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컬러스 테일러의 서브 모습. ⓒ인천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조직위원회

“장애는 몸이 불편한 것일 뿐, 마음까지 불행하지 않습니다. 테니스 코트를 누빌 때면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하죠.”

뙤약볕이 내리쬐는 지난 4일 오전 인천열우물테니스경기장. 양손이 뒤틀린 한 선수가 라켓에 끈을 매달아 왼손으로 잡고, 오른손으로는 전동휠체어를 조종하며 날아오는 공을 힘차게 받아친다.

손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흘러내리는 땀을 닦을 수도, 옷매무새를 고쳐 입을 수도 없다. 경기 중 쉬는 시간엔 입으로 페트병을 물어 간신히 목을 축이지만 표정에선 느긋함이 느껴진다.

‘발로 서브를 넣는’ 유명 스타 니컬러스 테일러(34세, 미국)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이날 2014코리아오픈 국제휠체어테니스대회에 출전해 상대 선수를 가볍게 꺾고 8강에 안착했다.

경추장애등급인 ‘쿼드’부문에 출전한 그는 절단장애와 달리 몸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가 없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서브를 넣을 때 휠체어 뒤에 매단 바구니에서 공을 꺼내는 반면, 그는 볼보이가 공을 굴려줘야 한다. 공이 굴러오면 탄력을 이용해 왼쪽 발등 위에 사뿐히 올리고 오른쪽 뒤꿈치를 겹쳐 올려 공을 고정한다.

이후 왼쪽 발로 공을 살짝 튕겨 올려 언더핸드로 정확하게 상대방 코트로 보내면 관중들의 탄성이 절로 쏟아진다.

니컬러스 테일러의 포핸드 스트로크. ⓒ인천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조직위원회

“양손을 쓸 수 없었기 때문에 발을 이용해야 했지요. 남들은 신기하게 바라보지만 이 기술을 익히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가 테니스를 접한 것은 20년 전인 고등학생 시절, 운동을 하고 싶어 알아보던 중 우연한 기회였다. 축구나 농구 같은 단체 경기는 휠체어를 타기 때문에 불가능 했지만 테니스는 장애인인 그에게 적격이었다.

비장애 어린 선수들과 경기를 하며 실력을 쌓았고 이듬해인 1995년 휠체어테니스 대회에 출전할 정도로 뛰어난 운동신경을 자랑했다.

결국 그는 2008년 제13회 베이징 장애인올림픽대회 휠체어테니스 남자 복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평소 근력운동을 위해 팔로 잡아당기는 사이클이나 벤치 프레스를 즐겨하는 그는 이날도 힘찬 스윙을 선보였다. 공에 대한 자기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원하는 곳에 공을 보냈고 뛰어난 전동휠체어 컨트롤을 선보이는 등 최상의 컨디션을 자랑했다.

그는 2014인천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들에게 응원의 말을 전했다.

“스코어가 어떻든 포기하지 말고 경기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진정으로 장애를 극복하고 나 자신을 뛰어넘는 또 다른 도전입니다. 출전하는 모든 선수들에게 행운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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