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장애인복지를 하는 사람이다. 사람들이 필자에게 세 번을 놀랜다고 해서 웃은 적이 있다.

처음엔 남자인 줄 알고 놀라고, 전화 목소리가 너무 어려서 놀라고, 만나 보면 할매라서 놀란다는 것이었다. 약자에게는 강하고 강자에게는 약한 것이 사람들의 심리인 모양이지만 필자에게 전화를 건 사람들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필자의 전화 목소리가 어리게 들려서 인지 나이든 사람 중에는 전화를 하면서 반말로 윽박지르는 이도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전화를 했던 사람들이 나중에 필자를 직접 만나서는 미안하다며 사과하기도 했다.

필자의 전화상담 모습. ⓒ이복남

장애인들에게 ‘동사무소 사회복지 공무원은 우군일까 적군일까’ 물어보면 대부분이 적군이라고 대답한다. 그러나 장애인복지를 일선에서 담당하는 동사무소 사회복지 공무원이 적군일리는 없다.

공무원은 비록 나라의 녹을 먹고 있다지만 그들은 사회복지를 공부한 사회복지사이다. 사회복지사는 당연히 우리 편 즉 우군이다. 그래서 필요한 사항을 함께 의논할 수 있어야 되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기의 요구조건 관철시키기 위해 공무원을 적으로 여기고 큰 소리로 윽박질러 일을 참 어렵게 만드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고 했다. 공손하고 고운 말씨는 그 사람의 기품을 느끼게 한다. 말을 할 때 나를 낮추거나 상대방을 높여줌으로써 상대방의 품위를 지켜주는 이도 있고, 무조건 반말로 상대를 깔아뭉갬으로서 자신을 높이려는 이도 있지만 그건 아니올시다.

얼마 전부터 인터넷은 동영상 ‘지하철 난투극’으로 떠들썩하다. 문제의 동영상에는 10대 소녀에게 폭력을 가하는 60대 할머니의 모습이 담겨 있다.

이를 지켜 본 사람들은 10대 소녀가 무례하다느니 60대 할머니가 참았어야 한다느니 말들이 많다. 동영상에는 없지만 서울 지하철에서 10대 소녀가 다리를 꼬고 앉아 있자 옆의 할머니가 치우라고 말을 했고, 이에 소녀가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음에도 할머니가 계속 욕을 해서 결국 몸싸움이 일어났다고 하는데 필자도 직접 보지는 못했으니 누구의 잘못이 더 큰지는 잘 모른다.

물론 할머니가 소녀에게 폭력을 행사했으니 당연히 할머니가 잘못한 것 같다. 그러나 할머니가 소녀에게 폭력을 행사하기 전 “나한테 뭘 원하는데 네가?” 라는 소녀의 반말은 10대 소녀가 할머니에게 할 수 있는 말은 아닌 것 같다.

지하철 난투극. ⓒ문화저널21

요즘 배춧값 참 비싸다. 배춧값이 비싸다 보니 이명박 대통령은 청와대 주방장을 불러 "내 식탁엔 배추김치 대신 양배추김치를 올려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이 말을 두고 많은 사람들이 ‘빵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라’는 프랑스의 마리 앙뜨와네뜨를 떠올리고 그래서 ‘명투와네트’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지만 문제는 대통령의 ‘내 식탁’이다.

"가난을 통해서 나는 많이 배웠어요.…나는…가족이라는 게 참 중요하다고 생각해요.…나는 늘 우리 공무원들에게 이야기합니다." 지난 추석 KBS 아침마당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한 말이란다.

여기서도 대통령 이 ‘나는 또는 내가’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국민위에 군림하는 자가 아니고 국민을 위해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는 사람이라면 ‘내가’가 아니라 ‘제가’로 자신을 낮추어야 할 것이다. (부산일보 2010. 10. 05 ‘바른말 광’에서 발췌)

우리말에는 높임말(존대어) 예사말(평어) 낮춤말(반말) 등 3단계의 구분이 있다.

높임말은 부모나 선생님 등 웃어른에게 ‘~습니다’로 쓰는 말이고, 예사말은 같은 동료나 잘 모르는 낯선 사람들에게 ‘~해요’로 쓰는 말이다. 낮춤말은 반말로 동생이나 아랫사람에게 사용하는 ‘~했어, ~했니’로 쓸 수 있는 말이다.

높임말과 예사말을 잘 모르는 세대들은 고객이라고 ‘손님 거스름돈은 800원이십니다.’라며 거스름돈에 높임말을 붙이기도 하고 ‘사장님 전화가 오셨는데요.’라며 전화를 높이기도 한다.

부모가 자식에게, 교사가 학생들에게 높임말을 사용하는 그대로 부모가 자녀에게, 교사가 학생들에게 예사말 정도는 사용했으면 좋겠다. ‘아버지 진지 드십시오’는 높임말이고, ‘우리 아들 밥 먹어요’는 예사말이다. ‘여러분 국어는 정말 헷갈리지요?’ 교사가 학생들에게 할 수 있는 예사말이다.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높임말과 예사말을 잘 모르고 반말만 사용하다보니 어른이 되어서도 잘 모르는 것은 아닐까 싶다. 습관이란 하루아침에 고쳐지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우리말의 3단계를 구분할 줄 모르는 세대들은 그래서 You 하나로 통하는 영어를 더 선호하는지 모르겠지만 반말로 말을 하면 남을 존중하는 분위기는 사라지고 상대를 무시하고 업신여기게 된다. 잘 모르는 낯선 사람에게서 반말을 들을 경우 기분 좋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따라서 처음 보는 사람한테는 예의와 배려 차원에서도 높임말을 서야 한다.

높임말을 사용해야 된다는 것은 알면서도 무엇을 어떻게 높여야 되는 지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돈이나 전화 등 물건을 높이고, 아버지 앞에서 아들을 높이기도 하고, 때로는 ‘세종대왕께서~’라는 웃지 못 할 일도 일어난다. 역사적 사실이나 유명인사에게는 존칭을 잘 안 쓴다. 그러나 유명 인사를 직접 만났을 때는 저절로 높임말을 쓰게 되겠지만.

IT의 발달로 말은 점점 더 축약되어 높임말이 무너지고 있다. 인터넷의 발달로 누구에게나 사용할 수 있는 호칭 “~씨” 대신 아름답고 고운 우리 ‘~님’을 붙이게 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되지만, 아직도 잘 모르는 상대를 ‘님아’라고 부르는 것은 정말 삼가 주었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님아’는 반말이니까.

* 이 내용은 문화저널21(www.mhj21.com)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