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의자에 한번 앉았다가 일어서기도 어려울뿐더러 일어서면 양목발을 짚고 힘들게 발걸음을 옮겨야 했다. 하지만 비장애인들은 앉았다 일어서기를 자유롭게 할 수도 있었고 이리저리 작업대를 마음대로 옮겨 다닐 수도 있었다. 그러나 몸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는 2급 장애인으로서는 아무리 애를 써도 비장애인을 따라 갈 수가 없었다. 결국 개수놀음에서 장애인은 활동하는 것이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비장애인들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가 없었던 것이다.

박경복씨가 만든 불감 조각도. ⓒ이복남

그는 고심하기 시작했다. 이미 조각일은 시작했는데 비장애인들을 당해 낼 재간은 없고 어떻게 하면 경쟁에서 이길 수가 있을까. 그 때 발견한 것이 불상조각 즉 불감이었다. 불감이라면 오랫동안 앉아서 할 수도 있고 치밀한 손놀림과 집중력을 높여야 할 수 있는 일이므로 가능할 것 같았던 것이다.

“이게 나를 살릴 수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마침 청원스님을 만났다. 청원스님은 금강불교조각연구소를 운영하시는데 청원스님을 만난 것은 행운이었다. 그리고 또 한사람 목공예의 명장 오해균 선생님을 만난 것이다. 청원스님과 오해균 선생님 밑에서 불감을 배우기 시작했다. 

     

불감(佛龕)이란 불상을 모시기 위해 나무나 돌, 동이나 쇠 등을 깎거나 주조하여 만든 작은 규모의 불당을 말한다. 불감은 작으면서도 세부묘사가 정교하여 우수한 조각 기법을 보여준다고 알려져 있다. 모두 세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가운데 방을 중심으로 양쪽에 작은 방이 두 개의 문짝처럼 달려 있어 문을 닫으면 지붕이 막힌 원기둥이 된다.

불감의 용도는 염지불(念持佛)로 방안에 모셔 두거나 몸에 지니고 다니며 기원하기 위한 작은 불상을 말하는데 이렇게 유동적인 것 외에 불상을 모셔두는 작은 방을 뜻하는 감실(龕室)이 있다. 석굴이나 고분 등의 벽 가운데를 깊이 파서 석불을 안치하거나, 묘의 주인공의 초상을 그려 놓은 곳도 감실이다. 감실이란 불교 뿐 아니라 유교나 기독교 등에서도 작은 불상이나 초상 또는 성체 등을 모셔둔 곳을 말하기도 한다.

박경복씨가 만들고 있는 불감. ⓒ이복남

이 같은 감실은 석굴암에도 있는데 석굴암의 본존불 주위를 둘러싼 십대제자상 위에는 10개의 감실이 있다. 감실에는 환조로 된 보살상 7구와 유마거사상으로 보이는 나한상 1구가 앉아 있다고 하는데 비어 있는 2개의 감실은 아마도 일제강점기 때 도둑을 맞았을 거라고 한다. 감실의 크기는 73cm에서 81cm 정도라고 하는데 세계에서 제일 아름답다는 석굴암도 유적의 보존 때문에 본존불 외에 내부는 볼 수 없다고 한다.

  

현재 남아있는 목제불감으로는 국보 제42호로 전남 순천시 송광사성보박굴관에 목조삼존불감이 있다. 불감은 그 안에 모신 불상의 양식뿐만 아니라 당시의 건축 양식을 함께 살필 수 있는 중요한 자료가 된다는데 이 목조삼존불감은 보조국사 지눌이 중국에서 돌아오는 길에 가져온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정확한 기록은 남아 있지 않다고 한다. 이 불감은 전체 높이가 13㎝이고 문을 열었을 때 너비 17㎝가 되는 작은 크기라고 한다.

박경복씨가 만든 석가모니불과 아미타불 불감. ⓒ이복남

박경복씨는 보통 5치에서 10치 정도로 다섯 종류 정도의 불감을 만들고 있었는데 한치는 보통 3cm이므로 15cm에서 30cm정도의 불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15cm라면 한 뼘도 채 되지 않는데 그 속에 삼존불을 모시고 남순동자를 비롯하여 나한과 신장 등을 20여분 모시고 큰 불감은 45분까지 모신다는 것이다.

조각을 하는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면 돌이나 나무나 원 그림은 원래 그 속에 박혀 있었는데 조각가가 겉에 씌워진 껍데기를 벗겨 속의 그림을 드러나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저도 마찬가집니다. 이 조그만 불감 속에 석가모니불과 양쪽에 협시보살로 문수보살과 지장보살을 모시고 그 외에 나한상 등 20여분을 모시려면 나무속에 그림에 들어 있어야 가능합니다.” 석가모니불을 본존불로 모실 때는 협시보살로 좌측에 문수보살과 우측에 보현보살을 모시는데 문수보살은 사자를 타고 보현보살은 코끼리를 타고 나투신다고 했다.

서방정토에 계신다는 아미타불은 수인이 아미타 정인과 9품인을 하는 것이 특징인데 협시보살로 좌측에 관음보살과 우측에 지장보살을 모신다고 한다. 관음보살은 감로수나 연꽃을 들고 지장보살은 명부를 주재하는 10왕을 거느리고 연꽃이나 보배구슬 혹은 석장을 짚은 모습으로 나투신단다.

박경복씨 이야기는 3편에 계속.

* 이 내용은 문화저널21(www.mhj21.com)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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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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