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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광산에서 금을 캐고

지체장애 3급 홍언표씨의 삶-①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0-11-20 10:36:32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천상병 시인의 ‘귀천(歸天)’ 전문이다.

‘귀천’에서 인생이란 하늘에서 지상으로 잠시 소풍을 나왔다가 다시 하늘로 돌아가는 것뿐이다. 노을빛과 단둘이 놀다가 구름이 손짓하면 이슬과 손잡고 하늘나라로 다시 돌아간다는 때로는 아름답고 환상적인 내용이다.

그러나 천상병 시인은 별로 아름답게 살지 않은 것 같았다. 그래서 소풍을 끝내는 날 하늘로 돌아가서 세상은 아름다웠다고 말하고 싶은 것은, 어쩌면 인생은 너무나 괴로웠다라고 말하고 싶은 역설은 아니었을까. 천상병 시인은 티 없이 맑고 아름다운 서정시인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자연과의 조화나 죽음에 대한 초연성이나 인생의 관조 같은 아름다움은 천상병 시인에게는 가능할지 몰라도 보통의 사람들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아등바등 살게 마련이다. 홍언표씨도 그가 지나 온 삶의 궤적을 뒤돌아보면 지독한 가난과 고독, 그리고 순간순간 죽음과 맞닥뜨려야 했던 삶에 지친 서러운 한숨과 외로운 눈물로 얼룩져 있었다.

홍언표(57)씨는 충청남도 논산시 강경읍에서 태어났다. 위로 누나가 둘 있었고 언표 씨는 셋째 아들로 태어났는데 나중에 아래로 동생 둘이 더 태어났으니 그는 5남매의 셋째인 셈이다.

강경이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강경젓갈을 떠올리게 되고 그래서 강경읍은 젓갈의 산지인 바닷가에 있을 거라고 짐작하겠지만 강경읍은 바닷가에 있지 않았다. 강경이란 지명은 강경포(江景浦)에서 유래된 이름으로 금강 내륙의 포구이다. 그럼에도 새우젓을 비롯해 조개 갈치 까나리 등 강경젓갈이 유명하게 된 것은 강화군이나 신안군에서 생산된 젓갈을 강경에서 발효시키기 때문이란다.

예로부터 강경젓갈의 핵심기술은 저온냉장숙성이라고 한다. 강경 젓갈은 낮은 기온 덕분으로 소금이 적게 들어간다고 하는데 어떻게 저염냉장을 할 수 있었을까. 그것은 바로 토굴이었다. 토굴은 폐광이 된 갱도를 젓갈의 숙성고로 사용하고 있는데 아직도 많은 젓갈 상인들은 12~3도인 전통 토굴에서 강경젓갈의 독특한 감칠맛을 낸다고 한다.

물론 지금은 저온 냉장고를 사용하기도 한다지만 홍언표 씨가 태어날 무렵인 1950년대에는 냉장고도 없던 시절이었다. 그 무렵의 광산이란 대부분이 일제가 버리고 간 것인데 언표 씨의 아버지도 강경의 한 광산에서 금을 캐고 있었다. 고모부가 아버지와 같이 광산에서 금을 캐고 있었지만 일은 힘들고 금은 별로 캐지 못했다.

그 무렵 작은 아버지가 돈을 벌어 마산 상남동에 제법 큰집을 하나 샀다고 한다. “행님, 금도 안 나오는 광산에서 고생하지 마시고 고마 마산으로 내리 오이소” 그가 세살 때 아버지는 가솔들을 거느리고 마산으로 이사를 했다.

강경에서 살던 집 보다는 대궐 같은 집이었다. 맘껏 뛰어 놀 수 있었던 마당이 있었고 마당 옆에는 우물도 있었다. 길가에 바깥채가 있었고 마당을 지나 대청마루에 올라서면 사랑채가 있었다. 어머니는 바깥채에 요즘 슈퍼 같은 점방을 차렸다.

아버지는 강경에서는 금을 캐던 광부였는데 마산에서는 어머니가 점방에서 돈을 벌고 있었으므로 모시 바지저고리에 긴 담뱃대를 물고 에헴 하는 한량이었다. 어머니는 점방에서 박하사탕과 센베이 박상 등의 과자와 공책과 연필 등 문구류를 팔면서도 여동생과 남동생을 낳았다.

밥 때가 되면 어머니는 점방을 큰누나에게 맡기고 아궁이에 불을 때서 밥을 했는데 다 같이 못 살던 시절이라 밥은 거의가 꽁보리밥이었다. 그럼에도 장남인 언표씨와 아버지는 흰쌀밥에 계란 후란이 반찬이 차려진 겸상을 받았다. 그러나 그런 평화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그의 어머니가 비명횡사를 한 것이다.<2편에 계속>

* 이 내용은 문화저널21(www.mhj21.com)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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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남 기자 (gktkr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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