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오로지 성실과 책임감으로 버텨 왔는데 그런 책임감이 스스로를 더 힘들게 한 모양이었다. 그러나 성실한 태도는 누구에게나 인정받을 수 있다고 확신하기에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자’는 격언처럼 언젠가 할 일이면 지금하고, 누군가 할 일이라면 내가 먼저 하고, 어차피 해야 하는 일이라면 최선을 다하자는 것이 그의 신념이었다.

그러나 세상은 만만치 않았다. 2008년에는 동주민센터에서 행정도우미로 일했다.

“전화 받고 심부름하고 한 달에 80만 원쯤 받았습니다.”

2014년 기계캐드 금메달. ⓒ이복남

행정도우미는 2년이 기한이었다. 행정도우미를 끝내고 부산 개발원에 다시 입학했다. 전산응용기술과라고 했는데 지금은 변경되어 그런 과를 잘 알 수가 없다.

그리고 2012년 부산장애인기능경기대회에서 건축제도CAD 부분에서 금메달을 받았다. 그리고 전국대회에서도 금메달을 수상했다. 장애인기능경기대회는 지방대회에서는 금메달을 받아도 다시 또 그 종목에서 출전할 수가 있다. 그러나 전국대회에서는 한 번 금메달을 받으면 다시는 그 종목에서는 출전을 할 수가 없다.

그래서 2014년에는 전산응용기계제도(CAD)로 출전했다. 물론 부산에서 금메달을 받았고 전국대회에서도 금메달을 받았다. 그러나 세계대회는 국내예선전에서 탈락했고 전국대회에서는 이미 금메달을 두 번씩이나 받았으므로 같은 종목에서는 더 이상 출전할 수가 없었다.

이제 더 이상 기능대회에 출전할 종목도 마땅찮아서 고심하다가 2017년 인테리어디자인으로 출전해서 동메달을 받았다. 그리고 2018년 부산대회에서 인테리어디자인으로 다시 출전해서 금메달을 받았다. 인테리어디자인은 시범종목인데 어떤 것을 디자인했을까. 부산대회에서의 문제는 ‘패스트푸드점을 설계하라’는 것이었단다.

2018년도 울산광역시 기능경기대회. ⓒ이복남

‘제35회 전국장애인기능경기대회’는 9월 11일부터 14일까지 나흘 동안 울산광역시에서 열렸다. 이번 대회에는 전국 17개 시도의 대표 기능인들이 참가해 정규 20개, 시범직종 11개, 레저 및 생활기능경기 9개 등 총 40개 직종에서 실력을 겨루었다.

정규직종은 20개 직종인데 3개 분과로 되어 있다.

산업직종 : CNC선반 가구제작, 시각디자인, 양복, 양장, 웹마스터, 전산응용기계제도(CAD), 전자기기, 전자출판, 제과제빵, 컴퓨터수리, 컴퓨터프로그래밍, 컴퓨터활용능력, 한복.

공예직종 : 귀금속 공예, 나전칠기, 목공예, 화훼장식.

특화직종 : 워드프로세서(뇌병변장애 1급), 점역교정(시각장애 1급~3급)

시범직종(13개 직종) : 건축제도CAD, 자전거조립, 번역(장애등급 1~3급 시각장애인), 안마(장애등급 1~3급 시각장애인), 보석가공, PCB설계, 3D 제품디자인, 인테리어디자인, 게임그랙픽디자인, Word processor, 바리스타, CNC밀링, 메카트로닉스.

레저 및 생활기능직종(9개 직종) : 그림, e-스포츠(진짜야구 슬러거), 네일아트, 한지공예, 도자기, 기기조립, 데이터입력, 봉제, 제과제빵.

최종혁 씨는 부산에서 금메달을 받았기에 전국기능경기대회에서 참가했다. 이번 대회에도 인테리어디자인 문제는 패스트푸드점의 인테리어디자인이었다.

“너무 아쉬웠어요.”

그는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하고 2등으로 은메달을 받았던 것이다. 건축제도CAD와 전산응용기계제도(CAD)로 전국기능경기대회에서 금메달을 받았었다. 그리고 이번 대회에서 인테리어디자인으로 은메달을 받았는데 전국대회에서 우승한 종목으로는 다시 출전할 수가 없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떻게 할 것인가.

“PCB설계, 시각디자인, 웹마스터, 컴퓨터 프로그래밍, 컴퓨터 활용능력 등 도전할 종목은 아직 많습니다.”

열심히 공부해서 다른 종목으로도 출전 할 거란다.

2018년도 인테리어디자인 은상. ⓒ이복남

공부보다는 건강이 우선이라고 했는데 그동안 재발은 하지 않았을까.

“26살 때 D병원에서 수술을 한 이후로 아직 재발은 안 했습니다.”

지난번에도 잘 안 먹고 너무 무리해서 쓰러진 것 같아서 그 후로는 나름대로 조심을 한단다.

전공 공부 외에 취미는 어떤 것이 있을까.

“음악 듣기를 좋아하고 롯데가 잘 할 때는 야구장에도 자주 갔는데 요즘은 잘 안 갑니다.”

그동안 연애는 해봤을까.

“해봤지요. 중학교 다닐 때 그리고 고등학교 다닐 때 개발원에서도 여자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내가 맘에 들면 그쪽에서 아니고, 그쪽에서 맘에 들면 내가 아닌 것 같단다. 누나는 결혼해서 외국에 나가있고, 부모님도 걱정을 해서 빨리 결혼하고 싶은데 쉽지 않은 것 같단다.

그는 현재 한국고용공단추천으로 한전에서 계약직으로 근무하고 있다.

“현재는 엑셀 등 검색을 주로 하고 있는데 계약직이 끝나면 무얼 해야 하나 걱정도 됩니다.”

그는 기계캐드 등으로 성실하게 노력할 것이므로 그의 열정을 맘껏 펼칠 수 있는 곳에 취업을 하고 싶단다. 아울러 맘에 드는 여자를 만나서 결혼도 할 수 있으면 좋겠단다. 결혼과 취업이 그의 꿈이자 부모님의 희망사항인데 그 꿈이 하루빨리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끝>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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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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