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장애인문제는 장애인이나 그 가족들의 힘만으로는 풀리지 않는 문제였다. 모든 국민이 관심을 가지고 함께하지 않으면 아무소용이 없었던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균도와 세상걷기’ 는 대중에 대한 작은 울림이었다. 이를 계기로 관계 공무원과 국회의원들의 화답으로 마침내 ‘장애아동복지지원법’(2011.8.4.)이 제정되었다.

제주도로 출발. ⓒ이진섭 블로그

대중이 우리에게 다가오지 않으면 우리는 우리끼리 울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대중은 우리에게 다가오지 않는다. 우리가 대중에게 다가가야 된다. ‘균도와 세상걷기’는 대중에게 다가서기 위한 1차적 시도였는데 그 1차 시도가 어느 정도는 성공한 것 같았다.

“2차 때부터는 훨씬 수월했습니다. 방송국 카메라가 따라 왔거든요.”

2차는 2011년 9월 부산에서 광주까지 600km를 걸었다. 3차는 2012년 4월 광주에서 서울까지 500km, 4차는 2012년 11월 부산에서 강원도를 거쳐 서울까지 800km, 그리고 5차는 2013년 5월 제주도 올레길 500km를 걸었다.

처음 ‘균도와 세상걷기’를 시작하면서 균도에게 휴대폰을 장만해주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균도에게 격려전화를 하고 문자를 보내 주었다. 2차 걷기도 어떤 부모들의 애원 때문에 시작되었다.

‘우리는 못하지만 균도와 아빠라도 대신 좀 해 주세요.’ 그 간절한 애원을 차마 뿌리칠 수 없었던 것이다. 이왕 버린 몸 그래 다시 한번 시작해 보자. 그래서 2차 3차를 시작했고 5차까지 전국토를 3000km를 걸었다.

균도와 제주도. ⓒ이진섭 블로그

제주도에서. ⓒ이진섭 블로그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달장애인법 제정이 발의되기는 했지만 아직도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어느 발달장애인 부모가 부양의무제 때문에 애를 제대로 돌 볼 수 없음을 한탄하면서 함께 자살한 사례를 보면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의 부양의무제 폐지를 주장했는데 실행여부도 불투명하다. 정치권에서는 별 씨잘 데기 없는 것들로 만날 싸우면서 정말 필요한 민생은 돌보지 않는 것 같다며 울분을 터드렸다.

현재 이진섭 씨는 부산장애인부모회 기장·해운대 지회를 맡아 노력하고 있으며, 아들 균도는 기장장애인복지관에서 운영하는 주간보호에 나가고 있다.

“요즘 동네 다니면서 전단지 떼고 종이 줍는 사람들을 많이 보는데 우리 균도도 그런 일은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균도에게 그런 일을 시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시간 날 때마다 균도와 함께 걸어 다니고, 때로는 근처 밭에 나가서 풀을 뽑기도 한단다.

그래서 균도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균도의 세상걷기’는 다시 또 시작할 것이란다. 지난번 1차 때 서울로 가는 길은 문경새재를 넘어 갔는데 다시 서울로 갈 때에는 추풍령을 넘어갈 예정이란다. 가끔 대학입시에서 상위권에 든 학생들은 ‘공부가 제일 쉽다’고 했었다. 균도는 걷기를 좋아했고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이 걷기였다. 결국 균도와 균도아빠에게 제일 쉬운 것은 걷기였다.

장애인부모교육. ⓒ이진섭 블로그

이진섭 씨는 참으로 우연하게 균도와 걷기를 시작했지만 처음 시작했을 때는 아들 균도나 아빠 이진섭 씨나 체격이 비슷했었단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다이어트에 관심을 갖고 식이조절이나 걷기운동을 실천하는 것 같다. 물론 이진섭 씨는 다이어트 같은 것은 생각지도 않았지만 5차에 걸쳐 전국을 3천km 쯤 걷고 나니 날씬해졌다. 그런데 아빠와 같이 걸은 균도는 처음 시작할 때 그대로다. 장애 때문에 항정신성 약을 먹고 있어서 그런 것 같다고 했다.

아무튼 ‘균도와 세상’걷기는 발달장애인 가족의 미래가 담보되어 있다. 물론 힘이 들기는 하지만 이렇게라도 세상을 향해 이야기 할 수 있다는 것이 어쩌면 또 하나의 행복이기도 하다. 그래서 ‘균도와 세상걷기’는 행복하단다. 걸어가는 도중 균도를 기다리는 많은 장애인 가족이 있어서 더욱 행복하단다.

“우리는 균도와 함께 세상을 여행하면서 많은 사람을 만나고 길에서 답을 찾습니다. 혼자 떠나는 여행이 아니라 많은 장애인 부모님들의 염원을 담고 있어서 즐겁습니다.”

그는 다시 태어나도 균도 아빠이고 싶단다. 그러나 편견 없는 곳에서 발달장애인인 균도가 아무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나라에 태어나고 싶단다. <끝>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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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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