 ①항) : 의사, 한의사, 조산사, 약제사 또는 약종상이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 글자 그대로 의사, 한의사, 조산사, 약제사 또는 약종상이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서 낙태를 해도 안 된다는 것이다.

4. 부동의 낙태죄(제270조 ②항) :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 없이 낙태하게 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 누군가가 임신한 부녀가 모르게 낙태를 해도 안 된다는 것이다.

5-1. 낙태 치사상죄(제269조 ③항) : 제2항의 죄를 범하여 부녀를 상해에 이르게 한 때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사망에 이르게 한 때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5-2. 낙태 치사상죄(제270조 ③항) : 제1항 또는 제2항의 죄를 범하여 부녀를 상해에 이르게 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사망에 이르게 한 때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법률적인 용어는 잘 모르지만 촉탁(囑託)이란 부녀가 낙태를 부탁하여 맡기는 것을 말하는 것 같고, 승낙(承諾)이란 부녀가 부탁하는 바를 들어 주는 것을 말하는 것 같다.

형법 제269조 ②항에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어’ 가 나오고, 제270조 ①항에도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어’ 가 나오는데 ‘받어’는 ‘받아’를 잘못 쓴 것이 아닐까 싶다. 굳이 한글 맞춤법을 찾아보지 않아도 그냥 읽어 보면 자연스레 ‘받아’가 되는데, 왜 이상한 ‘받어’를 사용했는지 참 모를 일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제270조(의사등의 낙태, 부동의낙태)이다. 임신한 부녀가 동의(同意)하거나 부동의(不同意) 하거나 낙태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인데, 제270조는 ‘의사등의 낙태(醫師等의 落胎)’로 되어 있어 정말 ‘의사등의(醫師等의)’가 맞는지, 아니면 ‘의사동의(醫師同意)’를 잘못 쓴 것인지 당사자가 아니니 당최 알 수가 없다.

형법 제2장 죄 ⓒ 법제처

그리고 형법을 보다보니 몇 가지 눈에 띄는 조항이 있었다.

제9조(형사미성년자) 14세 되지아니한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제10조(심신장애자) ①심신장애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②심신장애로 인하여 전항의 능력이 미약한 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한다.

③위험의 발생을 예견하고 자의로 심신장애를 야기한 자의 행위에는 전2항의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

제11조(농아자) 농아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한다.

‘제9조 14세 되지아니한’ 는 ‘14세가 되지 아니한’으로 고쳐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제10조(심신장애자)’ 라고 되어 있는데 「장애인복지법」에서도 1989년에 이미 장애자에서 장애인으로 개정되었는데 형법에서는 아직도 ‘심신장애자’가 사용되고 있음은 필자도 미처 알지 못했던 것이다.

결국 「장애인복지법」과 「형법」은 따로 논다는 것 같은데 법무부에서는 장애인복지에 대해서 알지 못하고, 보건복지부에서도 「형법」에서 장애인을 어떻게 표기하고 있는 지 모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제11조는 뭔가 좀 이상하다. 현재 우리나라 「장애인복지법」에서는 장애유형을 15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간장애, 간질장애, 뇌병변장애, 시각장애, 신장장애, 심장장애, 안면장애, 언어장애, 자폐성장애, 장루․요루장애, 정신장애, 지적장애, 청각장애, 호흡기장애, 지체장애(팔, 다리, 척추)

이 같은 15가지 장애유형 속에는 분명히 농아자(聾啞者) 즉 언어장애와 청각장애가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제10조 ②심신장애로 인하여 전항의 능력이 미약한 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한다.’는 조항이 들어 있음에도 왜 무엇 때문에 ‘제11조(농아자) 농아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한다.’는 조항을 따로 두었는지 알 수가 없다.

농아자(聾啞者)란 말 역시 1981년에 제정된 ‘장애인복지법’에서도 이미 사라진 말인데 30년이 지난 2010년의 「형법」에는 아직도 버젓이 농아자(聾啞者)라고 되어 있으니 참으로 생경스럽다.

끝으로 하나만 더 부탁을 하자면 법률 조문에서도 한글맞춤법의 띄어쓰기와 쉼표나 마침표 등 문장 부호를 좀 제대로 표기했으면 좋겠다.

* 이 내용은 문화저널21(www.mhj21.com)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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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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