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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상장애인 ‘고군분투’ 사회복지기관 실습기

기관들 거절,어렵게 구해…맞춤·탄력근무 배려

소통 위한 연극동아리 참관…“IL센터 근무 꿈”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7-06-16 15:57:50
라이프라인장애인자립진흥회에서 120시간의 사회복지실습 중인 와상장애인 김율만 씨.ⓒ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라이프라인장애인자립진흥회에서 120시간의 사회복지실습 중인 와상장애인 김율만 씨.ⓒ에이블뉴스
김율만 선생님, 오늘 오전에는 연극반 참관하시고 오후에는 자립생활 교육 받을게요.”

15일 오전 9시 40분, 서울 마포구 망원동에 위치한 라이프라인장애인자립진흥회(이하 라이프라인)에 도착한 김 씨에게 지현우 기획정책팀장이 오늘 일정을 안내했다. 라이프라인장애인들의 복지 증진을 위해 다양한 교육, 활동보조 중계, 직업재활 등의 사업을 전개하는 곳으로, 와상장애인 김율만 씨(37세, 뇌병변1급)의 사회복지실습기관이다. 김 씨는 지난 5일부터 주5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출근하고 있다.

현재 서울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 김 씨는 졸업을 앞두고 실습기관을 구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4월부터 강서구 지역 대부분 기관에 전화를 했지만 ‘장애가 심하다’는 이유로 김 씨를 거절했다. 김 씨는 당시 SNS를 통해 “사회적 약자에게 배려와 기회를 줘야 하는 것 아니냐, 사회복지기관이 복지를 말할 자격이 있냐”고 호소하기도 했다.

결국 4월 26일이 되서야 어렵게 실습기관을 구했다. 삼육재활학교 중학교 재학 시절 동기였던 라이프라인 부설 마포우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황성준 국장의 도움이었다. 김 씨가 실습기관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는 소식을 듣고, 라이프라인에 추천했다.

황성준 국장은 “다른 친구를 통해 율만이의 소식을 접했다. 기관에 남는 자리를 알아보니 있다고 해서 추천하게 됐다”며 “(율만이는)중학교 때부터 몸이 약해서 자주 결석했던 친구 였지만, 공부를 참 잘했던 아이였다. 현재도 실습을 잘 수행하고 있는 것 같아서 뿌듯하다”고 말했다.

라이프라인장애인자립진흥회에 출근해 컴퓨터를 켜고 있다.ⓒ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라이프라인장애인자립진흥회에 출근해 컴퓨터를 켜고 있다.ⓒ에이블뉴스
사회복지학과 학생들이 수행해야 할 사회복지실습 시간은 총 120시간, 비장애인의 경우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풀타임으로 총 15일 정도 근무 한다. 라이프라인은 장애가 심한 율만 씨의 장애특성을 고려해 특별히 탄력 근무를 적용했다. 7월 7일까지 총 24일로 기간을 늘리고, 출퇴근 시간 또한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로 잡았다.

또 행정 서류 타이핑이나 오탈자 확인 등의 스피드나 신체적 기능을 요하는 업무 대신 지적 능력을 요하는 기획 업무로 대체했다. 많은 우려 속 시작했던 도전이지만 비교적 순탄히 잘 이뤄지고 있다.

율만 씨와 일 대 일 교육을 진행하는 지현우 팀장은 “율만 씨에 맞춰서 4파트로 나눠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사업제안서 작성은 그저께 마쳤으며 현재 자립생활센터에 대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며 “이후 활동지원팀 업무, 직업재활 등으로 이어갈 예정이다. 사실 걱정 많이 했는데 시간만 충분히 주어지면 잘 해낸다. 실습일지의 경우 웬만한 분들보다 더 잘 작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극동아리 수업이 한창 진행 중인 모습(위). 요일 별로 다양한 동아리가 진행된다(아래).ⓒ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연극동아리 수업이 한창 진행 중인 모습(위). 요일 별로 다양한 동아리가 진행된다(아래).ⓒ에이블뉴스
기자가 찾은 이날 오전 교육 스케줄은 연극동아리 수업 참관. 하반기 공연을 앞두고 연극배우, 장애인활동가 등이 모여 ‘사랑, 그 어려운 이야기’ 공연 연습에 한창이었다. 집 안에만 있던 율만 씨가 사람들과 소통하는 동아리 활동에 간접적으로 참여시키기 위한 배려다.

“너 귀엽게 생겼다”, “흠, 그런 소리 많이 들었어!”, “지랄~ 뭐하냐 둘이! 잡소리 말고 이리와!”

세 명의 동아리원들의 유쾌한 대사가 이어지자 율만 씨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2시간여 동안 진행된 연극동아리 수업도 지루할 만도 하지만 율만 씨는 “너무 재밌다”고 했다. 동아리원들과 강사도 “연습실에서 대짜로 쭉 뻗어 있는 사람 누구야”, “학생이 건방지게 누워있냐!”고 장난 치며 율만 씨가 소외되지 않도록 했다.

“내가 척수손상이라니!”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대본을 읽고 있는 박승유 이사는 율만 씨의 가능성을 가장 먼저 발견했다. 율만 씨가 졸업해서도 사회복지사로 활동할 수 있도록 최근 어학공부를 추천하기도 했다.

박 이사는 “처음 추천이 들어왔을 때 아주 기본부터 시작하면 되겠다는 자신감은 있었다. 자주 접하지 못하는 최중증장애인이다보니 우리도 이번 실습으로 더 배울 수 있고 기관의 수준도 깊어지겠다고 생각했다”며 “율만 씨는 광장히 밝고 도전 의식이 강하다. 나중에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복지사로 일할 수 있을 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기관에서도 (율만 씨에)맞춰서 교육을 진행한다”고 말했다.

이날 수업에 참관한 김율만 씨가 동아리원들과 환하게 웃고 있다.ⓒ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이날 수업에 참관한 김율만 씨가 동아리원들과 환하게 웃고 있다.ⓒ에이블뉴스
오전 수업을 마친 김 씨는 “평소 연극 보는 것을 좋아하는데 재밌었다. 실습 중에서 이렇게 모임에 참여하는 것이 재밌다”며 “집에만 있다가 여러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어서 즐겁다. 남은 실습 기간 동안 열심히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김 씨는 “내년 초에 졸업하는데 사회복지사로 취업이 가능할지 걱정스럽다. 지금 생각으로는 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권익옹호 활동을 하고 싶다. 거리에 나와 장애인생존권을 외치는 투쟁도 참여하고 싶다. 꼭 이뤘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라이프라인 유흥주 회장은 “나도 중증장애인이지만 율만 씨 같이 와상장애인들이 사회복지실습 기관을 찾기란 쉽지 않다. 우리 기관도 와상장애인은 처음”이라며 “우리 스스로도 이번 기회를 통해 한 단계 발전할 수 있을 것 같다. 와줘서 오히려 우리가 고맙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유 회장은 “만약 최중증장애인들이 실습기관을 찾기 어렵다면 얼마든지 우리 기관에 문을 두드려 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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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 (lovelys@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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