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당시만 해도 대발작은 아니고 단순부분발작을 했습니다.” 그럼에도 초량중학교에는 입학을 못했고 B중학에 입학을 했지만 학교에서 거부를 했다. 그래서 1년간 휴학을 했다. “새벽이면 아버지하고 황령산엘 올랐습니다.”

김정철 씨와 친구들. ⓒ이복남

식구들하고 있을 때는 마음이 편해서 그런지 발작을 잘 안했다. 그런데 밖에 외출이라도 하고 오면 어머니의 인사가 “오늘은 괜찮았나?”인데 그 말이 정말 듣기 싫다고 했다. 그렇게 어영부영 중학교 3년을 졸업했다.

기술교육이 한창이던 시절, 주변사람들이 추천한 한독직업학교 전기과에 입학했다. 한 달 쯤 다녔을까. 발작이 왔다. “뇌전증(腦電症)이란 다른 말로 표현하면 뇌에서 전기 스파크가 튄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뇌전증을 가진 사람이 전기를 만지다니 큰일 날 일이었다. 결국 직업학교를 그만두었다.

그랬더니 갈 곳이 없었다. 아버지는 시외에서 C고등학교를 물색해 왔다. “새벽에 집을 나와서 명륜동터미널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학교를 갔습니다.” 학교도 공부도 재미가 없었지만 그가 할 일이라고는 학교 밖에 없었기에 학교는 다녔다. 그러나 학교가 너무 멀기도 하고 가끔씩 발작도 일어나는 등 사정이 여의치 않아서 결국에는 학교도 중퇴하고 말았다.

“진단서를 지참하고 부모님과 같이 신체검사를 받으러 갔습니다.” 병역은 면제 되었다. 집에 있느니 취직을 해 보라고 했다. D주유소에 취직이 되었다. LPG주유소였는데 그가 하는 일은 커다란 탱크에서 5kg 10kg 20kg 등으로 LPG를 소분하는 일이었다. “그 일은 그런대로 괜찮은 것 같았습니다.”

장애인등급제 폐지를 위한 서명운동. ⓒ이복남

그 때까지도 그는 단순부분발작을 했기에 전조증상이 오면 구석에서 혼자서 견디기도 했다. 그를 담당하는 E의사가 병원을 옮기면 그도 E의사를 따라갔다. 그는 계속해서 약을 먹고 있었던 것이다.

한 번은 E의사에게 약을 타러 갔는데 E의사는 수술을 해 보자고 했다. 왼쪽 뇌에서 뇌전증파가 감지가 되니 그쪽 부분의 뇌를 잘라낸다는 것이었다. 그도 부모님도 걱정을 했지만 E의사는 80~90%는 성공할 수 있다고 해서 수술을 결심했다.

“4년 동안 다니던 주유소를 그만 두고 수술을 했습니다.” 왼쪽 측두엽 부분의 뇌를 3분의 1쯤 잘라냈다. 언어장애가 올지 모른다며 그 쪽 부분은 남겨 놨다고 했다. 수술은 11시간이나 걸렸다. 20일 쯤 지나서 샤워를 해도 된다고 했다. “그래서 샤워를 했는데 샤워를 하다가 그대로 쓰러진 겁니다.” 병원 샤워 실이었기에 누군가에게 발견이 되어서 병실로 옮겨졌다.

필자가 아버님과 통화를 했다. 12살 무렵 처음에는 자다가 경기를 하면서 헛소리를 하기에 저녁에 먹은 것이 잘못 되었나 싶어서 응급실로 갔다고 했다. “참 별별 짓을 다 했습니다.” 별 소용이 없었고 결국은 수술까지 했었다는 것이다.

“병원에 한 달쯤 있었는데 입원해 있는 동안 몇 번이나 발작을 해서 의사에게 왜 이러냐고 물었습니다.” 의사는 언어장애가 올까봐 뇌를 다 잘라내지 못해서 그런 것 같다고 했다. 그 때만 해도 의료보험도 안 되던 시절이라 큰돈을 들여서 수술을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며 아버님은 울먹거렸다.

“서민들 생활이야 뻔하겠지만 우리 정철이 교통비가 제일 많이 듭니다.” 길에서 발작을 하게 되면 기운이 없기에 버스나 지하철은 탈 수 없어서 택시를 타게 된다는 것이다.

“부모 욕심이겠지만 죽기 전에 우리 정철이 짝이나 지워주었으면 소원이 없겠습니다.”

결혼을 하면 좋겠지만 정철 씨는 뇌전증장애인은 결혼이 어렵다고 했다. 아무튼 수술 후. “그 때부터 나아지기는커녕 대발작이 시작되었습니다.” 전신발작에서 소발작은 주로 소아에서 일어나는데 대발작은 전신강직간대발작이라고 한다. 대발작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형태인데 갑자기 정신을 잃고, 호흡곤란, 청색증, 고함 등이 나타나면서 전신이 뻣뻣해지고 눈동자와 고개가 한 쪽으로 돌아가는 강직 현상이 나타나며 침을 심하게 토해 내기도 한다.

‘게거품을 문다’는 ‘괴롭거나 흥분해서 거품처럼 내뱉는 침’을 뜻하는데 일반 사람들도 감정이 격앙되면 게거품을 물수가 있는데 뇌전증으로 대발작을 하게 되면 게거품을 물수도 있다는 것이다. 당시만 해도 뇌전증은 장애등급에도 포함되지 않았었다.

2015년 연말 시상식에서. ⓒ이복남

2003년 7월 1일 장애인복지법이 개정되어 10개 유형에서 호흡기, 간, 안면, 장루․요루, 그리고 간질 즉 뇌전증 등 5개가 포함되어 15가지 유형이 되었다. “그 때 바로 장애인등록을 했는데 간질 2급이었습니다.”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으므로 더 이상은 취직을 할 수도 없었다. 운동을 좋아했다면서 체육활동을 해 볼 생각은 안 해 봤을까. “안 그래도 뭘 해 볼까 생각하다가 수영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잠깐, 옛날 어른들이 발작은 불이나 물 또는 특정 행동이나 물건에 반응한다고 하던데 물에 대해서 그런 증상은 없을까. “어떤 사람들은 그런다고 합디다. 그런데 저는 특별히 그런 것은 없는 것 같은데, 누군가가 부아를 돋우고 시비를 걸면 성격이 폭발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수영은 어떻게 되었을까. “장애인 수영장엘 찾아 갔었는데 간질은 안 된다고 합디다.” 장애인 수영장은 안 된다고 했지만 남산동에 있는 F수영장에서 장애인은 50%라고 해서 찾아 갔다. 당시 그의 집은 남산동에 있었다.

F수영장에서도 처음에는 수영하다가 쓰러지면 죽을 수도 있으므로 안 된다고 했다. “보호자가 있으면 가능합니까?” 그래서 승낙은 받았지만 사실은 보호자 없이 혼자 다녔단다. 처음에 3개월을 끊었는데 3개월 하고는 그만두었다. F수영장이 산위에 있어서 교통편이 너무 불편했던 것이다. <3편에 계속>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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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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