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당사자대회 준비위원장 박현철씨.ⓒ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

“전국발달장애인당사자대회는 우리나라 발달장애인들의 권리를 위한 시작입니다.”

24일 열린 발달장애인당사자대회 준비위원장 박현철씨(지적장애 3급). 지난 2011년 송파지적장애인당사자 대회에 친구 소개로 참가해 인연을 맺은 박씨는 2012년 서울지적장애인당사자대회에서 주제발표를 했다.

사실 그동안 사회는 박씨에게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았다. 그런 그에게 ‘전국발달장애인당사자대회’는 어떤 의미일까?

“우체국에서 월급 30~40만원을 받으며 만족하고 살고 있었던 때도 있었어요. 하상장애인복지관에서 점자도서를 만들 때도 일은 나름 만족했지만, 비장애인들은 저를 동등한 동료로 대우해 주지 않았어요. 그저 지나가는 사람,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아이, 좀 좋게 보면 생각보다 일을 잘한다는 정도 였죠.”

그런 그가 2013년 일본 피플퍼스트대회를 보고 눈을 떴다는 것.

“ 2013년도 오사카에서 열린 일본피플퍼스트 대회가 인상 깊었어요. 당사자들 스스로 발달장애인들이 차별받고 권리를 침해 받는 행위들에 대해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하고 서로 힘을 합쳐 싸워야 한다고 외쳤거든요. 제가 발달장애인 당사자 대회를 통해 가장 알리고 싶은 것은 우리도 선택할 수 있는 능력과 권리가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발달장애인의 인식은 지능이 모자라고 뒤떨어진 사람, 관리가 필요한 사람, 혼자 살 수 없는 사람, 지역에서 함께 살아갈 수 없는 사람이다.

실제로 발달장애인들의 거주시설은 2006년 122개소 8408명에서 2012년에는 278개소 1만1748명으로 증가세에 있다. 다른 유형의 장애인 거주시설수와 인원이 줄어드는 것과 대비된다.

“시설은 악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밥을 먹고 싶을 때, 산책을 하고 싶을 때, 친구와 놀고 싶을 때가 있어요. 시설은 우리를 보호하고 관리해준다는 명목으로 모든 것을 제한하고 관리해요. 최소한의 인권을 지켜주지 않죠. 인강원 사태를 보면 알 수 있어요. 발달장애인들이 말을 안 듣는다고 쇠자로 때리고 관절을 부러뜨리는 등 심각한 폭력을 행사 하죠. 우리 발달장애인들을 사람으로 본다면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일 들 입니다.”

‘전국발달장애인당사자대회’는 사회의 그릇된 인식에 정면으로 맞선다. ‘사랑, 인권, 생활’ 의 주제를 비롯한 자유발언을 통해 당사자들이 자신도 비장애인과 같은 사람이며 발달장애인들의 권리를 빼앗지 말 것을 말한다. 그곳에는 전국 발달장애인들이 8차례의 회의를 통해 고민하고 생각해온 내용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대회는 준비위원회의를 거쳐 오로지 당사자들의 결정을 통해 이루어졌어요. 비장애인들이 보기에 느리고 답답해 보일지는 몰라도 우리의 생각과 고민을 준비위원들과 함께 나누며 발전하고 성장한 것 같아요.”

지난 4월21일 1차 준비위원회가 열린 뒤로 10월20일 8차 준비위원회까지 장장 7개월 동안 전국의 발달장애인들이 모여 당사자 대회를 고민하고 준비해왔다. 처음의 서먹하고 어색했던 분위기도 점차 서로를 신뢰하고 당사자들의 의견을 많이 말할 수 있도록 고민하고 생각하는 모습으로 변했다.

‘전국발달장애인당사자대회’는 발달장애인들의 잔치다. 전국의 당사자들이 모여 같이 이야기를 나누고 공감하고 소통하며 함께하는 자리다. 그렇다면 대회 이후에는 무엇이 남을까?

“한국피플퍼스트를 조직할 생각입니다. 이번 대회를 같이 한 많은 발달장애인들이 함께 했으면 해요. 일본에는 이미 13개의 피플퍼스트 조직이 있는데, 아직 우리나라에는 없어요. 우리나라에도 피플퍼스트를 만들어 발달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행복한 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어요. 남들이 보기엔 느리고 서툴지 몰라도 우린 스스로 결정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어요. 그것이 제가 생각하는 행복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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