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오브제 수어통역을 담당하는 정혜경 수어통역사.ⓒ메인오브제

원목으로 디자인 생활 소품을 만드는 ‘메인오브제’는 성균관대학교 프로젝트 팀 학생들과 농인 김태수 대표가 함께 설립한 브랜드다.

농인과 청인이 함께 일하는 이 메인오브제에도 농인 김태수 대표의 목소리를 세상에 들려주는 수어 통역사 정혜경 씨가 있다.

재능기부로 함께하는 그녀의 손 끝에는 메인오브제의 모든 이야기가 담겨있다. 메인오브제의 소통을 담당하고 있는 정혜경 수어 통역사를 만나봤다.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수어 통역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는 수어 통역사 정혜경입니다. 나무를 좋아해서 언젠가 나무로 뭔가를 만들 날을 꿈꾸는 메인오브제의 공식 수어 통역사입니다.

Q. 수어를 배우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어렸을 때 옆집에 농인 가족이 살았습니다. 제 또래의 여자아이가 농인이었는데 엄마도 아빠도 언니, 동생도 모두 농인이었습니다. 친하게 지내고 싶었지만 소통이 되지 않아 안타까웠던 기억 때문인지 수어를 꼭 배워보고 싶다는 마음을 늘 가지고 있었지요. 그러다가 부모님을 따라 다니게 된 여의도순복음교회 농아부에서 수화교실 모집공고를 보고 배우게 되었습니다.

Q. 수어가 가지는 매력은 무엇일까요?

A. 수어는 단순히 소리 전달이 아닌 의미 전달의 언어라는 점이 매력 있습니다. 저는 소리에 굉장히 민감한 편인데 소리 없이 소통하는 언어라는 점이 굉장히 좋습니다.

Q. 농인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으면서 농인의 어려움에 많이 공감을 하셨을 것 같아요. 평소 느꼈던 농인의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인가요?

A. 농인은 일반적으로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경향이 있습니다. 주관적 판단으로 해석해보면 청각장애로 인해 다양한 환경을 경험하지 못한 데에 따른 단순한 생활 스타일과 주어진 삶에 대해 숙명적으로 받아들여 온 삶의 방식에서 기인된 것이 아닐까 싶은데, 자신들만의 문화를 형성하고 이로 인해 비장애인의 사회문화에의 참여는 자의이든, 타의이든 제한될 수 밖에 없습니다.

대다수의 농인은 다른 장애유형과는 달리 자신들만의 언어를 가지고 있고, 따라서 자신들만의 문화를 형성하므로 일반 비장애인의 문화에 속하지 않고 생활하죠. 결국 이러한 경향은 건청인 중심의 사회참여에 제한을 가져오게 됩니다. 수어 통역사로서 먹먹해지는 이유입니다.

메인오브제 회의에 함께 참석한 정혜경 수어통역사.ⓒ메인오브제

Q. 메인오브제에 합류하게 된 계기와 과정이 궁금합니다.

A. 남편으로부터 메인오브제에 대해서 들은 적이 있습니다. 좋아하는 목공으로 물건을 만드는 일에참여할 수 있게 됐다고 무척 좋아했었습니다. 그리고 열심히 했던 것 같고요. 저는 직장을 다니니까 관심은 있었어도 세부적인 내용은 몰랐었죠. 그러다가 수어통역의뢰를 받게 된 거죠.

Q. 긴 회의 시간 동안 쉬지 않고 손을 움직이려면 체력적으로 힘이 들 것 같아요. 메인오브제의 수어 통역을 할 때 힘들지는 않으신가요?

A. 퇴근 후 저녁식사도 거른 채 수어 통역을 하다 보면 힘들 때도 있죠. 아마 제가 목공을 잘 모르고 관심도 없었다면 못했을 것 같아요. 중도에 포기했을 것 같거든요.

Q. 힘들었던 만큼 보람을 느끼신 적도 많았을 것 같아요. 메인오브제의 수어 통역을 하면서 가장 보람 있다고 느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A. 저는 원목을 아주 좋아합니다. 나무 만지는 것도 좋아하고요. 본격적으로 뭔가를 만들어 보지는 못했지만 언젠가 은퇴하면 나만의 가구를 만들어야지 마음 먹고 있지요. 초창기엔 이렇게 하다가 자립은 언제 할까 낙심하기도 했는데 차츰 공방도 생기고, 공방의 모습을 갖춰가기 시작하고 온라인 채널에서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하는 것을 볼 때 굉장히 뿌듯하고 기뻤어요.

Q. 통역사님께 메인오브제는 어떤 의미인가요?

A. 메인오브제는 ‘나의 두번째 직장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저는 아마도 은퇴하면 메인오브제에 입사할거 같아요. 받아만 주신다면 말이죠. 시다바리라도 좋답니다. (웃음)

Q.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가 궁금합니다.

A. 조금씩 성장하고 있는 메인오브제에 거는 기대가 커요. 프로젝트 팀원들의 수고가 헛되지 않을 것이고 대표님도 열심히 하고 계시니 이제 괄목할만한 성과가 나오지 않을까요? 저도 더 열심히 수어 통역 할거고요, 목표는 월 매출 천 만원! 너무 셌나요? (웃음) 그래서 수어 통역수당도 당당하게 받을 수 있는 메인오브제가 되기를 격하게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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