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열심히 일을 했고 제법 돈을 모았다. 그래서 광안리에 B안마원을 차렸다. 그런대로 잘 되어가고 있었는데 안마원을 옮겼다. 잘 나가는데 왜 옮겼을까.

“87년에 해운대관광호텔을 파라다이스호텔로 오픈하게 되었습니다.”

파라다이스호텔에 안마원으로 입점을 하게 된 것이다. 호텔에 일본 손님이 많아서 그의 안마원에도 손님이 많았다. 안마사들도 서너 명이 되었고 그도 돈을 많이 벌었다. 그 무렵 앞을 보는 약시 여자 안마사 C 씨가 있었다.

하재국 씨와 아내 변위자 씨. ⓒ이복남

그는 아무도 없는 천애고아였다. 그도 기회가 된다면 가족을 가지고 싶었다. 그는 C 씨에게 호감이 갔다. C 씨도 그에게 마음이 있었다. 얼마 후 그는 C 씨와 결혼했다. 큰딸 그리고 작은 딸을 낳았다. 딸 둘을 낳았고 안마원도 번창했다. 손님도 많았고 돈도 잘 벌었기에 다른 곳에 여관도 하나 샀고 여지저기 부동산에 투자도 했다.

필자는 하재국 씨를 해운대 그의 자택에서 만났는데 옆에는 아내가 있었다.

“어차피 알게 될 거지만 우리는 재혼입니다.”

아이도 둘이나 있고 돈도 잘 벌었다면서 왜 C씨와 이혼을 했을까.

“집사람이 약시라서 부동산 투자 같은 것을 전부 집 사람이 다 했습니다.”

알고 보니 부동산에 투자 한 것이 중개사의 농간이었다. 재산을 전부 날렸다. 사기를 당한 것을 알자 아내 C 씨와도 갈등이 생겼다. 그러자 C 씨는 자기 탓이라며 딸 둘을 둔 채 집을 나갔다.

“그래도 안마원은 계속 했으므로 애들은 가정부가 키웠습니다.”

지금 큰 딸(27살)과 작은딸(25살)은 다 커서 서울에서 직장을 다닌다고 했다. 그렇다면 지금의 아내는 어떻게 만났을까.

“교회에서 성경공부를 하다가 만났습니다.”

엘림안마원 카운터에서 변위자 씨. ⓒ이복남

아내 변위자(1957년생) 씨는 그가 시각장애인임을 알고 처음에는 봉사자로 도와주다가 결혼을 하게 되었다. 변위자 씨도 재혼이었던 것이다. 다시 아내가 생기자 그의 생활도 안정이 되고 아이들도 새엄마를 잘 따랐다.

“이제부터는 하나님이 시키는 일을 해 보고 싶었습니다.”

그와 아내는 칼빈신학교에 입학해서 본격적으로 신학공부를 시작했다. 그리고 부산시각장애인기독선교회를 창립했다. 그동안 시각장애인선교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조그만 교회나 동아리 수준이었는데 그가 정식으로 사)한국시각장애인기독선교회 부산지부를 발족한 것이다.

“2006년 제일 먼저 시작한 일이 설이나 추석 같은 명절에 홀로 있는 시각장애인 독거노인을 우리 집으로 불러 하루라도 모시는 것이었습니다.”

시각장애인심부름센터도 명절에는 쉬기 때문에 제일 고민이 수송문제였는데 마침 두리발(콜택시)에서 협조를 해 주었다. 두리발에서 차량 몇 대를 지원하여 그 지역에 사는 독거노인 서너 명을 같이 태워다 주었던 것이다.

“우리 집에서 명절 음식을 해서 노인들을 대접하고 오후에는 근처 온천센터에서 온천을 하고 저녁에는 다시 각자 집으로 모셔다 드렸습니다.”

명절이라 일손이 부족했다. 음식은 아내 변위자 씨가 다 하고 명절이라 집에 온 딸들이 엄마를 거들었다.

“딸 들이 아빠 때문에 명절날 어디 가지도 못한다면서 투덜거렸지만 즐거운 비명이었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 20여명이었는데 이제는 나이 들어서 돌아가신 분도 있고, 소문을 듣고 새로 오신 분도 있단다.

“제 어린 시절의 한과 꿈을 펼치게 해 준 하나님과 아내 그리고 딸들에게 감사드립니다.”

광명학교 시절 명절이 되어도 찾아오는 사람도 없고 갈 곳도 없는 외로움과 서러움은 뼈에 사무쳤다고 했다.

시각장애인기독선교회에서는 서면 여전도회관에서 격주로 모임을 가진다. 전체 회원은 100 여명인데 한 번 모임에는 5~60명이 참석한다. 그들은 모여서 기도하고 찬양하고 성경공부도 하고 함께 식사도 한단다. 매주 모이는 기도회도 있고 셋째 주에는 외국인근로자들에게 안마봉사를 한단다.

“동남아에서 온 사람들 대부분이 이슬람교를 믿는 사람들인데 선교도 할 겸 안마를 해 주면 좋아합니다.”

가끔은 다른 교회 안마봉사를 나가기도 하는데 경비는 대부분이 자비량이란다.

“마침 센텀호텔에 가게를 분양 받아 엘림안마원을 차렸습니다. 그곳에서 부산시각장애인기독선교회를 위한 준비기도회를 시작하였습니다.”

추석에 그의 집에 초대한 어르신들. ⓒ이복남

엘림안마원에서는 일반 손님들도 받고 안마바우처 손님도 받고 있다. 안마바우처란 시각장애인의 일자리 창출과 장애인 및 노인들의 건강을 위해서 만든 제도다. 지체장애인이나 뇌병변장애인 그 외에 만 60세 이상 어르신 중 전국 가구 평균소득 140% 이하인 사람은 월 4회씩 10개월 간 안마를 받을 수가 있다.

선교회에서는 일상적임 모임 외에 수련회를 개최하는데 올해 하계수련회는 지난 8월 20일 주기철목사기념관 등을 순례했다.

“그동안은 돈벌이에 정신이 없었는데 이제 남은 시간은 선교회의 활성화와 목회의 길로 나아가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독자건물을 가지려고 노력 중이란다. 그래서 마음 놓고 성경공부도 하고 찬양도 하고 싶다는 것이다. 그러나 앞을 못 보는 시각장애인이므로 주방봉사자나 차량봉사자가 좀 많았으면 좋겠단다. 기독교 선교에 뜻 있는 분들은 시각장애인 봉사도 함께 해 보는 것은 어떠실지……. <끝>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