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2014 대한민국 보조공학기기 박람회' 강연에 나선 성악가 이남현씨.ⓒ에이블뉴스

27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2014 대한민국 보조공학기기 박람회’장. 늦은 오후 최첨단 보조공학기기를 보기 위해 찾았던 관객들의 시선이 ‘한 남자’에게 집중됐다.

‘장애인 성악가’ 대신 ‘바퀴 달린 성악가’라고 불러달라는 성악가 이남현씨다. “저는 지금 이 무대에서 처음에 가졌던 꿈을 이룰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라고 말하는 이씨의 중저음 목소리에 관객들은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노래를 곧잘 부르고 놀기 좋아하는 평범한 아이였던 이남현씨. 중학교때 누군지도 모르는 성악가의 노래를 듣고 몸에 전율을 느낀 뒤 전남예고에 들어가 성악을 처음 배웠고, 대학에서도 성악을 전공했다.

그러나 그의 삶은 평탄치 못했다. 제대 후 2004년 여름 친구들과 수영장에 놀러갔던 이씨는 다이빙할 때 몸이 쏠려 수영장 벽면에 뒷머리를 부딪히고 만 것. 구급실로 실려가 6시간에 걸쳐 수술을 했던 이씨는 척추 손상으로 하반신이 마비됐다. 그렇게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휠체어를 처음으로 만났다.

목의 작은 뼛조각들로 고통스러운 치료과정. ‘선생님 저는 언제쯤 회복될까요?’라는 물음에도 돌아오는 답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손을 잡아준 아이의 희망에 그는 다시 일어섰다. ‘저런 아이들에게 노래를 불러주고 싶다’란 희망이 생기며 그는 다시 노래를 시작했다.

하지만 그가 노래를 부르기까지 과정은 너무나 힘겨웠다. ‘도레미파솔라시도’를 1년 넘게 연습했다. 2년이 되어서야 노래 한 절을 겨우 할 수 있었다. 힘겨웠던 모든 고난을 거친 그는 평온한 미소를 지으며 “부를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회상했다.

이씨는 “후천적으로 장애를 가졌을 때 어떻게 살까 고민을 했다. 제가 이렇게 올 수 있었던 것은 필요한 보조도구들이 있었고 꿈이 있었다”며 “사람이 살다보면 보이지 않은 다리가 있어서 또 건너가게 되고 용기를 얻게 된다. 저는 음악을 통해서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희망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특히, 이날 그는 ‘사람을 위한 따뜻한 기술’의 슬로건을 바라보며 “너무 좋은 말”이라고 되내였다. 그가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것은 늘 다리가 돼줬던 휠체어였기 때문이다. 목 신경을 다친 그는 보조도구를 이용하지 않으면 일상생활을 할 수가 없다.

이씨는 “제가 텔레비전에도 나왔고 신문에도 나오고 하고 싶은 일을 많이 하고 있다. 따뜻한 기술 보조기기가 없었다면 아무 것도 못 했을 것”이라며“다리와 같은 휠체어 등 보조도구가 있었기 때문에 꿈을 이룰 수 있지 않았을까”라고 말했다.

이어 이씨는 “눈에 보이는 장애를 가진 사람에게는 꿈과 희망을 드리고 싶고, 보이지 않는 장애를 가진 분들에게는 위로와 용기를 줄 수 있는 향기 있는 노래를 부르는 것이 꿈”이라며 “사람이 사람에게 사랑을 받는 것이 참 중요하다.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어울리는데 어려움이 없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향기 있는 노래를 부르고 싶다는 이씨는 마지막으로 자신이 가장 좋아한다던 “오 솔레미오”라는 곡을 관객들 앞에서 열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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