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수장애인 김근태 씨(36세, 남)는 10년전 취직한 기념으로 강원도 계곡에 놀러갔다가 다이빙사고로 사지마비가 된 그 날을 잊을 수 없다. 척수손상 후 가장 힘들었던 것은 한참 직장생활을 시작한 주변 친구들을 하나씩 잃은 것.

시설과 병원을 전전하다,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를 통해 세상에 나온 그는 현재 한국척수장애인협회 경상북도협회 포항시지회에서 동료상담가로 일하고 있다. “지역에 있는 초기, 칩거 척수장애인을 돕고 싶다”는 것이 꿈인 김 씨를 만났다.

Q.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안녕하세요. 경상북도 포항시에 살고 있는 36살 김근태입니다.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10년 전인 2011년 6월, 26살에 취직한 기념으로 강원도에 놀러갔다가 높은 계곡에서 다이빙사고로 경수 3~7번 완전 손상이 되어 사지마비 척수장애인이 되었죠. 제 인생에서 가장 잊을 수 없는 날이네요.(웃음)

Q.척수손상 후 시설과 병원에서 생활하셨다고 들었어요.

A.척수손상 후 제일 힘들었던 것은 사실 주변 친구들을 잃어버리는 것이었어요. 제가 장애를 갖게 되어 그렇다기보다는 친구들은 한참 직장생활을 시작해 사회초년생으로 바쁠 시기라서 연락하고 만나는 것이 어려웠어요.

그리고 집안 사정으로 부모님이 저를 케어해 줄 수 있는 상황이 안돼서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더 많았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장애인 시설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사실 그 생활이 굉장히 힘들었어요. 나중에는 여러 곳을 전전하다 요양병원으로 가게 되었죠.

Q.그곳에서의 생활은 어떠셨나요?

A.요양병원에서는 침대에 1년 동안 누워서 지냈었어요. 음…. 삶의 의지라곤 하나도 없었죠. 그러다가 간병인 선생님이 ‘근태 씨, 병원 밖에는 근태 씨처럼 중증장애인이 자립생활을 하기 위해서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라는 제도가 있어요.‘ 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 때 바로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이곳을 나가야겠다. 내 인생을 살아야겠다.’라고 결심한 것 같아요

Q.그런 경험이 있어서인지, 최중증 척수장애인을 위한 동료상담활동을 최우선으로 하시는 것 같아요.

A.네, 맞아요. 서울이나 수도권에는 장애인 콜택시나 편의시설 등이 어느 정도 갖춰져 있지만, 지방은 사실 너무 열악해요. 복지정보도 부족하고 장애인 모임도 거의 없죠. 그러다보니 지방에 거주하는 최중증 척수장애인들은 거의 대부분 집에만 계시죠.

최근에는 저처럼 20대에 다치고 칩거생활을 하다가 자립생활을 하고 싶다고 직접 저에게 전화가 왔어요. 제가 하는 일은 그 친구의 고민을 들어주고, 함께 슬퍼하기도 함께 웃기도하고, 자립하는 과정에서 든든한 동료서포터로 볼 수 있죠.

하하(웃음), 이렇게 말로 표현하니 별 일 아닌 것처럼 느껴지실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우리 척수장애인들은 같은 상황인 동료들이 주는 응원과 지지로 힘든 상황에 용기를 내곤 합니다. 정말 큰 힘이 되죠. 저도 처음에 그랬으니까요.

Q.최근에는 온라인으로 다양한 교육도 듣고 계시다고 들었어요.

A.(사)한국척수장애인협회 경상북도협회 포항시지회에서 공식적으로 동료상담가로 활동하게 되었어요. 그러면서 제 경험과 더불어 전문적이고 공식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싶어서 ‘전국 척수장애인 활동가 기초특강’도 수강하여 수료하였습니다.

그리고 요즘에는 장애인 인권, 장애인식개선 분야에도 관심이 생겨서 그쪽으로 교육도 찾아보는 중이예요.

Q.온라인으로 교육을 들으시는 건 어떠신가요?

A.사실 저와 같은 최중증 척수장애인분들은 모두 동감하시겠지만, 일반적인 집합교육에는 참여하기가 어려워요. 왜냐면 단 하루라도 외박을 하기 위해서는 준비해야할 것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이동에 대한 어려움은 물론이고 오래 앉아 교육을 들어야 하니 욕창 위험도 있죠. 게다가 교육기간동안 지속적으로 저를 케어해줄 사람이 없기 때문에 두렵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온라인 교육이 많이 활성화되고 있어서 저도 다양한 교육을 들을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특히 척수협회에서 한 ‘전국 척수장애인 활동가 기초특강’은 우리 척수장애인들에게 맞게 온라인 교육이 진행되어서 너무 편했어요.

이런 온라인 교육이 많이 활성화되어서 최중증 척수장애인들도 교육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생기길 바랍니다.

Q.이번에 ‘전국 척수장애인 활동가 기본교육’을 들으실 때 다양한 보조기기를 사용하시던데 한번 소개해주세요.

A.최중증 척수장애인에게 보조기기는 일상생활에서 필수요소입니다. 처음에는 인테그라 마우스를 사용했었어요. 하지만 마우스의 고장이 잦아 고치기 위해 택배를 10번 이상 주고받았는데 결국 고치지 못했어요.

마우스는 당장 필요한데 사용을 할 수가 없어서 너무 당황스러웠죠. 그러던 중 활동지원사 선생님의 도움으로 마우스 대신 사용할 수 있는 쿼드스틱이라는 보조기기를 발견하게 되었어요. 주로 외국 사지마비 장애인들이 게임을 할 때 많이 사용하는 보조기기였는데 저는 마우스 기능을 활용해 일상생활에서 사용하고 있어요. 우리나라에는 보급이 잘 안 되어있어서 많은 분들이 잘 모르고 계시더라고요.

사용설명서가 영어로 되어있어 처음에는 어려울 수 있지만, 한번 방법을 익히고 나면 사용하기 쉽고 활용도도 높아요. 저 같은 경우 단축키를 설정해서 일반적인 동영상 편집 또는 프로그램을 운영해요. 일반제품 중에서도 IoT가 적용되는 선풍기를 사용한다던지 일상생활에서 저만의 방식으로 활용하고 있어요

Q.앞으로는 어떤 활동을 하실 계획인가요?

A.(사)한국척수장애인협회 경상북도협회 포항시지회에서 동료상담가로 공식 활동을 하면서 우리 지역에 있는 초기, 칩거 척수장애인을 돕고 싶어요. 같은 척수장애인의 동료로서 긍정적인 장애수용과 일상복귀를 지원하면서 우리도 똑같은 일상생활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요. 이 일을 최우선으로 하고, 그 외에도 인권에 대해서도 공부해볼 계획입니다

Q.마지막으로 다른 최중증 척수장애인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A.저는 최중증 척수장애인이 밖에서 활동하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지 너무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나가서 활동해야 해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며 교류한다는 것은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충분히 느끼게 해주거든요.

때로는 사람들의 시선이 불편할 때도 있어요. 그래도 두려워하지 말고 용기가 필요합니다. 우리도 ‘내 인생을 살아갈 권리’가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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