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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의 아픔을 전화위복으로 삼아

청각장애 2급 강복남씨의 삶③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0-09-20 15:20:44
양봉으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자 꿀통을 둘러메고 지난 날 말없이 떠났던‘소년의집’을 다시 찾아가 용서를 빌었다.‘소년의집’에서는 매년 11월 마지막 주말에는 자선바자회가 열리는데 그 후부터 바자회에 약간의 꿀을 기증도 하고 팔기도 했다.

1991년 바자회에서 같은 청각장애인 김00(42)을 만났는데 김00은 여위고 병약했다. 그는 벌침으로 김00을 치료했고, 그는 고아인데 장인 장모 처남 등 처가 식구들이 좋아서 김00을 만난 지 1년 만에 결혼했다.

김00과 결혼한 후 장모가 돈을 보태주어서 벌통 50개로 독립하게 되었다. 벌통은 밀원을 찾아다니기 마련인데 매화 배나무 벚꽃 등 봄꽃이 지고 5월이면 아카시아꽃이 피는데 아카시아꿀이 제일 맑고 투명하단다.

그때부터 꿀색깔은 조금씩 짙어져서 밤꽃이 피면 꿀은 흑갈색이 되었다가, 칡 피나무 싸리나무 더덕 달맞이꽃 메밀 국화 코스모스 등 벌이 온갖 꽃 속을 넘나들면서 만들어 낸 잡화꿀은 노란색이라고 했다.

아무리 좋은 꿀도 가끔은 가라앉은 결정이 생기기도 하는데 단골들도 결정이 생긴 꿀은 가짜 꿀(?)이라고 오해를 하는 경우도 있어 결정이 생긴 꿀은 판매하지 않는단다.

그의 벌침 덕분인지 아내는 건강해져서 첫 딸(고3)을 낳았고 몇 년 뒤에는 둘째 아들(초6)도 낳았다. 그러나 독립한 양봉원은 돈이 되지 않았고, 더구나 알음알음으로 파는 꿀의 수입은 일정치가 않았다. 그럼에도 그는 벌통을 들고 남도의 섬에서부터 저 멀리 강원도까지 꽃을 쫓아 다녔고, 아픈 사람들이 그를 찾으면 벌침을 놓으러 다녔는데 아내는 그만 보면 돈을 달라고 했다.

처음에는 돈타령하는 아내를 피하기도 했지만 술이 한잔 되면서 아내와 싸우기 시작했고 급기야는 분을 참지 못해 아내에게 손찌검을 하게 되었다.

그는 아내와 자식들을 사랑했지만 아내는 폭력을 이혼사유로 들고 나왔다. 아이들도 엄마 편이어서 2009년 가을, 그는 빈털터리로 아내와 이혼을 해야 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2009년 봄 생긴 경남농아인협회 창녕군지부의 지부장으로 선출됐는데, 이것저것 너무 바빠서 고민할 겨를이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사제품을 받았다는 청각장애인 박민서 신부도 만났었고, 청각장애인시설도 둘러보았었다.

청각장애인시설은 안성시 원곡면에 있는 농아노인들의 작은 쉼터인 ‘성요셉의집’이었다. 처음에는 이곳도 조심스러웠으나 현재는 33명의 농아노인들의 생활터전이 되고 있고 있다. 농아노인들을 위한 사회심리재활 프로그램으로 도자기, 한글, 수화반, 종이접기, 스포츠댄스, 그림그리기, 도자기공예, 게이트볼, 사진촬영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실행하고 있다.

농아노인들에게 가장 어려운 문제는 언어이해전달인 것 같은데 서로에 대한 오해와 반복되는 문제는 그들의 마음을 받아주고 사랑으로 오해를 풀어줌으로 해결되지 않을까 싶단다. 왜냐하면 그도 나중에 여건이 되면 청각장애인시설을 해보고 싶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내와 이혼을 하고 아이들과 떨어진 것은 참기 어려운 고통이었다. 그럼에도 필자가 전화위복을 강조한 것은 그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벌통이 남아 있었던 것이다. 그는 시골집에서 보호모도 쓰지 않고 벌통을 둘러보았는데, 이혼을 하고 혼자가 되었지만 그래도 벌통은 지켜야 했던 것이다.

그는 벌침으로 무수히 많은 사람들의 병을 낫게 했고 특히 30년이나 어깨와 허리통증으로 병원을 전전하던 사람을 봉침시술로 완치시키기도 했다는데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그의 벌침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첫 번째 꿈은 얼굴도 기억 못하는 부모님과의 만남이다. 어린 시절 어버이날이면 빨간 색종이로 카네이션을 접으며 얼마나 울었던가. 지금이라도 기적처럼 부모님이 나타나 주면 좋겠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희망사항이다. 그리고 사회복지사가 되어 청각장애인시설을 운영하고 싶단다. 그는 고등학교 졸업을 못했기에 사회복지사가 되기 위해 혼자서 책과 씨름하며 대입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있다.

그는 양봉을 하면서 벌침을 놓고, 청각장애인들의 애환을 듣고, 동네 유지와 봉사자들을 만나고, 틈틈이 대입검정을 준비해야 하니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판이다. 이 모든 일을 강인한 정신력과 불굴의 의지로 이겨내고 있음은 이혼으로 인한 전화위복이 아니겠는가.

어떤 경우라도 폭력은 잘못이다. 그 잘못으로 인한 위기를 기회로 삼아 열심히 노력하면 사회복지사 자격증도 따고, 청각장애인시설도 운영하고, 부모님도 만나고, 나중에는 아이들도 만날 수 있지 않을까.<끝>

* 이 내용은 강주수 수어통역사(춘해보건대학 겸임교수, KBS부산뉴스 수어통역)의 도움으로 취재했습니다.

* 이 내용은 문화저널21(www.mhj21.com)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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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남 기자 (gktkr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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