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음악기관 브릿지뮤직에서 인터뷰를 진행한 후 환하게 웃고 있는 박모세군과 그의 어머니 조영애씨.ⓒ에이블뉴스

“어떤 모습이라도 좋으니 살아만 있어다오”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 둘째 아이까지 가진 나에게 의사는 청천벽력 같은 사형선고를 내렸다. 임신 4개월째, 내 뱃속에 있는 아이의 머리뼈가 형성되지 않았다는 말이었다.

‘절대 살 수 없는 아이다, 산모도 위험하다’며 병원에서는 입모아 수술을 권유했다. 나까지 위험하기 때문에 한시가 급하단다. 하지만 내 뱃속에서 조그마한 태동이 느껴졌다. 수없이 입·퇴원을 반복하며 독하게 아이를 출산했다. 사랑스런 나의 아들, 기적 같은 ‘모세’가 내 품으로 온 날이다.

두개골 기형을 갖고 태어난 모세는 대뇌의 90%, 소뇌의 70%를 절제하는 등 6차례 이상 큰 수술을 받았다. 뇌의 10% 밖에 남지 않은, 걷지도, 말하지도, 보지도 못 할 아이라던 우리 모세. 죽을 아이라고 생각해서 그런지 엉망으로 꿰매진 ‘찌그러진 냄비’ 같은 작은 아이를 보며 나는 숨죽이며 울었다.

울음소리조차 없던 모세가 3개월 만에 ‘까르르’ 웃음소리를 냈을 때 나는 하늘에 감사했다. 아무것도 필요 없다고, 제발 건강히만 내 곁에 있어달라고.

서울 압구정동에 위치한 장애인음악기관 브릿지뮤직에서 만난 조영애씨(54세)는 아들 박모세(25세, 중복1급)의 손을 꼭 잡은 채 눈물을 글썽였다. 각종 인터뷰를 통해 25년간 키워온 모세이야기를 수없이 했지만, 여전히 꿈 같고, 기적과도 같다.

오래전 모세가 홍해를 가른 것과 같은 기적이 어렸다는 이름의 ‘모세’. 그는 목소리로 모든 이들의 마음에 감동을 심는 장애인 성악가로 활동하고 있다.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장애는 모두 갖고 있다”는 모세군은 지적2급, 편마비로 인한 지체5급, 시각 4급 등 중복장애1급으로 엄마 영애씨가 없으면 혼자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밥 먹기부터 통학, 그리고 신변처리까지 모두 영애 씨의 손을 거쳐야 한다.

“모세는 너무 작은 아이였어요. 처음 씻겨보려고 보자기를 폈는데 개구리 같이 너무 말라서 가죽이 꼬여있었어요. 보지도, 듣지도, 걷지도 못하는 모세였지만 내 옆에 있다는 그 자체가 기적이었지요.”

모세는 다른 또래 친구보다 모두 느렸다. 힘이 없어서 우유젖병도 빨지 못한 모세는 남들이 한 번에 먹는 우유를 하루 종일 10번에 나눠 먹었다. 모세에게 기적이 일어난 것은 5세 때. 부모를 따라 교회에 다녔던 모세의 말이 조금씩 트이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모든 소리를 다 따라했다.

‘어라? 잘 따라하네. 우리 모세에게 노래를 시켜볼까?’ 어린이집 재롱잔치에서 선보인 모세의 노래에 모두들 감동했다. 그저 노래를 부른다는 자체에 감사하느라 모세가 잘 부른다는 것은 잘 몰랐다. 그러나 그날 재롱잔치를 통해 “울림이 있다”는 칭찬을 수없이 받았다. 그래, 모세가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음악이다. 그렇게 음악의 길을 걷게 됐다.

'평창스페셜뮤직페스티벌에 참여할 당시 박모세군(가운데).ⓒ에이블뉴스DB

“모세는 보지도 못하고, 율동도 못해요. 암기능력이 있고, 따라하는 능력이 있으니까 노래를 시켜보자 했죠. 저는 사실 모세가 노래 부르는 거에 너무 감사해서 엄청난 것을 몰랐어요. 전 세계가 보는 가운데 모세가 노래가 불렀을 때 저는 멈춰있는 기분이었죠.”

2001년, 삼육재활학교 시절, 한국여자농구연맹(WKBL)의 여자프로농구 개막식에서 애국가를 부른 인연으로, 모세는 당당히 대중 앞에 등장했다. 2012년 RI세계대회 주제곡 공연, 반기문 UN총장과 퍼포먼스를 거쳐, 평창스페셜 뮤직페스티벌의 인연으로 ’2013년 1월 평창동계스페셜올림픽 개막식에서 애국가를 부르며 많은 이들에게 알려졌다. 각종 신문사, 방송사들의 연락이 밀려오는 엄청난 관심은 사실 행복보다는 고통에 가까웠다.

“스페셜올림픽 개막식 공연 당일 날도 취재진들이 몰려서 모세가 너무 힘들었어요. 아침 8시부터 방송, 인터뷰가 밀려들어서 애가 휘청거리는 거예요. 저는 너무 불안해서 기도를 드렸어요. 정작 노래는 못 듣고 그저 아이가 무사히 노래를 마치게 해달라고 빌었죠.”

현재 모세군은 백석예술대학교 음악학부에서 성악을 전공하는 학생으로, 무대에 서는 음악가로 행복을 느끼고 있다. 건강의 문제로 2학년 1학기까지 학업을 마친 모세군은 내년도 2학기에 복학해 학업을 마칠 예정이다. 그리고 항상 행복하게 노래를 부르고 싶은 것이 꿈이다.

장애인 음악기관 브릿지뮤직에서 인터뷰를 진행한 박모세군과 어머니 조영애씨. 그리고 브릿지뮤직 김수진 대표(왼쪽).ⓒ에이블뉴스

특히 오는 15일 장애인 음악기관 브릿지뮤직이 주최하는 장애인 인식개선 음악회 ‘꿈과 함께 날다’에 참여, 장애인 사물놀이팀 땀띠 공연에 이어 총 3곡을 부를 예정이다.

모세군과 첫 인연을 맺은 브릿지뮤직 김수진 대표는 “홍성교회에서 장애인 예배를 시작하기에 앞서 교인들의 인식개선을 위한 공연을 기획하다 모세를 알게 됐다”며 “모세에게는 부족하지만 마음을 움직이는 에너지가 있다”고 극찬했다.

많은 사람에게 희망과 감동을 전해주고 싶다는 모세군, 그는 매일 노래하는 것이 꿈이다. 그리고 그의 곁에는 모세를 위해 기도해줄 영애 씨의 사랑이 있다. 인터뷰 내내 생글생글 밝은 표정을 짓는 모세군 에게 마지막으로 “노래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노래는 에너지에요. 나의 삶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고, 노래는 나의 삶에 가장 유일한.. 노래가 없으면 나는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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