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은 벌써 지고 없는데

먼 산에 뻐꾸기 울면

상냥한 얼굴 모란아가씨

꿈속에 찾아오네

세상은 바람 불고 고달파라

나 어느 변방에

떠돌다 떠돌다 어느 나무 그늘에

고요히 고요히 잠든다 해도

또 한 번 모란이 필 때까지

나를 잊지 말아요

동백은 벌써 지고 없는데

들녘에 눈이 내리면

상냥한 얼굴 동백아가씨

꿈속에 웃고 오네

세상은 바람 불고 덧없어라

나 어느 바다에

떠돌다 떠돌다 어느 모래 벌에

외로이 외로이 잠든다 해도

또 한 번 동백이 필 때까지

나를 잊지 말아요

또 한 번 모란이 필 때까지

나를 잊지 말아요’

이 시는 이제하 시인의 ‘모란동백’이다. 이제하 시인은 화가이자 작곡가라는데 ‘모란동백’이라는 시를 쓰고 이 시에 곡을 붙여 가수 조영남이 노래를 불렀단다. 원래는 모란에 관한 시를 썼던 김영랑 시인과 많은 가곡을 작곡했던 조두남에게 바치는 노래로 ‘김영랑, 조두남, 모란, 동백’이었다는데 조영남의 노래가 히트를 치자 ‘모란동백’으로 제목을 바꾸었다고 한다.

김순광 씨. ⓒ이복남

조영남은 ‘모란동백’을 10여 년 전에 불렀는데 ‘모란동백’은 얼마 전부터 시작한 MBC 주말드라마 ‘전설의 마녀’에서 고두심이 부르는 자장가로 나와 다시금 세인의 관심을 끌고 있다. 조영남은 자신이 죽으면 ‘모란동백’을 불러달라고 했다는데 조영남의 조가(弔歌)가 아니라 해도 모란동백은 이별에 대한 그리움과 아련함으로 가슴을 저리게 한다.

아무튼 모란이나 동백이나 둘 다 봄꽃이다. 동백은 가을에 꽃봉오리가 맺혀서 추운 겨울을 지나고 봄이 오면 꽃이 핀다. 요즘은 철모르는 동백꽃이 한겨울에도 피고 있지만……. 동백꽃이 질 무렵이면 모란이 아름답게 피어나고 모란이 뚝뚝 떨어질 무렵이면 먼 산에 뻐꾸기가 운다.

그도 세월 따라 피고 지는 모란이나 동백처럼 그렇게 조용히 살고 싶었지만 세상이 그렇게 살도록 내벼려 두지 않았나보다.

김순광(1954년생) 씨는 고향이 경상북도 영양군 입안면이라고 했다. 영양군은 경상북도 북동부에 위치한 내륙지방으로 태백산맥 줄기에 위치한 산간벽지이다. 김순광 씨의 아버지는 4남매의 막내이지만 그 산골에서 할아버지 할머니를 모시고 농사를 짓고 살았다.

그런데 조부모가 돌아가시자 아버지는 한 푼 없는 빈털터리가 되었더란다. 농사를 지었다면 부모님이 물려주신 논밭이 있었을 텐데……. 부모님(김순광 씨의 조부모)의 얼마 안 되는 재산은 형들이 다 나눠가지고 막내에게는 돌아 올 재산이 없었다는 것이다.

“제가 세 살 때 5촌 아재가 아버지더러 부산으로 오라고 했답니다.”

12월에 핀 삼락공원의 동백꽃. ⓒ이복남

아저씨는 부산공동어시장에 근무하고 있었는데 아저씨의 주선으로 아버지는 자갈치 어업조합에 잡부로 취업을 했다. 집은 초량 2동에 있었는데 먼저 자리 잡은 사람이 ‘누구누구 오이라 오이라’ 친척들을 불러들여 그 부근은 김 씨 집성촌이 되다시피 했다.

그는 장남이었고 아래로 4남매가 태어났다. 아버지는 어업조합에서 일을 했지만 촌에서 내려온 다른 친척들은 집에서 조그만 공장을 운영했다. 그 무렵 부산에서 잘 나가는 공장은 신발공장과 섬유공장이었는데 초량에는 섬유계통이 많았다.

“특별히 기억나는 것은 없지만 대부분이 타올공장이나 장갑공장을 하고 있어서 어렸을 때부터 그런 모습을 보면서 자랐습니다.”

그러나 나중에 무엇을 하겠다는 생각은 별로 없었고 운동에는 소질이 있는 지 육상이나 구기 종목을 특히 잘했다. 운동으로 가끔 외부대회에 나가기도 했기에 초량국민학교를 마치면서 핸드볼선수로 스카우트되어 남중에 진학했다. <2편에 계속>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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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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