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윈더라인스팀 김헌용 군(사진 오른쪽)이 영국에서 시각장애인 통역사로 활동하고 있는 앤드류(사진 왼쪽)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사람들은 나를 시각장애인 앤드류라고 부른다. 하지만 난 시각장애인 앤드류가 아니다. 그저 앤드류고, 우연히 시각 장애를 가졌을 뿐이다. 통역사를 하기에 어려움은 있었지만 한국에 있는 청년들도 얼마든지 해낼 수 있는 일이라고 전하고 싶다.”

런던으로부터 2시간가량 떨어진 본머스에서 통역일을 하고 있는 앤드류 디아즈 러셀(남, 33세, 전맹)이 23일 오후 4시(현지시각) ‘장애청년드림팀 6대륙에 도전하다’ 비트윈더라인스 팀을 만나 이 같은 메시지를 전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시각장애인 직업이 대부분 안마사로 국한돼있는 반면 영국에서는 시각장애인들이 사회복지사, 피아노 조율사, 점자 번역가, 비서, 콜센터 직원, IT 전문가, 보조기기 판매자 등 비교적 다양한 분야의 일을 하고 있다.

지난 2005년부터 프리랜서 통역사로 활동하고 있는 앤드류는 오전 7시부터 7시까지 집에서 상근하며 스페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주로 병원이나 법원, 감옥에서 언어장벽으로 어려움이 생길 때 전화로 통역해 주는 일을 한다.

한국에서의 통역사는 수요도 많고, 고수익인 반면 이미 많은 사람들이 영어를 사용하고 있는 영국에서는 수요가 많지 않기 때문에 한국과 비교해 수입이 많지는 않지만 언어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의미 있는 역할을 하고 있다.

앤드류는 “12시간 내내 근무하지만 실제로는 하루 8시간 정도 일하는 시간에만 돈을 번다. 처음 근무했을 때는 1시간에 각각 24파운드(4만5천여원), 30파운드(5만6천여원) 정도를 받았고, 경제 위기 후에는 12파운드(2만2천여원)나 16파운드(2만7천여원)로 삭감됐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 비해) 수입은 적지만 굉장히 보람찬 일이다. 응급실에서 통역을 한다면 의사와 마찬가지로 생명을 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영국에서 통역사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대학교육이 의무적이지는 않다, 하지만 영국의 경우 정부에서 실시하는 공공서비스 통역인증시험 DPSI(Diploma of Public Service Interpreting)에 합격해야 한다.

공공서비스 통역인증시험에 합격하게 되면 국가공공서비스 통역사등록제도 NRPSI(National Register of Public Service Interpreting)에 등록되고, 일거리를 소개받으며 공공부문 통역사로 활동할 수 있게 된다.

여기에 좀 더 전문적인 자기계발을 위해서는 대표적인 언어전문가 단체 IOL(Institute Of Liguists)과 통번역사 협회 ITI(Institute for Transration and Interpretion)에 등록해 연수 등을 제공받으며 활동하면 된다.

통역사의 경우 학업과 직무를 수행하는데 있어 대부분 듣고, 말하는 언어로 이뤄지기 때문에 시각장애가 특별한 제약이 되지는 않는다.

앤드류는 “(시각장애인으로) 통역을 하는 데는 별로 제약이 없다. 학교를 다닐 때는 학업수행을 위해 보조인을 배정받고, 시험시간의 연장과 시험과목 중 1과목을 면제받았지만 막상 일을 시작하면서는 초창기에 스크린리더 등 보조기기를 지원받은 것이 전부”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시각장애인이 통역사 업무를 수행하는데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음에도 어려움은 있다.

앤드류는 “졸업을 마친 뒤 1년 정도 정부나 민간기관에 일을 구하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이력서를 넣고, 서류심사에 합격해 막상 장애가 있다고 말하면 시각장애인이라서 통역을 하는데 시간이 더 오래 걸리고 안 된다는 대답뿐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각장애인으로도 얼마든지 업무수행이 가능하기 때문에 통역사에 대한 열정과 애정이 있다면 통역 일을 하기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앤드류는 “시각장애인이라서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고 말하면 차별이 아니라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이라면서 “현재는 직접 일을 찾아 활동하는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다”고 전했다.

앤드류의 꿈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다른 나라의 시각장애인에게 통역사로도 활동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다.

앤드류는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다”면서 “다른 나라의 시각장애인에게 이런 일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 주고 싶다”고 말했다.

또한 통역사를 꿈꾸고 있는 한국의 시각장애청년들에게 “시각장애인 통역사로 먼저 활동을 하고 있지만 특별히 능력이 대단해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장애 때문에 남들보다 상황이 좋지 않아도 통역사가 되려는 마음과 배우려는 의지만 있다면 어느 정도의 도움은 필요하겠지만 충분히 가능할 일”이라고 용기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시각장애인 통역사 앤드류가 직접 업무를 시연하며 비트윈더라인스팀 김헌용 군에게 설명하고 있는 모습. ⓒ에이블뉴스

비트윈더라인스 팀원들이 시각장애인 통역사 앤드류와 아내인 크리스티나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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