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제34회 장애인의 날(4월 20일)’을 맞아 올해의 장애인상(3명), 국민훈·포장(7명), 대통령 표창(5명), 국무총리 표창(4명) 수상자를 확정했다. 올해 수상자의 면면을 소개한다.

■올해의 장애인상(3명)

“40세에 세상 속으로, 장애인 인권·자립생활에 앞장”

안승서 (여, 50세, 지체1급, 대전장애인인권포럼 대표)

올해의 장애인상 수상자 안승서씨. ⓒ보건복지부

“장애 때문에 40년간 숨어 지내다시피 살았습니다. 소외받고 억압받은 나의 마음의 상처를 치료해준 것은 책과 글쓰기였습니다.”

3살 때 소아마비로 장애를 입게 된 후 집 밖으로 외출한 횟수가 손가락으로 꼽을 만큼 적었다. 소극적인 삶을 버리고 세상으로 나온 나이는 40세.

고향을 떠나 연고가 없는 대전으로 오면서 그녀는 비로소 홀로서기를 시작했다. 바깥출입을 했고, 직장에도 다니면서 사회생활에 발걸음을 내딛었다.

뒤늦게 독학으로 학위를 취득하긴 했지만, 이전까지 그녀가 받은 정규 교육은 특수학교에서 초등학교 2년을 다닌 것이 전부였다. 무엇이 그녀를 문학에 대한 갈증으로 이끌었을까?

“제가 소설을 쓰게 된 동기는 아마도 장애인이기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어려서부터 무엇이 되겠다는 꿈만 꾸었습니다. 그렇지만 장애로 인해 저는 자유로울 수 없었지요. 소설 속의 주인공이 되면 그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여느 직장인처럼 단정하게 차려입고 일하듯 글쓰기에 매달렸다. 스스로의 다짐이었고 단련이었다. 이 같은 노력은 제18회 대한민국장애인문학상 산문부(소설) 최우수상 수상이라는 결실도 맺었다.

삶에 또 하나의 터닝 포인트가 된 건 지난 2007년 대전장애인인권포럼 김의중 자문위원(전 공주대 교수)과의 만남이다. 소극적이던 성격을 버리고 활동가로 나서게 된 것.

그녀는 한국장애인인권포럼 모니터단원을 시작으로 장애인 인권 운동에 힘을 기울여 왔다. 특히 2008년부터 대전장애인인권포럼 대표와 보문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을 겸임하며, 장애인의 자립을 돕고 있다.

“장애인도 경제활동을 함으로써 당당히 사회의 한 일원으로서 설 수 있고, 도움만 받는 대상이 아니라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마음으로 세상 볼 수 있다는 믿음, 현실이 되다”

황윤석(남, 49세, 시각1급, 한국철도공사 부산경남본부 차장)

올해의 장애인상 수상자 황윤석씨. ⓒ보건복지부

“망막색소변성증으로 시력을 잃고 난 뒤 저의 삶은 완전히 뒤바뀌었습니다. 모든 것이 변했다고 할 수 있죠. 사실 시각장애인 판정을 받았을 때는 절망도 했습니다. 생애 처음으로 극단적인 생각마저 들었으니까요. 그러한 감정에서 벗어난 이후에는 욕심이 많아졌습니다. 삶에 대한 애착이지요. 매일 매일이 항상 좋을 수만은 없겠지만 보다 더 나은 내일을 꿈꾸는 욕심쟁이가 됐습니다.”

그는 한국철도공사 부산경남본부에서 일한다. 정부기관이었던 철도청이 공기업으로 전환되기 전 철도청 운수주사였다.

앞을 전혀 볼 수 없는 중증시각장애인인 그를 예전처럼 일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 이들은 드물었다.

이런 주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홍보 업무로 보직을 변경해 지금까지 맡은 바 일을 능숙히 해내고 있다. 업무에 익숙해지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 여기서 포기할 수 없다는 그의 강한 의지가 원동력이 됐다.

“언론 홍보에서만큼은 다른 사람에게 뒤지지 않는 전문가라고 자부합니다. 담당 업무를 위해서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했습니다. 볼링을 시작한 계기도 시각장애인이지만 어떤 일에도 도전할 수 있고,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고 싶었던 마음이 큽니다. 그렇게 열심히 즐기며 하다 보니 한국대표선수로 국제대회 출전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과거의 자기와 같은 고민에 있는 분들에게 달려가 조언과 용기를 나눠주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저처럼 중도장애로 장애인이 된 분들이 이전에 다니던 직장에서 계속 일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는 얘기를 누군가로부터 듣게 되면 주저 없이 그 분들을 만나러 갑니다. 그리고 제 경험과 함께 포기하지 말자고, 할 수 있는 데 까지 해보자고 말하죠. 제가 만난 분들이 직업훈련을 마치고 다시 직장에 복귀할 때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습니다.”

그는 어린 시설 어려운 형편으로 중학교 진학이 쉽지 않았을 때 후원자들의 마음을 잊지 못한다. 그래서 지난 2005년부터 경북 울진 부구초등학교 삼당분교 졸업생 장학금 지원 등 지역 사회의 소외된 이웃에게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제주지역 장애인복지 증진 활동에 ‘진력’

강동식(남, 59세, 지체1급, 제주도지체장애인협회 회원)

올해의 장애인상 수상자 강동식씨. ⓒ보건복지부

1981년 1월. 6만 6천 볼트의 고압 전류에 감전되어 양쪽 팔과 한 쪽 다리를 잃었다. 살아난 게 기적이었지만 사고 이후 그가 극복해야 할 삶은 가혹한 현실이었다.

“차라리 죽어버릴까? 가족들에게 평생 짐이 될 바에야 죽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했었습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자학하며 아내와 어린 두 딸을 괴롭혔죠. 그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정말 가족들한테 미안합니다.”

긴 방황은 셋째 아들의 탄생을 계기로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새 생명의 탄생을 보면서 조금씩 용기를 얻게 되었고, 아내의 도움으로 새로운 생활에 적응했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 장애인으로 살아가는 것에 익숙해졌습니다. 세 아이들 모두 학교에서 모범생으로 훌륭하게 커 갔구요. 제 삶이 안정돼 가니 주위를 둘러볼 여유가 생기더군요. 생각보다 주위에 나와 같은 이웃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는 제주도지체장애인복지회(1996년 한국지체장애인협회에 통합됨)에 직접 찾아가 회원으로 등록을 했다. 이후 꾸준하게 활동하며 자신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을 돕기 위해 열심히 뛰어다녔고 장애인 권익 향상을 위해 노력했다.

“남제주군 지체장애인복지회와 5개 읍면 분회를 개설했습니다. 장애인 권익 향상을 위해 영업용 장애인 운전택시 증차 등 여러 가지 정책을 제안하고, 관철시키기 위해서도 노력했구요.”

중증장애인 자조모임 ‘모닥불’을 창립하기도 한 그는 ‘장애는 불편할 뿐이지 결코 좌절할 일은 못 된다’라는 것을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에 깨달았다고 고백한다.

“장애인이 사회의 한 일원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으로 사회에 보이지 않는 장벽들과 부딪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장애는 좌절하기 위해 주어진 것이 아니라 이겨내기 위해 주어진 것입니다.”

국민훈·포장, 대통령 표창, 국무총리 표창 수상자

■국민훈장(4명)

모란장 한정석(남, 63세, 시각1급, 서울시립노원시각장애인복지관 전 관장)=사재를 출연해 시각장애인 교육장을 개설, 동료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밑거름을 제공했다. 또한 심부름센터 운영, 헬스키퍼 파견사업 등 각종 복지프로그램 제공으로 시각장애인 복지증진에 기여했다.

목련장 김광표(남, 51세, 지체2급, 부산광역시지체장애인협회 회장)=장애인용 차량을 개발하고, 운전면허 시험장에 장애인용 보조 장치를 무료로 설치하는 등 중증장애인들이 운전면허를 취득해 취업할 수 있는 여건 마련에 기여했다. 또한 장애인 전용 정비공장 운영 등을 통해 장애인의 이동권 확대와 편의증진 향상에 힘써 왔다.

석류장 김광식(남, 52세, 지체1급, 한국장애인선교단체총연합회 회장)=서울자립회를 설립해 장애인 당사자의 자립생활을 위한 초석을 다지고, ‘주보라의 집’을 설립해 중증장애인이 지역사회 구성원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다양한 사업을 펼쳐 장애인복지향상에 기여했다.

석류장 원종필(남, 40세, 시각1급,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사무총장)=장애인단체에 재직하며 장애인의 인권향상과 복지증진을 위해 헌신적으로 임해 왔다. 장애인의 자립생활운동을 활발히 펼치며 인식개선 및 자립생활운동 확산에 기여했다.

■국민포장(3명)

백경학(남, 51세, (재)푸르메재단 상임이사)=장애인 지원 전문 단체인 푸르메 재단을 설립하고, 국내 최초 어린이재활병원 건립 등을 통해 장애아동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했다. 또한 지역 내에서 장애인을 위한 다양한 나눔 사업 전개로 지역사회중심 재활서비스 실현에 공헌했다.

홍경순(남, 48세, 지체4급, 한국정보화진흥원 부장)=장애인의 정보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정보통신 법률제정, 웹 접근성 품질인증제도 개선 등을 주도적으로 추진했다. 여기에 시각장애인 점자 변환 프로그램을 개발, 무료로 보급하여 시각장애인 정보 접근성 향상에 기여했다.

신동열(남, 65세, 지체4급, 한국시각장애인복지관 관장)=한국시각장애인기능훈련원을 건립해 중도 시각장애인을 위한 기초재활훈련의 기틀을 마련했고, 온라인 음성전자도서관 ‘소리책’을 구축해 시각장애인이 24시간 독서와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정보접근성을 향상 시키는데 기여했다.

■대통령표창

김소영(여, 43세, 지체1급, 한국척수장애인재활지원센터 센터장)=국가대표 체조선수로 활동 중 사지마비장애를 입고 불굴의 노력으로 상담학 학위를 취득, 중도장애인이 신속히 사회구성원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고 있으며 척수센터 건립에도 기여했다.

김무진(남, 47세, 지체3급, 삼화이엔피 대표이사)=장애를 극복하고 성공한 기업가로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의 발전과 일자리 창출 등을 통해 장애인고용촉진에 기여했으며, 사회공헌활동으로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이종학(남, 60세, 청각2급, 한국농아인협회 경북협회장)=경북도 내 청각장애인을 위한 지부와 수화통역센터를 확대 설치해 의사소통 지원하고, 자활자립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농아인의 권익신장에 기여했다. 여기에 청각장애인의 사회참여를 위해 직업 상담과 취업알선 사업을 추진, 장애인 복지 증진에 기여했다.

구춘화(여, 61세, 한국장애인부모회 감사)=장애인가족지원센터를 전국 최초로 설립한 뒤 양육으로 지친 부모들이 일상에서 벗어나 삶의 휴식을 가질 수 있도록 휴식지원프로그램 등을 기획해 운영, 장애인과 그 가족의 복지증진에 기여했다.

국민연금공단=공공기관 중 장애인 직원을 가장 많이 채용함으로써 장애인의 자립을 지원하고, 장애심사 제도개선 및 사례관리를 통해 장애인 삶의 질 향상에 기여했다.

■국무총리표창(4명)

김혜중(여, 60세, 지체3급, 강원도지체장애인협회 민원부장)=중도장애인의 심리적 재활을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 인식개선 교육 및 사회적응 교육에 앞장서 오는 등 장애인들의 의식변화에 일조했다.

이경욱(남, 56세, 부산국제장애인협의회 운영위원장)=장애인 사회참여 확대를 위한 통일염원대행진을 기획하고, 장애인 정보화 역량강화를 위한 교육용PC 등 기자재 기증 정보화사업을 활발하게 벌여왔다. 여기에 장애인 이동권 확보 및 위업기회 제공을 위한 전국 최초 장애인운전재활센터 개설에도 기여했다.

김금자(여, 63세, 송죽원 원장)=제주지적장애인복지협회 설립과 지적장애인 주간보호시설, 지적장애인 공동생활가정, 중증장애인요양시설, 장애인직업재활시설 개원에 주도적 역할을 수행했다. 또한 지역사회 장애인식개선, 장애인복지시설 간 연계 교류로 중증장애인 권익 향상과 재활, 자립에 기여했다.

우창구(남, 59세, 울산광역시 지방행정관)=장애인 생활안정, 장애인 편의 증진, 장애인 일자리사업 확대, 장애인 가족지원 사업에 앞장서는 등 장애인 자립생활 환경조성에 기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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