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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준 재활운동, 이젠 삶의 목표가 되다

[인터뷰]휠체어 탄 국가공인 운동처방사 이용로씨

경험과 이론 장착, ‘재활운동전문가’ 양성에 진력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5-06-19 17:38:37
한국의 아놀드 슈왈츠제네거를 꿈꾸던 한 청년은 자신이 장애인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것도 스물 일곱 가장 아름다운 나이에.

장애를 받아드릴 수 없었던 청년은 스스로 목숨을 끊을까도 생각했지만 그동안 자신이 이뤄낸 모든 것을 포기하기에는 너무 젊었다.

죽을 때 죽더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운동을 해보고 죽자고 다짐했던 그는 휠체어농구, 테니스, 역도 등 5개 종목의 선수로 활약했고, 장애인 최초로 체육학 박사가 됐다.

국가공인 운동처방사 이용로(51세·지체장애1급)씨의 이야기다.

1990년 7월23일. 그의 인생의 전환점이 된 날이다. 그가 탄 택시가 빗길 과속으로 미끄러져 마주오던 차량과 부딪치는 사고를 당했다.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3주 만에 깨어나자마자 의사에게 물었던 말은 운동을 할 수 있냐는 것이었다. 돌아온 말은 흉수 12번 1번 요추가 완전마비 돼 하지를 움직일 수 없다는 진단이었다.

“청천벽력같은 말이었어요. 당시 아는 감독님이 미스터코리아가 되면 액션배우를 시켜준다고 했었거든요.”

그는 무언가에 홀린 사람처럼 재활 운동에 매진했다. 아침 9시 40분부터 20분간 물리치료를 받고 난 후 물리치료실 한편에 마련된 공간에서 2시간 동안 움직일 수 있는 한 모든 방법으로 운동을 했다.
이후 잠시 휴식을 취하고 다시 작업치료실에서 오후 6시까지 재활운동에 몰입했다. 저녁을 먹은 후에도 7시부터 12시까지 운동을 한 후에야 잠에 들었다.

이 과정에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소변과 대변이 나오기도 했고 그는 이런 실수를 하게 되면 비참한 마음에 많이 분노하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재활운동을 하면서 그가 가장 힘들어 했던 것은 바둑알을 옮기기였다. 미스터코리아를 준비하면서 180~200Kg 바벨을 들어 내리고 했던 그가 몇 그램밖에 안 되는 바둑알을 마음대로 옮기지 못했으니 오죽했을까.

수개월을 재활운동에 집중하던 그에게 희망적인 일이 일어났다. 흉수 12번 1번 요추에 상처를 입어 완전마비 상태로 허벅지에는 감각이 전혀 없었는데, 어느날인가 화장실 변기커버에 닿은 왼쪽 허벅지에서 미세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

“어느 날인가 화장실에 있는데 대변기 커버가 허벅지살에 닿는 느낌이 들었어요. 처음에는 이게 꿈인가 생각을 했죠. 그런데 힘을 줘 보니까 닿는 느낌이 드는 겁니다. 너무나도 기쁜 나머지 눈물이 나더라고요.”

희망을 갖게 된 그가 재활운동에 매진한지 20개월이 됐을 무렵 그에게는 운동선수라는 목표가 생겼다.

1992년 2월 병원에서 퇴원한 그는 전국장애인체육대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다. 보디빌더를 해온 이력을 안 주변 사람들은 그에게 역도 종목에 나가보라고 권유를 했고 대회에 첫 출전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사고를 당하기 전 180~200Kg을 들었던 그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후 휠체어테니스에도 손을 댔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코트에서 함께 할 수 있는 유일한 종목이라는 매력에 푹 빠졌고, 레슨을 받을 정도로 열정을 보였다.

휠체어테니스장애인스포츠의 꽃입니다. 저도 그 매력에 빠졌죠. 그래서 당시 국가대표만을 지도하는 유관호 교수님을 찾아뵙고 가르침을 요청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는 유 교수의 가르침을 사사받고 실력이 일취월장했다. 1999년 방콕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에서 동메달 2개를 목에 걸었고, 2002년 열린 부산장애인아시안게임에서는 금메달 2개를 획득했다. 뛰어난 스승과 제자가 만났기 때문에 이뤄낸 쾌거였다.

승승장구하던 그는 마침내 장애인올림픽에 도전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마침 휠체어테니스 감독으로부터 아시안게임 금메달 포상금도 1천만원이 나온다고 들었기 때문에 돈을 들여 좋은 휠체어테니스 장비를 구입했다.

그러나 포상금은 190만원 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는 2관왕의 금메달리스트 가치가 이것 밖에 안된다는 것에 회의를 느꼈고, 장애인올림픽 출전을 접었다.

그가 서른 세 살이 되던 해 휠체어테니스만으로는 안되겠다 생각을 했고, 자신이 가장 잘하고 좋아하는 것을 공부하면 먹고는 살 것 같아 대학 진학을 결심하게 됐다.

때 마침 용인대학교에서는 장애인 운동선수들을 체육특기생으로 뽑으려고 하던 중이었고 화려한 이력을 갖고 있었던 그는 용인대학교로 마음을 굳힌 상태였다. 또한 180점 만점 수능에서 60점만 획득하면 됐기 때문에 부담도 없었다.

“낮에는 체육관에서 일을 하고 밤에는 공부를 했어요. 공부를 하려고 학원을 알아봤지만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면서 장애인은 받아줄 수 없다고 해서 다니질 못했죠. 그래도 같은 체육관에서 수능공부를 하던 한 친구가 자신이 학원에서 들은 강의를 녹음해 제게 줬고 그것을 들으면서 공부를 했어요. 첫 도전에 고배를 마시긴 했어도 두 번째에는 붙었습니다.”

그는 우여곡절 끝에 용인대학교에 입학했지만 편의시설이 전무해 학교를 다니는데 불편함이 많았다. 입학하면서 학교 측은 장애인편의시설을 설치하겠다고 발표를 했지만 불행히도 IMF가 터지면서 물거품이 됐다.

높은 문턱과 계단이 그의 이동을 제한할 수는 있었어도 불타는 학구열을 잠재울 수는 없었다. 성적우수장학금을 몇 차례 받기도 했고 동 대학교에서 석사학위와 한국체육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나사렛대학교와 한국체육대학교, 용인대학교 등에 출강해 강의를 하기도 했다.

특히 석사학위를 밟는 과정에서 의사의 진료기록을 검토하고 운동에 따른 문제점을 파악한 후 진료기록, 검사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운동치료계획을 만들어주는 운동처방사 자격(자격증 생활체육지도사 1급)을 취득했다.

현재 그는 개인 트레이너와 400여명의 회원이 있는 건실한 클럽의 대표님이다. 강남구 논현동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들의 재활과 교정운동을 해주는 휘트니스 클럽 ‘파워 짐’을 운영하고 있는 것.

그는 직접 비장애인을 대상으로 퍼스널 트레이닝을 지도하기도 한다. 장애인이 비장애인재활과 교정 그리고 퍼스널 트레이닝을 한다고 하면 의아해 할 수 있지만 회원들의 반응은 좋다고.

“제가 퍼스널 트레이닝을 해주면 회원들이 좋아합니다. 만족도가 높습니다. 식사를 대접한다고 하기도 하고 고맙다며 따듯한 말을 하기도 합니다”

휠체어테니스 국가대표, 장애인체육 박사, 휘트니스클럽 대표. 스물일곱 장애를 갖게 되면서부터 지천명의 나이까지 쉼 없이 도전을 하며 달려온 그지만 이뤄내고 싶은 것이 있다고 한다.

바로 장애인, 노인들의 재활운동을 전문적으로 지도할 수 있는 ‘재활운동전문가’를 양성한다는 것.

그는 재활운동을 직접 해봤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 해야하는지 꿰차고 있다. 병원에서 스스로 재활운동을 하면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고, 휘트니스 클럽을 운영하면서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재활운동을 지도해 상당수에게 효과를 보였다. 6년동안 휠체어를 탄 한 회원의 안좋았던 허리를 유연하게 만들어 주기도 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고.

장애인들이 재활운동을 하는 시간이 평균 30개월이에요. 그렇게 재활운동을 마치고 바로 취업을 하게 되면 버티질 못해요. 힘이들어서 결국 나오게 되죠. 이들 재활운동전문가들은 장애인 등 신체적으로 불편한 사람들의 잔존기능 높이고 사회생활에 도움을 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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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범 기자 (csb211@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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