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째 활동보조인을 하고 있는 김주희 씨는 "장애인과 보조인 사이에 신뢰가 쌓여야 활동지원제도가 발전할 수 있다"고 전했다. ⓒ프랜드케어

"활동지원제도가 장애인 이용자 위주의 좋은 제도로 개선돼야 합니다."

3년 째 시각·지체·신장장애가 있는 중복장애인의 활동보조를 맡고 있는 활동보조인 김주희(53·서울시 중구)씨. 활동보조서비스가 생기기 전부터 장애인 목욕봉사 등 꾸준히 자원봉사를 해왔던 그는 2007년 활동보조서비스가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장애인자립생활센터 프랜드케어를 통해 활동보조인을 하게 됐다. 벌써 횟수로만 활동보조인 경력이 5년째다.

"아무 대가없이 좋아서 했던 일인데 제도화가 되면서 봉사의 연장선으로 급여도 받을 수 있게 돼 나에겐 더 없이 감사하다"는 김씨. 하지만 요즘 시행을 앞둔 장애인활동지원제도가 조금씩 변질돼 가고 있다는 느낌에 염려도 크다.

"전 늘 활동보조인 교육을 받을 때 '장애인 중심, 이용자 중심'으로 교육받았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활동지원제도 내용을 보면 전혀 그렇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까워요."

김씨는 심야와 공휴일 등 이용에 대한 활동보조인 추가수당을 장애인의 활동지원급여 내에서 부담하도록 하는 활동지원제도 고시안에 대해 지적했다.

그는 "추가수당을 정부가 지원한다면 모르지만, 장애인에게 지불하라는 것은 장애인의 활동보조 시간을 줄이는 것 밖에 안된다"며 "장애인 중심의 정책이 누굴 위한 정책이 된건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이어 "마치 보조인이 이런 식의 추가수당을 요구해서 정책을 내놓은 듯하게 보여, 장애인과 보조인 사이에 마찰이 일어날 위험도 있다"며 "활동보조를 받는 분들 대부분이 정부 지원을 받아서 생활하는 분들인데, 이런 식의 정책은 장애인을 힘들게 하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그는 활동보조인과 장애인의 신뢰관계가 서비스 질을 높이는데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보조인과 장애인은 서로에게 필요한 상생의 관계"라며 "장애인 중에서는 종종 '당신 돈벌게 해주니까 나한테 감사해야지'하는 생각을 가진 사람도 있고, 보조인 중에서는 그저 '활동보조는 돈벌이 수단'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보조인이 직업의식이 부족해 중간에 힘들다고 그만두게 되면, 장애인은 서비스를 받지도 못한 채 붕 뜨게 된다. 그럼 장애인은 다른 보조인이 온다해도 '너도 어느정도 하다가 가겠지'하는 불신만 가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김씨는 "장애인과 보조인끼리 서로 신뢰감이 쌓여야 제도도 발전하고 서비스 질도 높아진다"며 특히 "보조인의 마음가짐이 이 제도에 있어서는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장애인과 활동보조인에 대한 교육이 제대로 실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조인과 장애인 모두 활동보조에 대한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그는 "활동보조를 받고, 제공하기 전부터 모든 교육이 철저하게 진행돼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보조인이 장애인의 유형이나 모든 것을 파악하고 꾸준히 보조해줘야 좀 더 좋은 서비스가 만들어진다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김씨는 장애인 당사자 중심으로 운영되는 자립생활센터에 대한 지원 필요성을 시사했다.

마지막으로 김씨는 장애 정도에 따른 활동보조인의 처우 개선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김씨는 "가사·이동지원·목욕 등 중증장애인의 모든 것을 보조하는 보조인이나 단순히 시각장애인의 이동지원만 보조하는 보조인의 대우가 모두 똑같다. 그렇기 때문에 보조인 중에서는 좀 더 편한 보조를 할 수 있는 장애인을 찾아 떠나는 경우가 있다"며 "중증과 경증 장애의 차이를 인정해 중증장애인을 돌보는 보조인에 대한 대우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김씨는 "무엇보다도 활동지원제도는 장애인 이용자를 위한 것이다. 이용자 위주의 좋은 제도로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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