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으로 듣고 귀로 보고 마음으로 하나 되는 영화축제 ‘장애인영화제’가 올해로 제14회를 맞게 됐다.

장애인영화제는 지난 2000년부터 장애인의 영상제작 활성화와 장애인영화관람 환경개선을 위해 매년 개최되고 있다.

올해 장애인영화제는 문화체육관광부, 영화진흥위원회, 주한미국대사관의 후원을 받아 오는 23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27일까지 목동 방송회관 2층 브로드홀에서 개최된다.

또한 홍보대사로 배우 구혜선과 이천희가 선정됐으며, 이들은 개막식에 참석해 홍보대사 위촉패를 전달받을 예정이다.

두 배우는 최근 장애인영화제 사무국을 방문해 홍보대사로 참여하게 된 이유와 그 동안 갖고 있던 장애에 대한 생각 등을 이야기했다.

'제 14회 장애인영화제' 홍보대사 구혜선. ⓒ한국농아인협회

구혜선, “그들은 우리와 다르지 않아요”

홍보대사로 선정된 구혜선에게 위촉 소감에 대해 묻자 “귀중한 영화제에 홍보대사를 맡게 돼 영광이다. 잘 해내야겠다는 책임감이 든다”고 말했다.

사실 구혜선은 지난 4개월 간 영화 시나리오 작업, 전시회 준비, 작곡, 기부행사, 최근 제9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의 심사위원으로 활동하며 무척 바쁜 나날을 보냈다. 그럼에도 흔쾌히 올해 장애인영화제의 공식 트레일러 제작과 출연까지 수락했다.

특히 공개 된 트레일러는 그녀가 직접 물속에서 수화를 하는 장면으로, 많은 관심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깊은 물속에 들어가서 하는 촬영이라 긴장이 많이 됐죠. (웃음) 다행히 큰 사고 없이 잘 끝났어요. 트레일러도 제가 전하고자 하는 의미가 잘 표현 된 것 같아요. 장애인의 삶이 우리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우리가 사랑에 빠졌을 때 아무것도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는 것처럼, 그들 역시 사랑에 빠진 상태이고, 우리 모두가 그런 당신을 사랑한다 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노력했어요.”

몸이 두 개 라도 모자랄 상황에서 홍보대사와 트레일러 감독 두 가지 일을 모두 병행한 구혜선은 감독으로 데뷔할 때부터 ‘장애’에 대한 관심이 컸다고 한다. 지난해 샴쌍둥이의 삶을 다룬 장편영화 ‘복숭아나무’를 제작하기도 했다.

“그때 한창 ‘나는 누구인가’ 라는 고민을 가지고 있던 시기였죠, 인간의 양면성, 모순 같은 것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그것을 주제로 시나리오 작업을 시작했어요. 머리가 두 개인 형제가 태어나고 자라나며 벌어지는 사건들을 통해 그들은 단지 겉모습이 다를 뿐, 더 큰 사랑을 안고 살아간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녀가 만든 영화 ‘복숭아 나무’를 통해 장애인의 삶이 우리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으나, 정작 장애인들은 여러 환경적 제한으로 영화를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영화를 연출한 감독으로서 이러한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구혜선은 “몸이 불편한 사람을 돕는 건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당연히 해야되는 일이라고 본다"며 "장애인이라고 다른 이들과 별개로 대우를 하거나 불필요한 인식을 만드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어 "모두가 한데 어울려 우리가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그것을 인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앞으로 장애인영화제 홍보대사로서 맡은 바 책임을 다 하며, 인식 개선에 앞장설 것”이라고 밝혔다.

'제 14회 장애인영화제' 홍보대사 이천희. ⓒ한국농아인협회

이천희, “장애인 영화관람 환경개선 책임감 느껴”

“홍보대사 요청을 받고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동안 영화든 드라마든 '맡은 역할을 어떻게 표현할까'만 생각했지 실제 영화를 보고 싶은데 볼 수 없는 분들에 대한 관심은 없었거든요. 그런데 이번 영화제 홍보대사를 맡게 되면서 그 분들의 목소리를, 생각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 죄송한 마음도 있지만, 기뻐요."

"아직까지도 저처럼 장애인영화(청각장애인에게는 한글자막, 시각장애인에게는 화면해설을 통해 각각 영화를 볼 수 있도록 한 영화)가 꼭 필요하다는 것을 모르는 분들이 많으실거에요. 제가 홍보대사를 맡았고, 활동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요.”

그는 영화 ‘바비’에서 지적장애를 가진 형을 둔 동생을 연기 한 적도 있었다. 이천희가 맡은 ‘망택’은 나 자신의 삶도 버거운데, 지적장애를 가진 형까지 보살피고 책임해야 된다는 부담감에 폭언을 일삼는 역할이었다.

장애인 가족을 둔 입장을 경험 할 수 있는 기회였지만, 그는 연기하는 내내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고 한다.

“영화에서 연기하면서 장애인당사자가 아니라 장애인을 둔 가족의 입장을 돌이켜보게 되었죠. 장애를 바라보는 주위의 시선, 가족으로서의 책임감을 느끼게 되었는데, 사실 지금까지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영화라는 매개체를 통해 제가 경험하게 된 거예요. 그들이 사회적인 약자이기 때문에 사회가 뒷받침을 해야 되는 부분은 있지만 그러한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먼저 사회의 인식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장애’를 소재로 한 영화는 다양하게 제작되고 있는 반면, 실제 장애인 당사자들은 영화를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영화 ‘도가니’가 사회적인 파장을 불러일으킬 당시만해도 청각장애인들은 영화를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빗발치기도 했다.

“장애인의 영화관람 환경이 열악하다는 것을 홍보대사를 맡기 전에는 미처 몰랐어요. 비장애인들은 쉽게 영화 볼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장애인 입장에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영화 관람 환경이 매우 열악하더라고요."

그는 이 문제에 대해 "영화 관람 환경이나 제도 개선에 앞서 우리의 인식이 먼저 바뀌어야 된다"면서 "많은 영화인들이 장애인 영화관람 환경개선이나, 장애 인식 개선에 책임감을 가져야 된다"고 말했다.

이어 "장애인영화제 홍보대사로 활동하면서 장애인의 영화관람 환경개선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연기자로서의 포부도 드러냈다.

“연기의 욕심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장애인 당사자의 삶도 연기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특히 영화 오아시스에서 보여준 문소리 선배님의 연기는 인상적이었어요. 문소리 선배님이 연기 한 ‘한공주’를 통해 장애인의 삶을 진솔하게 보여줄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장애인영화제 홍보대사를 맡았으니 앞으로 이러한 기회도 많아지겠죠? (웃음) 장애인을 희화화 하거나, 동정의 대상으로 삼는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삶을 진솔하게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을 만나게 된다면 망설이지 않고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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