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노원구 건영볼링장에서 열린 서울특별시장배전국장애인볼링대회에서 공을 고르고 있는 도학길 선수. 신중한 눈빛이 역력하다. ⓒ에이블뉴스

칠순이 넘었지만 국가대표에 재차 도전하는 한 시각장애인이 있다. 주인공은 부산시장애인볼링협회 소속 도학길(72·시각1급) 선수다.

15일 서울시 노원구 건영볼링장에서 열리고 있는 서울특별시장배전국장애인볼링대회 TPB2 남자 부문의 한 레일에서는 경쾌한 소리가 들렸다.

도학길 선수가 굴린 공이 핀 전부를 쓰러뜨린 것. 적지 않은 나이지만 구력은 젊은 선수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컨디션이 좋지 않았기 때문일까? TPB2 종목(약시)에 출전한 도학길 선수는 만족할만한 경기를 치루지 못했다.

애버리지(평균)가 170~180정도라는 그는 오늘 경기에서 150점, 160점, 156점, 179점을 획득해 총 645점을 기록, 9위라는 성적을 거뒀다.

그는 지난 2005년 환갑을 넘긴 나이인 62세에 처음 시각장애인 볼링에 입문했다. 친구를 따라서 볼링장에 갔다가 재미를 붙인 것.

“친구가 2년 동안 끈질기게 볼링장에 가자고 졸랐습니다. 그 전에는 볼링장에 가 본적도 없고 볼링이 무엇인지도 몰랐죠. 하루 이틀 볼링장에 가서 볼링을 하니 이게 저한테 맞는 운동이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볼링을 한지 수개월, 지인으로부터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 나가보라는 권유를 받았다.

120여명이 모여서 하는 경기에 참가하니 너무 재밌었다고. 그는 입문한지 수개월 만에 2인조 경기에서 은메달을 획득했다.

그렇게 볼링에 발을 들인 도학길 선수가 국가대표로 발탁돼 국제대회에서 메달을 획득하기도 했다. 지난 2010년 광저우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 시각장애인 볼링 2인조 부문에서 은메달, APC 텐핑볼링 챔피언십에서 3인조에서 은메달 등을 거머쥐었다.

“제가 국제대회에서 메달을 딴게 지역신문에 실렸습니다. 소식을 들은 지인들은 언제 볼링을 배웠는지 등을 묻는 전화가 빗발쳤습니다. 볼링이 사람의 기분을 이렇게 좋게 할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는 평소 비장애인 경기에 참가하기도 한다. 2013년도에는 부산의 한 볼링장에서 있었던 비장애인 볼링 경기에 참가해 80명 중 5등을 차지하기도 했다. 명절에는 자녀들과 볼링을 치기도 한다고.

“비장애인들과 경기를 하면서 제가 시각장애인이라고 말하면 사람들이 믿지 않습니다. 비장애인도 잘 맞추지 못하는 것을 눈이 잘 안 보이는 사람이 핀을 맞추니까요.”

시각장애인 볼링을 한지 10년. 그는 2012년 서울 88체육관 볼링장에서 있던 국제경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이 대회에서만 개인전 금메달, 2인조 금메달, 4인조 은메달을 획득했다. 특히 7개국 선수들 중 개인점수를 가장 많이 획득한 사람 중 3등을 하기도 했다.

국가대표 선발전 참가자격 포인트를 획득하기 위해 참가한 그. 비록 오늘 경기는 결과가 좋지 않았지만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다면서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다음 경기를 준비하고 있다.

볼링공을 손으로 들 수 없을 때 은퇴를 하겠다는 국내 최고령 시각장애인 볼링선수 도학길 선수의 아름다운 도전을 응원해본다.

한편 2015서울특별시장배전국장애인볼링대회는 오는 18일까지 노원구 중계동의 건영옴니볼링센터에서 전국의 장애인볼링선수 37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국가대표 선발포인트를 얻기 위한 경쟁을 벌인다.

15일 노원구 건영볼링장에서 열린 서울특별시장배전국장애인볼링대회에서 공을 굴리고 있는 도학길 선수. ⓒ에이블뉴스

“볼링공은 이렇게 굴리는 거야!” 도학길 선수가 공을 굴리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만족스러운 점수를 얻은 후 동료에게 기쁨의 표시를 하고 있는 도학길 선수. ⓒ에이블뉴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