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한국농아인협회 주최한 토크콘서트의 연사로 나선 현영옥씨. ⓒ에이블뉴스

“농인이라는 고유한 정체성을 바꾸고 변화시키기 보다는 인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국농아인협회(회장 이대섭)가 지난 28일 오후 3시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주최한 토크콘서트 ‘수어로 공존하는 사회’의 연사로 나선 현영옥(35세, 청각2급) 씨는 이같이 강조했다.

이날 그녀는 “친정의 가족들은 모두 농인으로 서로 수화로 소통을 하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녀의 경우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청력이 손상되면서 농인이 됐다. 당시 본인은 가족과 소통할 수 있다는 기쁨에 뛸 듯이 기뻐했지만 가족들은 안타까운 마음이었다고 한다.

그녀는 “어릴 때 어머니와 시장으로 자주 장을 보러 다녔다. 어머니가 소리를 내게 되면 뒤돌아보고는 했는데 어느 날인가 부터는 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면서 “스스로 소리를 내서 음성을 들어보니 잘 들리지 않았고, 농인이라는 판정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족 모두가 수화로 대화했기 때문에 동생들이 학교에서 일어난 여러 가지 일들을 부모님과 수화로 대화하는 모습을 보면 항상 부러웠다”면서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농학교까지 진학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특히 농인 남편과 다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는 그녀는 시어머니와의 일화를 소개하며, 의시소통에 소외된 농인들의 현실을 지적했다.

그녀는 "어느 날 집에 시부모님이 오시게 됐다. 남편이 계속해서 수화로 대화하는 모습을 보고 시어머니가 충격을 받으셨다"면서 "지금 무슨 애기를 나누고 있냐고 물어봐서 정부의 지원, 생활하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들에 대해 애기를 하고 있다고 하니까 우리 아들이 그런 얘기까지 하냐고 물어보셨다”고 말했다.

남편이 그동안 청인 가족들과 원활한 의사소통이 되지 않기 때문에 꼭 필요한 말만 하고 말을 많이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녀는 “소통은 참으로 중요하다. 저희는 가족끼리 수화를 언어로 해서 소통했기 때문에 아무런 불편함 없이 의사소통을 할 수 있었지만, 남편의 경우는 언어가 달라 깊은 대화를 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을 밝혔다.

이어 “청인 부모님의 경우 농인 자녀들에게 수화를 못하게 한다. 그런 모습들을 종종 봐 왔다”면서 “농인의 경우 수화를 못하게 하면 나의 생각을 어떻게 표현할 길이 없다. 청인의 입장에서 말을 못하게 되는 것과 똑같은 상황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그녀는 “무엇보다 농인이라는 정체성을 확실하게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고유한 정체성을 바꾸고 변화시키기 보다는 내가 농인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자리에는 농인(청각·언어장애인)과 코다(농인 부모의 자녀), 수화통역사 등이 자리했으며 연설을 돕기 위해 문자통역서비스와 수화통역서비스 등이 제공됐다.

사단법인 한국농아인협회(회장 이대섭)가 지난 28일 주최한 토크콘서트 전경.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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