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주최의 ‘장애인 인식개선 토크콘서트 ’희망충전'에서 공연 중인 김용우.ⓒ에이블뉴스

17일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주최의 ‘장애인 인식개선 토크콘서트 ’희망충전‘. 서울시청 시민청 바스락홀에 들어찬 앳된 학생들이 두 사람의 몸짓에 숨을 죽이며 지켜본다. 명곡 ‘You raise me up’에 맞춰 휠체어를 굴리는 김용우와 그의 파트너. 애절한 눈빛과 몸짓에 탄성을 자아낼 법도 하지만, 5분여시간 침묵만 감돈 채 음악이 멈췄다.

30분이 흐른 뒤 다시 시작된 그들의 몸짓. 이번엔 침묵은 없었다. 열정적인 환호와 뜨거운 박수가 두 사람을 감쌌다. 휠체어 탄 무용수 김용우가 바꿔놓은 30분의 시간. 그 안에는 ‘열정’, ‘도전’, ‘행복’ 3가지 키워드가 남아있다.

휠체어를 탄 긴 머리의 김용우. 장애예술계에서는 이름만 들어도 ‘아~’소리가 나오지만, 교복을 입은 어린 학생들에게는 생소하다. 알고있다의 ‘아~’가 아닌 장애인을 바라보는, 더욱이 춤추는 장애인을 바라보는 놀라움의 ‘아~’. 김용우는 익숙한 듯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저는 휠체어를 타고 있지만, 선천적 장애는 아니에요. 군대도 다녀왔고, 캐나다 유학도중 1997년 26세의 나이로 사고를 당했어요. 척추신경의 70%가 손상됐고, 하반신 장애인이 됐어요.”

누구나 다 그러하듯이, 김용우 또한 자신의 장애를 받아들이긴 힘들었다. ‘나는 장애인이 아니다’란 생각이 끊임없이 감쌌다. 한 번도 장애인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해보지 않은 젊은 청년. 다시 일어설 것이라는 희망을 놓지 않았다. 신께 기도도, 치료도, 한약도 무엇이든지 노력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그의 통곡은 커져만 갔다.

“여러분들, 몸이 아프다 보면 할 수 있는 것 다 하게돼요. 저는 전신에 침을 100대 넘게 맞았고요, 죽기 살기로 노력했어요. 근데 그 노력이나 마음이 현실과는 달랐어요. 분노하고, 절망하고, 때로는 좌절하고 통곡하고. 너무 힘든 시간이었죠.”

‘후회 없이 살아야겠다.’ 문득 그에게 스쳤던 생각이 지금의 김용우의 몸짓을 만들었다. 난 이렇게 젊은데 왜 이렇게 살아야할까, 내 삶은 너무나 소중한데. 감각 없는 다리를 조금씩 내 소중한 다리로, 휠체어를 내 몸으로 그렇게 장애를 서서히 받아들여간 김용우. 본격적으로 자신의 제2의 인생을 탐방했다. 그를 이끈 건 화려한 의상을 입은 휠체어 댄스스포츠였다.

“누군가가 저에게 제의해서 한번 해보게 됐어요. 그때까진 우리나라에서도 생소한 종목이었거든요. 휠체어를 탔지만 여성파트너와 춤을 신나게 추는 모습, 새롭고 신기했죠. 또 제가 좀 재밌었나봐요? 시작 2년 만에 대회에서 상을 타게 됐죠.”

2003년 일본 휠체어 댄스스포츠 전국대회부터 2005년 홍콩에서 열린 아시아 선수권대회 우승까지. ‘일로써 먹고 살 수 있을까’란 마지막 고민 속 다녀온 홍콩에서 김용우는 직접 A4용지에 적은 ‘대한민국’을 들고 당당히 1등을 했다. 인지도가 없어 피켓조차 없었던 서러움이 폭발했던 걸까. 그 후 4년 동안 아시아 챔피언을 거머쥐었단다.

17일 강연중인 휠체어 무용수 김용우. 그는 휠체어 댄스스포츠 아시아챔피언에서 현재는 빛소리친구들 단장을 맡고 있다.ⓒ에이블뉴스

“2008년 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며 은퇴했어요. 선수로써가 아닌 무용가로서 작품 활동하고 싶었거든요. 2009년부터 빛소리친구들 무용단 단장을 하며 작품 활동을 하고 있어요. 올해 같은 경우는 핀란드에 초청돼서 공연도 펼칠 예정이구요. 춤을 통해 저의 인생을 새롭게 만들어가고 있는 거죠.”

‘김용우와 춤’. 춤을 통해 제2의 인생을 경험했고, 많은 친구들도 만났다. 물론 그를 따르는 후배들까지. 처음 파트너와의 눈 마주침도 어려웠던 그였지만, 춤을 추며 한 사람의 파트너로, 그 후론 아내로 만들었다. 이날 새하얀 의상으로 우아한 몸짓을 뽐낸 여성 파트너가 바로 김용우의 아내 이수민씨인 것.

“아내를 만났을 때 ‘너는 어떠한 삶을 살고 싶어?’라고 물은 적이 있었는데 답을 못했어요. 다음에 만나서 다시 물어보자, 아내는 ‘나는 행복한 삶을 살고 싶어’라고 말했어요. 그래서 제가 그랬죠, ‘알았어, 그러면 어떻게 행복하게 살 수 있는지 고민해보자’. 그렇게 꼬셔서 함께 살았어요.”

단순히 ‘꼬셨다’는 것이 포인트가 아니다. 김용우가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누구나 살다보면 겪는 고비에서 ‘내가 원하는 삶은 무엇인가’라는 고민을 잊지 말라는 것이다. 내가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찾다보면, 어떻게 살아야하겠다는 답이 나온다는 것.

“저는 후회 없이 살아보고 싶어요. 제 삶을 자신 있고 멋있고 재밌게 살고 싶거든요. 제가 갖고 있는 육체적 장애보다는 도전하지 않는 삶이 더 큰 장애가 아닐까요? 인생은 선물이에요. 다시는 돌아오지 않아요. 자신이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 생각하는 것이 직업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명심해요, 학생들.”

17일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주최의 ‘장애인 인식개선 토크콘서트 ’희망충전'에서 공연 중인 김용우.ⓒ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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