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인생은 아름답다' 에릭 뉴델 감독.ⓒ에이블뉴스

“영화라는 도구를 통해 미국의 장애인들의 인권운동가들의 목소리를 전하고 싶었어요. 미국도 하루 아침에 장애인들의 인권이 보장된 것이 아닙니다. 끊임없이 싸웠습니다. 제가 한국의 장애인 운동가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는 무조건 싸워야 한다는 겁니다.”

미국 장애인 차별의 역사를 정면으로 그려낸 ‘그래도 인생은 아름답다(2011)’의 에릭 뉴델 감독의 말이다.

지난 23일부터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리고 있는 ‘제14회 장애인영화제’의 개막작인 ‘그래도 인생은 아름답다’는 주디스 휴먼, 프레데릭 페이와 같은 장애인인권투쟁의 산 증인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53분간 담아냈다.

온전히 장애인들의 관점에서 그들의 시선을 따라가는 영화였지만, 24일 관객들과 만난 에릭 뉴델 감독은 장애를 가지지 않은 비장애인이었다.

관객들의 의아한 모습에 그는 “비장애인과 장애인은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 짧은 사고로 인해 장애인이 될 수 있다.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장애유무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많은 사람들이 장애인이 아닌데 어떻게 영화를 만드냐고 질문한다. 나는 영화에 나온 등장인물들이 목소리를 내도록 도와주는 것 뿐”이라며 “미국장애인들은 그동안 목소리를 낼 만한 곳이 없었다. 영화라는 도구를 통해서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평소 ‘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가져야 된다’고 생각했던 에릭 뉴델 감독은 지난 2007년 인권운동가 프레데릭 페이와 우연히 만났고, 그를 통해 들은 장애인 인권 운동가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영화를 제작했다.

이에 제작된 ‘그래도 인생은 아름답다’는 미국에서 장애인 차별 철폐 운동이 본격적으로 진전된 세계 제 2차 대전 종전부터 1990년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차별을 금지하고 인권을 보호하는 미국 장애인법을 통과시키는 30여년 간의 눈물겨운 노력과 투쟁을 고스란히 담았다.

특히, 미국 장애인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의회 100여개의 계단을 오르는 뇌병변 장애 소녀가 “밤새워서라도 올라가겠다”며 굳은 의지를 보이며 울부짖는 장면은 미국이 선진국임에도 장애인들은 우리나라와 별반 다를바 없이 일상생활, 사회진출 등에서 차별받고 있다는 충격을 받게 한다.

에릭 뉴델 감독은 “미국의 장애인들이 인권을 보장받았던 시간은 짧다. 1973년 재활법을 제정했다. 그 전에 미국의 장애인 삶은 발전되지 못했고 고립된 삶을 살았다”며 “구체적으로 이동하는 것이 굉장히 힘들었다. 서부에서 동부로 회의를 참여하려면 차, 비행기를 이용해야하는데, 모두 다 어려워 회의장소에 참석하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24일 영화가 끝난후 관객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에릭 뉴델 감독(가운데).ⓒ에이블뉴스

에릭 뉴델 감독이 주는 메시지는 간명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문제는 장애를 가진 것이 아니라 장애를 이유로 차별하는 것이라는 것. 이를 위해서는 끊임없이 투쟁이 필요하다는 당부다.

그는 “누구라도 2등 시민, 열등하다고 느낀다면 크게 잘못된 것이 있는 것이다. 제가 만든 여러 가지 영화에 동일하게 존재하는 것은 법 앞에 모든 것이 평등하다다”며 “스스로 자존감을 높이고 삶의 가치가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며 “장애 유무 관계없이 누구나 동일한 권리를 누려야 한다. 열등한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에릭 뉴델 감독의 이야기를 유심히 듣는 장애인영화제 관객들.ⓒ에이블뉴스

하지만 여전히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선은 차갑다. ‘자신의 이야기를 못 할 것이다’라는 비장애인의 편견에 에릭 뉴델 감독은 “장애인 친구에게 들었는데 식당에 주문하려고 비장애인 부인과 가도, 부인에게만 주문을 받는다”며 “많은 사람들은 장애인이 스스로 판단 안된다고 추측해버린다”면서 “끊임없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고, 권리를 위한 목소리를 내는 당사자들이 많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에릭 뉴델 감독은 “한국도 장애인권 운동을 하는 곳이 많은데, 중요한 것은 행동이다. 미국의 역사상 원하는 것을 가만히 있으면 얻을 수 없었다”며 “다른 사람들은 시끄럽다고 조용히하라 하겠지만, 가만히 있었다면 미국도 아무런 변화를 이끌어 내지 못했을 것이다. 목소리를 높여 권리를 주장하라”고 한국의 운동가들에게도 응원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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