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네디 센터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는 멀린스. ⓒ샘

멀린스는 패션 모델, 영화 배우, TV 탈렌트 미를 추구하는 모든 여자들의 로망인 전 분야를 넘나들며 피플 매거진의 미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50인으로 선정된 미를 마음껏 과시했고 사람들은 열광했다.

런던에서 열린 패션 쇼에서 당당하게 워킹을 하는 그녀가 의족을 착용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세계 최고의 패션 디자이너 알렉산더 맥퀴는 이 행사를 위해 손수 그녀의 의족을 조각했다.

사람들은 그것을 그녀의 부츠로 생각했다. 그녀의 아름다움은 그녀로 하여금 많은 활동을 하게 만들었다. 크리스쳔 디올의 모델, 올리버 스톤의 영화 중 월드트레이드에도 등장했다. 텔레비전과 영화에서 활동하고 있다. 매튜 바니의 영화 크레마스터 3에서 의족으로 고구마를 자르는 명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그녀는 아름다움을 만들어 가는 일이라면 가림에 연연하지 않는다. 대중 앞에서도 잘리워 나간 다리를 그대로 드러내며 의족을 갈아끼운다. 다리 때문에 비키니를 거절하지도 않는다. 심지어는 치타 이미지에서 14시간의 분장 끝에 올 누드 이미지를 나타내는 대담함도 보였다.

절단 장애, 그리고 섹시 코드, 조화가 힘들다는 두 분야의 상식을 깨고 그녀는 완벽하게 이루어 냈다. 그녀의 열정적인 모습은 가수 마돈나에게까지 그녀에게 손을 내밀게 했다. 마돈나는 뮤직 비디오에 그녀와 함께하고 싶다는 러브 콜을 보냈지만 멀린스는 선약이 있어 거절한 상태다.

그러나 마돈나의 창의적인 활동에 경외감을 가지고 있는 그녀는 마돈나 자체에 대한 스스로의 재창조의 열정을 높이 사며 앞으로 기회가 되면 거절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26일 장애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이야기하는 좌담회가 워싱턴 디시의 케네디 센터에서 열렸다.

테라스 레벨의 애터리엄 룸에서 크리스틴 힐러맨의 사회로 진행된 이 좌담회에서 멀린스는 그동안의 경험들과 장애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발표해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샀다.

특히 무능을 표현하는 디스에빌리티(disability) 대신에 가지고 있는 신체의 특성을 이용해 더 탁월한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슈퍼에빌리티(superability)로의 언어의 전환은 이제까지의 장애인의 통상적인 관념을 바꾸는 데 일조하기도 했다.

성공으로 이끄는 그녀의 삶에 대한 대처도 인상적이었다. 그녀는 삶 자체를 끊임없는 문제의 연속으로 보고 있다. 그녀는 위험이 다가 올 때 그 자체를 받아들이고 그를 이겨 나가는 것에 짜릿한 감동을 느끼곤 한다.

한 시간이 넘는 좌담회를 마치고 세명의 청중으로부터 질문을 받았다. 현재 어떤 활동을 하고 있으면 절단 장애인의 섹스, 그리고 왜 장애인들은 아직도 매스컴에서 활동이 미약한 가에 대한 질의가 이어졌다.

그녀는 현재 하고 있는 작품 활동을 이야기 한 후 질문자 마저 망설인 섹스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다양한 데이터를 예로 들며 절단 장애인들의 섹스에 대한 인식과 절단이 섹스에 지장을 주지 않음을 당당하게 역설했고, 장애인의 매스컴 활동의 미약한 부분에서 사회적인 인식과 장애인 스스로가 적극성을 띄지 않는 것을 지적하기도 했다.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그녀는 긴 다리를 몇 번을 움직였다. 그리 길지 않은 검은 원피스 아래로 아름다운 긴 의족과 다리의 연결 부위를 그대로 드러내 놓고 하는 그녀의 이야기는 무척 당당해 보였다. 한편 행사장 입구에는 그녀가 운동과 모델에 사용했던 의족들이 입구에 전시되어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도 했다.

행사에 참여했던 미스 워싱턴 출신 H씨는 모진 훈련을 하는 동안 몸의 중압감으로 인해 의족에 닿는 부분에 맺혔을 피를 생각하며 안타까워 함과 동시에, 긴 의족을 이용해 완벽한 워킹(walking)을 하는 그녀를 보며 ‘높은 하이힐을 신어도 반듯이 걷기가 쉽지 않은 데 그처럼 긴 다리를 이용해 저렇게 자연스럽게 걸을 수 있다는 것이 정말 놀랍다’며 감탄의 빛을 감추지 못했다.

그녀는 장애인으로 불리는 것이 싫다. 그녀 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장애인으로 불리는 것을 원치 않는다.

신체의 일부, 혹은 정신적으로 일부의 기능이 제대로 기능을 못한다해도 기능을 못하는 부분을 이용해 정상적인 기능을 하는 지체 혹은 정신의 일부분 보다 더 나은 기능을 발휘해 단순히 극복이 아닌 수퍼가 되길 원하고 있다.

손으로 하는 일을 선택했더라면 그녀는 특유의 능력과 투지력으로 훨씬 쉽게 원하는 고지에 이르렀을 것이다.

그런데 왜 그녀는 없는 다리를 이용해 건강한 다리를 가진 이보다 백배, 아니 거의 불가능이라는 일에 가깝도록 힘든 일에 집착해 왔을까?

우리는 그녀가 만들어 낸 단어 슈퍼에빌리티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그녀는 다리를 잃고 그 다리를 보완해 성공을 이루어 냈다. 다른 부분을 이용해 성공했다면 그 것은 장애로서의 승리가 아니다. 똑 같은 조건에서 한 거니까. 그러나 장애를 입은 부분을 이용해 성공했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녀는 바로 장애의 성공을 이루고 싶었고 단지 혼자 뿐만이 아니라 다른 장애인들도 그와 같은 노력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장애인식을 새롭게 하기 위해 저작 활동을 하고 쉴 새 없이 날아다니며 강연을 하고 있는 것이다.

* 샘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전 미상원 장애인국 인턴을 지냈다. 현재 TEC 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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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급 지체장애인으로 캘리포니아 버클리 대학 사회학과를 졸업, 미국 탐 하킨 상원의원 장애국 인턴을 역임했다. 또한 서울장애인체육회 워싱턴 통신원, 서울복지재단 워싱턴 통신원, 프리랜서 기자로 활동했다. 출간한 수필집 ‘사랑, 그 빛나는 조각들’은 1992년 올해의 우수도서로 선정됐으며, 2009년에는 워싱턴 문학 수필부문 가작에 당선됐다. 각종 미국 장애인 소식을 전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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