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만의 자랑인 대한 해병대

얼룩무늬 반짝이며 정글을 간다.

월남의 하늘아래 메아리치는

귀신 잡는 그 기백 총칼에 담고

붉은 무리 무찔러 자유 지키려

삼군에 앞장서서 청룡은 간다.

삼천만의 자랑인 대한해병대

얼룩무늬 번개 되어 원수를 친다.

자유월남 짓밟는 붉은 무리들

청-룡이 가는 곳에 어찌 맞서랴

온 세계의 곳곳에 평화 심고자

조국의 명예 걸고 청룡은 간다.’

이 노래는 조남사 작사, 이희옥 작곡의 ‘청룡은 간다’라는 제목의 해병대 군가이다. 월남전은 승자에게나 패자에게나 똑같이 상처를 남기고 이미 오래 전에 끝이 났다.

강신기 씨. ⓒ이복남

산 사람은 어떻게든 살아가기 마련이라 월남의 상처를 안고 돌아온 사람들도 겉으로는 똑같이 살아가는 듯 보인다. 그러나 살아가면서 자연스레 지워지고 잊혔던 기억이 어느 순간 되살아나서 그를 괴롭히고 있으니 ‘청룡은 간다’와 함께 떠오르는 전쟁의 상흔이다.

강신기(1949년생) 씨의 고향은 부산이다. 그는 부산 용호동에서 2남 3녀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주물기술자였는데 그가 어렸을 때 목포로 이사를 갔다. 목포의 어느 주물공장에서 아버지를 초빙했던 것이다.

“어렸을 때는 매일 유달산에 가서 놀았어요.”

그는 유달산 아래 유달국민학교를 다녔다면서 학교에는 안 가고 유달산에서 놀았단다.

“학교 가면 선생이 월사금 가져 오라 다시 보내대요.”

아버지가 주물공장 공장장이라면서요? 주물공장 공장장의 월급이 많은 것도 아니지만 아버지가 워낙 술을 좋아해서 술값으로 월급을 탕진했는지 살림은 늘 쪼들렸다. 엄마는 가난 속에서 다섯 남매를 키우느라 그는 월사금 한 번 제 때 낸 적이 없었다. 월사금을 가져 오라고 집으로 돌려보낸 아이는 서너 명이었는데 그 서너 명이랑 학교를 나오면 며칠씩은 학교로 돌아가지 않았다.

유달산의 봄. ⓒ목포시청

유달산은 이순신 장군의 노적봉과 이난영의 노래 목포의 눈물로 유명한 곳이다. ‘사공의 뱃노래 가물거리며, 삼학도 파도깊이 숨어드는데, 부두의 새 아씨 아롱 젖은 옷자락, 이별의 눈물이냐 목포의 설움’ 뜻도 잘 모르면서 목포의 눈물을 흥얼거렸지만 가슴에는 왠지 모를 울분으로 서러웠다.

설움이 차오르면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노적봉까지 내 달렸다. ‘나도 커면 이순신 같은 대장이 될 꺼야’ 어느 새 그의 휘하에는 서너 명의 졸개들이 생겼고 그는 늘 대장이었다.

골목대장은 졸개들을 거느리고 남의 밭에서 고구마나 수박 등을 서리도 하고, 여학생들이 고무줄놀이를 하면 몰래 다가가서 고무줄을 끊어서 달아나기도 하는 등 온갖 개구쟁이 짓을 다 했다.

“싸움은 기똥차게 잘 했지요.”

싸움은 아무도 그를 당할 자가 없었고, 자치기 딱지치기 등 모든 놀이에서도 그는 언제나 일등이었다.

“그 때는 유달산이 놀이터였어요.”

삼락 파크골프장에서 강신기씨. ⓒ이복남

유달산의 봄은 개나리꽃으로 피어났다. 개나리가 피면 노란 개나리꽃 속에서 봄의 한 철을 뒹굴기도 했다. 그가 주로 하는 일은 패싸움이었는데 그는 언제나 승리했다. 패싸움을 잘 하는 아이 즉 골목대장을 놓고 좋은 골목대장이냐 나쁜 골목대장이냐 나누는 것은 우스운 일이겠지만 어린나이에서도 그 나름의 정의는 있었다.

“우리 편이 맞는 것은 못 참았거든요.”

그러다보니 자연히 공부는 뒷전이고 학교는 가는 둥 마는 둥 했어도 세월은 흘러서 초등학교는 졸업했다.

중학교를 갔어도 골목대장 노릇은 여전했으나 중 3이 되자 몇 가지가 달라졌다. 공부는 재미가 없었지만 그 대신 술과 담배를 배웠고, 극장을 다니기 시작했다. <현재 강신기 씨는 술도 마시지 않고 담배도 피우지 않는다. -필자 주>

대장이 되려면 공부를 잘 해야 되겠지만 공부에는 흥미가 없었다. 그러나 그의 의지인지 부모님의 뜻인지 공부를 못해도 중학교를 졸업했고 고등학생이 되었다. 고등학생이 되었어도 그의 생활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책가방을 들고 어슬렁거리며 학교로 갔고 학교를 마치면 그의 졸개들과 어울려 다녔다. <2편에 계속>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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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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