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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불쌍하지 않아요

시각장애 김지선 씨의 삶 - ③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9-08-30 15:15:14
그때가 어쩌면 그가 바이올린을 하면서 겪어야 하는 슬럼프인지도 모른다. 그는 너무 지치고 힘들어서 매사가 다 귀찮았고 다른 사람을 사랑하지도 못했다.

김지선 : “정말 가기 싫어서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내키지 않는 기분으로 대기실에서 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1부 마지막 순서에 누군가 노래를 부르는데 그 노래를 듣는 순간 가슴이 뜨거워지면서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렸다.

김지선 : “그런 사랑의 하나님이라면 나도 하나님을 사랑해야지……. 자신도 모르게 다짐을 했습니다.”

한예종 졸업식. ⓒ이복남 에이블포토로 보기 한예종 졸업식. ⓒ이복남
그 찬양은 강찬 목사님의 ‘섬김’이었다.

‘하늘의 영광을 다 버리고
낮은 이곳에 내려오신 주
죽기까지 나를 사랑하신
그 사랑 얼마나 큰지

우리가 높아지면 그가 낮추시리
우리가 낮아지면 그가 높이시리
하나님이 원하시는 세상으로
나 자신을 낮추는 섬김으로

내 발을 닦아주사 먼저 섬기시고
서로 사랑하라고 말씀하시었네
하나님이 원하시는 세상으로
나 자신을 드리는 섬김의 모습이 되기를.’

김지선 : “제 성격은 활달했지만, 성깔 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날 이후 사람들이 순해졌다고 했다. 부모님도 순해졌다고 했다.

김지선 : “하나님의 사랑을 알게 되면서 감사하게 된 것 같았습니다.”

집 근처 교회에 나가기 시작했다. 한빛맹학교에도 교회가 있는 것으로 아는데…….

김지선 : “그때만 해도 어머니는 아니고 저 혼자만 교회를 나갔는데 장애인교회보다는 비장애인 교회를 나가고 싶었습니다.”

처음에는 어머니가 그를 교회까지만 데려다 주었으나 지금은 어머니도 같이 교회를 다닌다. 그러나 아직도 아버지는 아니란다.

특별한 음악회. ⓒ이복남 에이블포토로 보기 특별한 음악회. ⓒ이복남
그러다가 한국예술종합대학교(이하 한예종) 영재교육원에 시험을 쳤다. 영재교육원은 한예종 예비학교인데 합격했다. 한국예술영재교육원은 국가적 차원의 예술영재육성 체제 구축을 위해 2008년 8월 문화체육관광부가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설립한 최초의 국립 예술영재교육기관이다.

한국예술영재교육원은 세계적 수준의 전문예술인을 양성하는 한국예술종합학교의 우수한 교수진과 시설을 기반으로 우리나라 문화예술의 발전을 선도할 수 있는 문화예술분야 인재 육성을 위해 문화예술의 뛰어난 인재들에게 높은 자아실현 성취의 기회를 제공하고 창의적 인적 자원의 발굴과 육성을 통한 재능의 사회적 기여를 추구하고자 설립된 기관이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한빛맹학교에서 정규과정 공부도 해야 하고, 토요일에는 영재교육원에서 교습을 해야 했고 그 중간에 여기저기 공연도 해야 했으니 그야말로 눈코 뜰 새 없었다.

김지선 : “음악 하는 사람들에게는 시창청음이 중요한데 저는 그게 안 되니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시창청음(視唱聽音)이란 악보를 보고 정확히 노래할 수 있는 능력과 음을 듣고 악보에 적을 수 있는 능력을 기르기 위한 음악에 관한 훈련이다.

그는 시창청음 능력이 안 되었던 것이 아니라, 그 당시에는 시각장애인들이 쓸 수 있는 악보 프로그램이 많이 개발되지 않아 그냥 청강밖에 못했던 것뿐이다. 지금은 시벨리우스, NWC 같은 악보를 그리는 오선보 프로그램이 있어서 시각장애인들도 시창청음을 참여할 수 있다고 했다.

김지선 씨는 절대음감이 아닐까

김지선 : “그건 잘 모르겠지만 저는 바이올린이 좋아서 열심히 할 뿐입니다.”

카네기홀 포스터. ⓒ이복남 에이블포토로 보기 카네기홀 포스터. ⓒ이복남
고3이 되었다. 4년 동안 한예종 영재교육원에서 공부를 했는데 이제 한예종 대학에 시험을 치를 차례가 된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입시 스트레스가 심했다. 그러자 교수님이 실수만 안하면 합격할 것이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격려해 주셨다.

한예종에 합격했다. 한예종에서 대학과정 4년을 공부했다. 그리고 올해 3월 한예종 대학원 과정에 입학했다. 한예종 대학원이란 전문사라고 하는 과정인데 일반 대학원과 비슷하게 2~3년 과정이라고 한다.

음악 하는 사람들은 뉴욕 카네기홀 무대에 한 번 서 보는 것을 필생의 희망과 꿈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김지선 씨는 이미 카네기홀 무대에 썼단다.

김지선 : “중3 때 이화경향음악콩쿠르에 입상해서 워싱턴 케네디 센터에 갔었고, 작년(2018년)에는 영 텔런트 뮤직페스티벌’ 오디션에 선발되어 딱 한 번 카네기홀에 가서 독주를 했습니다.”

김지선 씨는 지금도 자세교정 등 개인적으로 사사를 받고 있다고 했는데, 혹시 다른 사람을 가르쳐 본 적은 없을까.

김지선 : “정말 우연히 대학 입시생 한 사람을 가르쳤습니다.”

대학 입시를 앞둔 고3 학생이 갑자기 레슨선생이 그만두게 되어 곤란을 겪고 있었는데 지인이 그 사실을 알고는 김지선 씨를 추천했다는 것이다.

김지선 : “처음이었는데 해 보니까 재미도 있었고 다행히 그 학생도 원하는 대학에 합격을 했습니다.”

앞으로의 바람은 무엇일까.

김지선 : “현재 대학원에 재학 중이지만 고민이 많습니다.”

카네기홀 앞에서. ⓒ이복남 에이블포토로 보기 카네기홀 앞에서. ⓒ이복남
할 수만 있다면 예일 음대를 가서 바이올리니스트로 성공하고 싶지만, 자신도 모르게 자세가 조금씩 흐트러져서 미묘한 음의 차이가 나는 등 시각장애인으로서의 한계를 느낀다고 했다.

김지선 : “다른 하나는 음악 교사인데 저는 교사 자격증이 없습니다.”

교사 자격증을 가지려면 교육대학원을 가야 하므로 한예종 대학원을 마치기 전에는 결단을 해야 될 것 같다고 했다.

남자 친구는 없을까

김지선 : “아직 맘에 드는 남자 친구는 없습니다.”

김지선의 어머니 강영미 씨는 사윗감으로 올바른 정신으로 서로를 위하고 가장 노릇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좋겠다고 했다.

어머니가 말하는 가장 노릇이란 경제적인 것을 바라는 것일까. 김지선 씨는 그런 것에 아랑곳하지 않는 것 같은데.

끝으로 김지선 씨가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 보라고 했다.

김지선 : “부산이 이상해서 너무너무 화가 나요.”

김지선 씨는 아침에 났던 부아가 다시금 살아나는 것 같았다. 김지선 씨는 부산 공연을 위해 서울에서 첼로를 하는 친구와 같이 KTX를 타고 부산역에 내렸다. 물론 도우미로 두 분 어머니가 동행을 했다.

그런데 1시간이면 될 줄 알았던 두리발이 1시간이 지나서 와서는 시각장애인 두 명은 같이 탈 수가 없다고 했다. 두리발 기사와 옥신각신하다가 결국은 김지선 씨와 어머니만 두리발을 이용하고 첼로를 하는 친구는 일반 택시를 이용해야 했다.

김지선 : “서울에서는 그런 조건이 없는데 부산은 콜택시(자비콜)도 안 된다 하고, 정말 화가 나서 죽는 줄 알았어요.”

부산에서는 장애인콜택시로 승합차 두리발 외에 일반 택시로 자비콜(바우처 택시)을 운영하고 있는데 자비콜은 시각 신장 지적 자폐 등의 1~2급 장애인이 부산시에 주민등록이 된 장애인만 월 220,000원까지 월 50회로 한정되어 있다.

필자가 김지선 씨의 이야기를 듣고 두리발(부산시설공단)에 문의를 했다. 두리발은 휠체어(전동 포함) 외에 3명이 탈 수 있는데 시각장애인 2명, 도우미 2명 총 4명이므로 어쩔 수가 없었을 거라고 했다. 그리고 자비콜은 두리발과는 별개 회사라 잘 알 수 없지만, 이용대상 자격 대상을 알 수 있는 방법이 그것 밖에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사후 약방문이겠지만 멀리 서울에서 온 시각장애인이라면 조수석을 좀 비워 줄 수는 없었을까, 아니면 부산시각장애인연합회에서 운영하는 심부름센터를 이용할 수도 있었을 텐데……. 두리발에서 조수석은 청소 용구를 두는 곳이므로 사람이 앉을 수는 없다고 했다.

김지선 : “말하라고 하니까, 이번 건하고는 상관이 없지만, 특히 택시 기사들은 제가 시각장애인인 것을 알고는 쯧쯧쯧 혀를 차고는 이것저것 물어보는데 너무너무 싫습니다.”

김지선 씨는 진저리를 쳤다. 자신은 불쌍하지도 않을뿐더러, 자신을 불쌍하게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나 동정은 더 싫다고 했다.

필자가 두리발 관계자에게 그런 이야기를 했을 때 자신도 그런 일이 있는 줄 잘 몰랐다면서 교육시간에 필히 강조하겠다고 했다. 이 같은 사실은 장애인콜택시 뿐 아니라 모든 국민에게도 장애인에 대한 이해를 교육할 수 있어야 될 것 같다.

김지선 바이올린 독주회. ⓒ이복남 에이블포토로 보기 김지선 바이올린 독주회. ⓒ이복남
아무튼 필자가 김지선 씨를 만난 후 인터넷에서 김지선 씨 관련 자료를 찾아보았다. 대부분이 김지선 씨의 연주 모습인데 관중들은 어머니부터 울고 있었다. 왜 울지?

필자가 짐작건대 김지선 씨의 바이올린 연주에 감동을 받아서 울기보다는 김지선 씨가 눈 감은 바이올리니스트이기 때문에 그 모습의 가련함 내지 불쌍함 때문에 울지 않았을까 싶기도 했다.

그리고 거의 모든 기사에는 ‘장애를 극복한’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김지선 씨도 이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었다.

김지선 : “제가 장애를 극복했다면 장애가 없어졌다는 말이니까 그렇다면 제가 눈을 떠야 맞잖아요?”

그렇다. 장애는 극복의 대상이 아니다. 언론에서 김지선 씨 얘기를 할 때는 대부분이 ‘장애를 극복하고’ 또는 ‘어둠을 극복하고’ 등의 수식어가 붙는다. 물론 이 때의 극복이란 비장애인들에게는 긍정적인 의미이자 하나의 미담처럼 다가오겠지만, 당사자에게는 또 하나의 부담이 될 수도 있다.

국어사전에 의하면 극복(克服)이란 악조건이나 고생 따위를 이겨 내거나 적을 이기어 굴복시킨다는 말이다. 이때 극복의 대상은 어떤 악조건의 상황이어야 한다. 예를 들면 가뭄을 극복하고 또는 가난을 극복하고 등등 말이다.

장애가 극복의 대상이라면 장애는 악조건이나 고생 또는 적이어야 한다. 장애는 아무도 원하지 않았지만 어쩌다가 우연처럼 가지게 된 다름이고 개성일 뿐이다.

모든 사람은 신체 조건이 다르고, 생김새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다. 그래도 우리 사회는 한데 어우러져 살아간다. 장애인도 그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개성일 뿐이다. 물론 약간은 불편하지만, 그 불편을 보완해 주는 것이 우리 사회의 복지정책이다.

장애는 언제 누구에게 어떻게 올지 아무도 모르지만, 김지선 씨는 장애인이니까 비장애인보다는 좀 더 열심히 노력하면서 바이올리니스트로서의 꿈을 향해 갈 뿐이다. [끝]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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