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여인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은 심청이나 춘향이가 아닐까 싶다. 그런데 요즘 심청이, 춘향이만큼이나 사람들 사이에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두 여인이 있었으니 그 중 하나는 장희빈이다.

장희빈은 조선의 19대왕 숙종의 혼을 빼앗은 장옥정이라는 여인으로 인현왕후를 내쫒고 윤(昀)을 낳았는데 윤이 바로 제20대왕 경종(景宗)이다.

강복남씨.ⓒ이복남

그리고 또 한 여인으로 일곱 살 어린나이에 궁에 무수리로 들어가 인현왕후를 보필하게 된 궁녀. 궁녀는 폐비가 된 인현왕후 탄신일에 홀로 성찬을 차려 놓고 치성을 드리던 중 이를 지켜 보다 감동한 숙종의 승은을 입었으니, 그 궁녀가 제21대왕 영조(英祖)가 된 금(昑)의 어머니 숙빈 최씨이다.

MBC 드라마 ‘동이’는 영조의 어머니 숙빈 최씨의 이야기다. 장옥정(이소연 분)은 숙종(지진희 분)의 마음이 동이(한효주 분)에게 간 것을 알고는 후궁첩지를 내리고자 한다.

동이는 아버지와 오라버니의 억울한 죽음을 보고, 장악원의 노비로 들어 왔었는데, 장옥정이 자신의 과거를 조사한다는 사실을 알고 서용기(정진영 분)종사관에게 모든 것을 고백한다.

이로써 검계 최효원은 서용기의 아버지를 살리려고 억울한 누명을 쓰고 죽었다는 것을 서용기가 알게 되었으니 전화위복이 아닐 수 없다.

‘동이’방송정보.ⓒ네이버

그리고 장옥정은 세자고명을 위해 청나라 사신에게 넘겨 줄 등록유초(謄錄類抄)가 동이에게 있다는 사실을 알고, 청국사신을 위한 연회에 동이를 불러놓고 감찰 상궁에게 동이 방을 뒤지게 하여 등록유초를 찾아낸다.

장옥정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오빠 장희재(김유석 분)을 통해 등록유초를 청국 사신에게 건네는데 서용기가 나타나 또 한 번의 반전이 일어난다.

결국 장희빈은 동이를 몰아내기 위해 후궁첩지를 내리려 했으나 오히려 동이의 진실을 서용기가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고, 장희빈의 등록유초 훔치기는 스스로 자기 무덤을 파는 꼴이 되었으니 이 또한 동이에게는 전화위복인 셈이다.

전화위복(轉禍爲福)은 사마천의 사기(史記) 열전편(列傳篇)에 나오는 말인데 어떤 불행한 일이라도 강인한 정신력과 불굴의 의지로 노력하다 보면 불행도 행복으로 바꾸어 놓을 수 있다는 말이다.

유사한 말의 새옹지마는 인생의 길흉화복은 끊임없이 바뀐다는 것인데 필자가 굳이 전화위복을 들고 나온 것은 의지와 노력 때문이다. 인생의 길흉화복은 새옹지마처럼 흘러가겠지만 위기를 기회로 삼아 불행을 행복으로 만드는 것은 동이처럼 강인한 의지와 성실한 노력 덕분이 아니겠는가.

알로이시오 신부와 어린시절의 강복남씨.ⓒ이복남

필자가 강복남씨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생각나는 말이 전화위복이었다. 위기를 기회라 생각하고, 불행을 하나의 출발점으로 여겨 열심히 노력하면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으니 용기를 잃지 말라고 했다.

그렇다면 강복남 씨에게는 과연 어떤 불행한 일이 있어 전화위복이라고 했을까. 사실 강복남(姜福男 46) 씨는 강복남이라는 이름도, 마흔 여섯 살이라는 나이도 정확하게는 알 수가 없었다.

그는 대여섯 살쯤 부산역 부근에서 떠돌이 넝마주이로 발견되었던 것이다. 엄마와 함께 기차를 타고 부산역에 내린 것 같지만, 엄마는 없었고 돈도 한 푼 없는 천애고아로 부산역 주변을 서성거리다가 누군가에게 발견되어 ‘송도가정’으로 인계되었던 것이다.

부산역 뒷골목의 넝마주이.ⓒ이복남

소년의집 식사시간, 영화숙에서 넘어온 아이들은 먹어도 먹어도 배고파했다. ⓒ이복남

‘송도가정’은 천주교에서 운영하는 영유아보육시설로 1964년에 설립되었는데 1967년에 시설장으로 취임한 알로이시오 신부가 시작한 ‘소년의집’이 1972년에 준공되어 강복남씨도 ‘소년의집’으로 옮기게 되었다. “처음에는 낯설고 두렵기도 해서 몇 번이나 도망을 가기도 했었지만 다시 찾아 온 저에게 수녀님은 자상하게 대해 주셨습니다.”

처음 그를 맞이한 수녀는 그의 장애를 알지 못하였지만 그가 말도 하지 않고 대답도 안하므로 그에게 ‘아!’를 해 보라고 했는데 수녀의 ‘아!’ 소리에 놀란 아이들이 전부 다 수녀를 쳐다보았으나 그만 멀뚱멀뚱하여 그가 청각장애인임을 알아챘다고 했다. 그러나 수녀는 그의 몸도 깨끗이 씻어주고 머리도 단정히 빗겨 주는 등 그를 잘 보살펴 주어서 그도 차츰 ‘소년의집’ 생활에 익숙해 졌다고 했다. <2편에 계속>

* 이 내용은 문화저널21(www.mhj21.com)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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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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