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정산에서 화명동쪽으로 내려오면 백숙집 등 민가가 여러 채 있었는데 오토바이 소리가 들리면 사람들이 몽둥이를 들고 지키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금정산을 올라갈 때는 어쩔 수 없었지만 내려올 때는 시동을 끄고 내려왔다. 그는 후미였기에 앞사람들과 합류하기 위해서 100km 정도로 내려오고 있었는데 턱, 무엇엔가 걸렸다. 오토바이는 허공으로 붕 떠서 곤두박질을 쳤고, 그는 한참을 날아 근처 논두렁에 처박혔다.

장마철이라 길에는 물이 흐르고 있었다. 자기 집으로 들어오는 물길을 막기 위해 누군가 길에다 둑을 쌓았는데, 깜깜한 밤이고 가속이라 미처 둑을 보지 못했던 것이다.

음악다방 DJ 시절. ⓒ이복남

“앞선 사람들이 한참을 기다려도 제가 오지 않아서 되돌아 왔다가 저를 발견하고는 오토바이 뒤에 저를 싣고 병원으로 데려왔답니다.”

몸은 만신창이가 되었고 왼쪽 대퇴부는 분쇄골절로 손을 쓸 수도 없을 지경이었다. 병원에서는 다리를 자르자고 했지만 그는 싫다고 했다. 2년여 동안 병원 침대에 누워서 창밖 하늘만 바라보았다. 낮에는 조각구름 둥실 떠가는 파란하늘, 밤에는 별이 반짝이는 하늘을 보고 또 보면서 그는 서서히 하늘을 닮아갔다.

그 무렵 휠체어를 타고, 혹은 목발을 짚은 장애인들이 무엇을 만든다고 했다. 텔레비전으로 그 뉴스를 보면서 그도 장애인이 되었음을 절감했다. 양목발을 짚고서 그 장애인들을 찾아갔다. 그가 할 줄 아는 것은 DJ뿐인 회계학과 졸업생이었다. 그럼에도 쓸모가 있다면 장애인을 위해서 일하고 싶었다.

장애인 등록을 하라고 했다. 지체 5급이라고 했더니 누군가가 다시 해보라고 했지만 귀찮고 번거로워서 다시 하지 않았다. 그러나 장애인 관련일은 적성에 맞지 않는 것 같아서 오래하지는 못했다.

김래진씨의 자기 방. ⓒ이복남

카페에서. ⓒ이복남

그가 바라는 것은 감성음악다방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돈이 있어야했다. 돈을 벌기 위해 단란주점을 차렸다. 이를 악물고 돈을 벌었기에 단란주점 5년 만에 음악다방을 차릴 만큼의 돈을 벌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아내가 반대했다.

DJ박스는 이미 유행도 지났을 뿐 아니라, 승산이 없는 일에 어찌 올인을 하느냐는 것이었다. 그는 아내를 설득해서 00동에 카페를 열었는데 지금은 아내도 그와 같이 일하고 있다.

지난날 교통사고로 병원 침대에 누워있을 때 꿈꾸었던 ‘하늘’로 이름을 짓고 싶었으나 두 글자는 좀 약한 것 같았다. 그래서 하늘장소에서 장자만 빼서 ‘하늘소’라고 했다. 사람들이 ‘하늘소’가 무슨 뜻인지 몰라 하늘(장)소나 (장수)하늘소라고 불러도 그는 상관없다고 했다.

“나를 다스리는 것은 내 귓가에 들리는 음악뿐입니다.”

내가 살기 위해서 남을 죽이는 요즘의 현실이 너무나 서글퍼서 절대로 남에게 폐가 되지 말자를 영업 전략을 고수하고 있었다. DJ는 아무리 슬퍼도 웃어야 되기에 자기관리를 위해서 항상 선비의 정신으로 임하고 있단다.

그가 어렸을 때 부모님은 그가 의사가 되기를 바랐지만 그는 지금 ‘카페’ 사장이자 DJ로 살고 있다. 그에게는 고3 딸이 하나 있는데 그는 교사가 되었으면 싶지만 딸애는 영화음악을 하고 싶단다. 그가 부모님께 불효했기에 딸에게는 자신의 희망을 강요하고 싶지는 않단다.

“3분의 철학을 아십니까?”

음악 속에는 사랑과 이별 그리고 온갖 고뇌가 들어 있다고 했다. 그동안 사 모은 2만여 장의 LP판이 진열되어 있는 DJ박스 속에 앉아 있으면 세상 모두가 자기 것이란다. 그는 10여 년 동안 같은 장소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데, 그동안 잊고 살았던 아날로그적 감성과 옛 추억에 젖는 7080세대들이 많이 찾는다고 했다.

김래진씨는 3분의 철학에 영혼이 담긴 라이브카페를 개설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프랜차이즈 형식으로 그만의 노하우를 컨설팅해주면서 전국에 영상뮤직카페를 보급하고 있었다.<끝>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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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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