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는 엄마가 싫었다. 친구들이 그녀의 엄마를 애꾸눈이라고 놀렸던 것이다. 소녀는 엄마를 멀리하며 이상한 친구들과 어울려 다녔다. 엄마는 제발 그러지 말라고 소녀에게 눈물로 호소했지만 그럴수록 소녀는 엄마의 애꾸눈이 보기 싫다며 점점 더 어긋나기 시작했다.

소녀는 성인이 되었으나 소녀의 구박을 견디지 못한 엄마는 잘 살라는 편지 한통을 써 놓고 집을 나가고 말았다. 어느 날 소녀는 우연히 동네 어른들의 이야기를 엿듣게 되었는데 소녀의 한쪽 눈은 바로 엄마의 없어진 눈이라는 것이었다. 소녀는 어려서 교통사고로 한쪽 눈을 잃었고 엄마가 자신의 한쪽 눈을 소녀에게 이식했다는 것이다.

몇 해 전 인터넷을 떠돌던 소설인데 작가가 누구인지 잘 모르지만 퍼가는 사람마다 그를듯하게 각색을 해서 이 이야기를 실화로 착각한 사람들의 안타까운 댓글들이 줄을 이었다.

이 내용은 분명히 소설 즉 픽션이다. 픽션이란 있을 법한 이야기를 작가의 상상력으로 구성하는 것이지만 그러나 위의 내용 같은 픽션이 우리 사회에 있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살아있는 사람의 안구 즉 각막은 설사 자식이라 하더라도 기증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장기등 이식에 관한 법률」제11조(장기등의 적출·이식의 금지 등)에 의하면 살아있는 사람으로부터 적출 할 수 있는 장기는 정상인 신장(腎臟) 2개 중에서 1개, 그리고 간장(肝臟)과 골수(骨髓)등이다.

신학교 지원자격. ⓒ천주교 서울대교구 성소국

KBS드라마 ‘엄마도 예쁘다’ 에는 최무영(안홍진 분)이라는 서른한 살의 신부가 나온다. 신부는 갓난아기 때 보육원에 버려졌기에 엄마 아빠를 모르는 고아이다. 신부는 매일 이순진이 차려주는 따뜻한 밥을 먹으면서 이순진의 발달장애 아들 정우(이영석 분)와 놀아 준다.

이순진(55, 김자옥 분)은 큰딸 정희(35, 오나라 분) 둘째딸 정수(28, 김빈우 분) 셋째 아들 정철(27, 장태성 분) 막내 정우(25, 이영석 분) 등 4남매를 키우면서 고향 친구와 함께 ‘엄마네 밥상’이라는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첫사랑의 남자 홍규탁(56, 김동현 분)이 미국에서 돌아와 이순진을 찾는다. 홍규탁의 양자로 입양됐던 홍우진(김선혁 분)과 그의 아내 제니(김예랑 분) 그리고 장모 명숙(박순천 분)이 나오는데 명숙은 미술관 관장이고 이순진의 둘째딸 정수는 명숙의 미술관에서 큐레이터로 일한다. 그런데 국제변호사라는 명숙은 정수를 못살게 굴고, 홍규탁의 재산을 노리고 이순진과의 결혼을 사사건건 반대한다.

홍규탁이 이순진의 남편에게 돈을 주고 이혼을 시켰다. 그리고 홍규탁과 이순진의 결혼이 임박했는데 신부 최무영은 임기 4년이 다 되어 시골로 발령을 받는다. 그러자 이순진은 웨딩드레스 촬영을 약속한 날 아무 말도 없이 최무영이 발령 받은 시골로 내려간다. 순진이 날마다 신부에게 밥을 대접해 준 것은 최무영이 순진이 버렸던 홍규탁의 자식이었고, 그래서 순진은 최무영 신부 옆에서 살려고 했던 것이다.

최무영은 어렸을 때 말썽을 피워 곧잘 경찰서에 잡혀갔는데 보호자를 물으면 대답을 안했다고 했다. 그러면 형사들이 놀리는 줄 알고 사정없이 발길질을 해 댔다는데 그는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중에 신부님이 보증을 서 주어서 신부가 되었다고 했다.

부모가 누군지도 모르는 말썽장이 아이가 신부가 되었다? 아무리 드라마지만 뭔가 좀 이상하다. 우리나라에서 신부가 되는 조건이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은 것 같기 때문이다.

필자가 한 여성장애인을 만났을 때 그는 수녀가 되고 싶었지만 그를 받아 주는 수녀원이 전국 어디에도 없었다며 눈시울을 적셨다. 수녀는 하느님 앞에 바쳐진 제물인데 제물에 흠이 있으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물론 세월이 많이 흘렀지만 그래도 서울대교구 성소국에서는 신학대학 지원 자격을 천주교 세례성사를 받은 지 3년이 지나야 되고, 가정에 결함이 없고, 학업성적이나 품행 등에 결함이 없는 사람 등으로 제한하고 있다.

최무영은 부모가 누군지도 알 수 없고, 걸핏하면 말썽을 피워 경찰서에 잡혀갔는데 어떻게 신부가 될 수 있었을까. 각 교구 성소국 홈페이지만으로는 부족한 것 같아 성소국에 직접 전화를 해 보았더니 ‘드라마니까 그렇지 실제로 보육원 출신의 고아가 신부가 된 예는 없다’고 했다.

‘엄마도 예쁘다’ 나오는 사람과 나이. ⓒKBS

그러나 ‘엄마가 예쁘다’에서 최무영은 이미 신부가 되었다. 그럼에도 방황하는 최무영이나 ‘허접한 고아’라며 최무영을 얕잡아 보는 김명숙 등은 부모 없는 아이들을 너무 비하하는 것 같다.

누가 보육원에서 살고 싶어서 살게 되었겠는가. 그리고 보육원 아이들이 전부 다 최무영처럼 공부도 안하고 말썽을 피우고 반항만 한다면 과연 누가 보육원에서 살고 누가 보육원을 운영하겠는가.

그리고 또 하나 마리아는 동정녀로 예수를 낳았다지만 자식이란 남자와 여자가 만나야 낳을 수가 있다. ‘엄마가 예쁘다’에서 이순진은 어느 시골의 지주 딸이고, 홍규탁은 그 집에서 일하던 머슴이었다.

이순진은 홍규탁을 사랑했지만 집에서는 머슴과는 안된다하여 다른 남자와 결혼을 시켰다. 이순진이 집안의 반대로 마음에도 없는 남자와 억지로 결혼을 했지만 결혼 첫날밤 신랑에게 홍규탁을 사랑하고 있음을 실토했다고 했다.

그런데 큰딸 정희는 35살이고 신부 최무영은 31살이다. 최무영이 큰딸보다 나이가 많아 홍규탁의 아이를 임신 한 채 어쩔 수 없이 결혼을 했다면 이해를 하겠지만 최무영이 큰딸 정희보다 나이가 어리다. 이는 홍규탁이 다른 남자와 결혼 한 사실을 알고도 이순진과 잠자리를 했다는 것이 된다.

이순진은 최무영이 죽은 줄만 알고 있었는데 친정에서 몰래 보육원에 버렸다고 했다. 그런데 정수는 28살이고, 정철은 27살, 정우는 25살이다. 이순진은 최무영을 낳고도 마음에도 없으며, 더구나 첩을 두고 딴 살림을 차린 남자의 자식을 그것도 세 명이나 더 낳았던 것이다.

남편이 제사 때마다 찾아 왔다고 했지만 이순진이 꼴도 보기 싫다며 몸서리치는 남편의 아이를 낳았다는 건 분명 성폭행이다. 그것도 세 번씩이나. 그럼에도 이순진의 남편과 남편과 같이 살던 여자까지 이순진네 집과 식당을 들락거리는 모습은 뻔뻔하다 못해 누가 보고 배울까 무섭다.

그리고 큰딸 정희가 처음에는 홍규탁이 부자인 것을 알고는 막내 정우(25)가 홍규탁의 자식일거라고 여겨 유전자 검사를 했는데 아니었다. 그 후에는 홍규탁은 물론이고 이순진의 자녀 3명(막내 정우만 빼고), 심지어는 입양아 홍우진(34)까지 혹시나 홍규탁의 자식이 아닐까 의심을 한다.

자식들이야 돈 많은 부자 아버지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희망사항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어떻게 홍규탁 자신이 35살 28살 27살 25살 이순진의 아이들 네 명의 아버지가 아닐까 의심을 할 수가 있었을까.

이순진은 다섯 아이를 낳았고, 그 중에 한 아이는 씨가 다른 아이였다. 처음에는 홍규탁도 최무영의 존재는 잘 모른 채 네 아이 중 혹시나 자기 자식이 있지 않을까 이순진의 네 아이를 다 의심했었다. 그렇다면 홍규탁은 35살의 정희부터 25살의 정우까지 10년 동안이나 남의 아내 이순진과 만나왔단 말인가.

이순진의 자녀들은 이순진을 예쁜 엄마로 알고 있었는데 이순진이 최무영을 버렸다는 사실을 알고는 아무것도 모르는 발달장애 정우만 빼고, 심지어는 최무영 신부까지 ‘엄마가 그럴 수 있냐’며 엄마에게 큰소리치며 대들고, 술을 마시고 비틀거리며, 방황하고 생난리를 치는 모습은 백번 이해를 한다 해도 현실성이 결여된 꼴불견이다.

‘엄마도 예쁘다’에서 최무영과 산청댁. ⓒKBS

물론 결혼생활 중 다른 남자의 아이를 낳을 수도 있다. 그런데 그것이 피치 못할 상황이거나 어쩔 수 없는 하룻밤의 실수가 아니고 결혼한 유부녀가 옛사랑을 다시 만나 아이를 가지고, 그 아이를 낳고도 다시 남편의 아이를 셋이나 더 낳았다.

문제는 ‘최무영이 죽은 줄만 알고 있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보육원에 버려졌더라’ 인데 자식들이 엄마의 불륜 즉 다른 남자의 아이를 낳은 것에 대해서는 말이 없고 오로지 최무영을 버렸다는 것에만 호들갑을 덜고 있으니 KBS 아침드라마 ‘엄마도 예쁘다’에서 엄마나 자식이나 전혀 예뻐 보이지 않는다.

‘엄마도 예쁘다’의 종영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은데도 결혼식 날 홍규탁을 쓰러뜨렸다. 아무리 드라마해도 홍규탁은 비싼 돈을 들여서 정기검진을 받고 있었는데 스트레스로 인한 간암말기라니 그 사유가 참 가관이다. 그동안 홍규탁을 검진했던 병원이나 의료진은 뭐가 되며, 또 현재 간암으로 투병 중인 사람들은 어쩌란 말인가.

그리고 이순진은 경상도 산청의 지주의 딸이었다. 그 집 머슴 홍규탁도 경상도 사람이었고 이순진의 친구 산청댁(조양자 분)도 경상도 사람이라 처음부터 세 사람은 경상도 말로 시작했었다.

산청댁 역의 조양자는 지금도 경상도 말을 하고 있지만 이순진 역의 김자옥과 홍규탁 역의 김동현은 점점 이상한 경상도 말을 하고 있다. 그리고 이순진 집에서 억지로 결혼시킨 남편은 어느 지방 출신일까. 이순진의 친정인 산청에서 최무영은 얼마나 먼 보육원에 갔다버렸기에 최무영은 경상도 말을 안 쓰는 것일까.

사람의 습관이나 버릇은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는다. 그러나 유능한 배우라면 그 역에 맡게 그 지역 사투리도 구사 할 수 있어야 되고 그렇지 못하다면 처음부터 경상도 말을 하지 말았어야지 도대체 이게 뭐람.

사람들은 형편없는 억지설정 드라마를 막장드라마라고 한다. 그러나 정작 막장에서 일하는 사람이나 관계자들은 형편없는 드라마에 막장이라는 표현을 하지 말아 달라고 했었다. 저질드라마를 막장이라고 하는 것은 오히려 막장을 욕보인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무심코 내 뱉는 말도 어떤 사람들에게는 상처가 될 수도 있다.

KBS 아침드라마 ‘엄마도 예쁘다’의 시청자의견에는 많은 사람들이 ‘엄마도 예쁘다’를 막장드라마라고 지탄하고 있다. 과연 칠레 산호세 광산의 지하에서 69일간의 시련을 견디며 10월 13일부터 극적으로 구조되어 ‘막장광부에서 일약 칠레의 영웅’이 된 33인의 광부 이야기를 보면서도 ‘엄마도 예쁘다’를 ‘막장드라마’라고 욕할 수 있을까.

막장이란 광업 용어로 갱도의 막다른 곳 즉 광산의 끝부분을 말함인데 어쩌다보니 우리 사회에서 막장이란 인생 갈 때까지 간 사람을 지칭하는 말이 되어 버렸고, 그 말이 드라마에 그대로 사용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산호세 광산의 막장에서 돌아 온 광부들을 보더라도 더 이상 드라마에 막장이란 말은 안 붙였으면 좋겠는데 혹시나 막장 대신 쪽박은 어떨까.

TV드라마의 막강한 파급효과를 볼 때 ‘엄마도 예쁘다’를 보는 시청자들의 부아를 돋워 가슴을 치거나, 불륜 저질 드라마라고 욕을 하며 채널을 다른 곳으로 돌리지 않도록, 제발 시청자들에게 꿈과 희망, 그리고 따뜻하고 가슴 뭉클한 눈물과 웃음으로 시청자들이 위로 받을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 이 내용은 문화저널21(www.mhj21.com)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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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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