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탈사이트 다음에서 활발하게 블로그를 운영 중인 삼성화재 보험설계사 김영주씨. ⓒ에이블뉴스

미디어다음 블로거뉴스가 선정한 2006년 블로거 기자상 우수상, 2008년 미디어다음 열린사용자위원회 위원. 이 두 가지 경력만으로도 김영주(36·지체장애1급)씨가 인터넷에서 얼마나 잘 나가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그렇다. 그는 블로그 운영의 달인의 경지에 오른 이른바 '파워블로거'다.

김씨는 지난 2006년 장애인의 날을 앞두고 포털사이트 다음에 블로그(blog.daum.net/21konan)를 개설하고, '코난'이라는 필명으로 중증장애인으로서 살아가는 이야기와 장애인 동료들의 이야기, 장애인들을 돕는 조력자들의 이야기를 올렸는데 반응이 좋았다.

특히 루게릭병과 싸우는 박승일 전 농구코치를 만난 이야기는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그와 박승일 전 코치의 '눈빛 대화'는 인터넷에서 화제가 됐고, 수많은 댓글이 달렸다. 그의 글로 인해 박승일 전 코치에 대한 타 언론의 후속 취재가 이어졌다.

"그를 처음 본 순간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서 혼자서 주저리주저리 떠들기만 했었습니다. 말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기에 그의 눈빛속에 담긴 수많은 의미를 어렴풋이 짐작할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그는 그 눈빛만으로도 세상에 말을 전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인터넷과 안구마우스(퀵 글랜스)를 통해서 그전부터 해오던 루게릭병의 홍보와 그에 따른 요양소건립을 위해 꾸준히 세상에 말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글을 통해 장애인을 차별하고 있는 사회의 문제점을 고발하면서도 장애인으로 살아가는 삶도 귀중하고 즐거울 수 있다는 점을 네티즌들에게 전해줬다. 오프라인도 그가 쓴 글의 가치를 인정했다. 일간스포츠와 데일리줌에 수차례 그의 글이 원문 그대로 실린 것.

삼성화재 직원, 미디어다음 열린사용자위원회 위원, 다음 블로그 등 김영주씨의 다양한 명암들. ⓒ김영주

활발한 블로그 활동은 금전적인 이득까지 가져왔다. 상금을 포함해 2006년에만 200만원 정도의 수익을 올렸다. 현재도 그에 글에 붙은 광고 수익금과 좋은 글에 주는 상금 등을 통해 꾸준히 수익을 올리고 있다.

"블로그에 구글 광고를 올릴 수 있는데 클릭할 때마다 수익이 생긴다. 유명한 블로거는 한 달에 700만원까지 벌어들인다. 장애인 개개인들도 굉장히 다양한 콘텐츠를 갖고 있는데, 블로그를 통해 충분히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본다."

'마우스도 제대로 사용 못하는 중증장애인이 어떻게 블로그 활동을 하느냐고?' 김씨도 마우스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다. 경추 4번을 다쳤는데, 불완전마비여서 어깨를 조금 사용할 수 있는 정도다. 전동휠체어를 20~30초 몰고가면 오십견처럼 통증이 심해 멈춰야한다.

"왼손 손가락 끝마디를 조금 움직일 수 있어요. 누워서 왼손으로 마우스를 클릭할 수 있는데, 화상키보드를 사용하면 인터넷에 글을 쓸 수 있어요. 장시간 쓸 수 없어서 간단한 댓글을 달 때만 사용해요."

블로그 포스트처럼 긴 글을 쓸 때는 어김없이 마우스스틱을 써야 한다. 한번에 쓸 수 없기 때문에 보통 2~3일에 걸쳐 글을 쓰고, 조금 길어질 때는 1주일에 글 한 편을 완성시킨다. 현재 월 90시간 활동보조서비스를 받는데, 글을 쓸 때는 한번도 활용하지 않았다. (삼성화재 보험설계사로 일하고 있는 그에게 월 90시간은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어서 그가 벌어들이는 수익의 상당부분은 별도로 활동보조인을 고용하는데 쓰이고 있다.)

그는 "이슈라는 것이 때가 지나면 흥미가 떨어지는데, 나는 빨리 글을 쓸 수 없다는 것이 약점이다. 쓰고 싶은 글은 많은데 글의 속도 때문에 머리 속에서만 생각하다가 놓쳐버리는 경우가 많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인터넷에서 열심히 활동하다보니 장애인 인권운동을 하고 있는 장애인단체들에게 답답한 마음이 생긴다고 했다. 기존 언론의 소외를 받고 있어 가장 먼저 블로그를 활용해야할 장애인단체들이 인터넷과 블로그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블로그는 1인 미디어다. 스스로 언론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장애인단체나 자립생활센터들은 블로그 활용에 대해 소극적이다. 지역 내 중요한 이슈, 장애인들이 하고 싶은 말 등을 기사 형식을 써서 블로그를 통해 내보내면 많은 사람들이 중증장애인의 현실을 쉽게 알릴 수 있을 것이다. 비장애인들과 일반 단체들은 자신의 글이 널리 읽히도록 하기 위해서 경쟁하고 있는데 장애인단체들과 장애인들은 빠져 있다. 장애인에 대한 잘못된 시각이나 인권 문제를 널리 알리기 위해서는 블로그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한다. 블로그는 개인에게도 중요하지만, 단체에게는 더 중요하고 유용한 도구이다."

인터넷 세상에서 김영주씨의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그는 인터넷을 통해 창업을 구상하고 있는 중이다. 수많은 인터넷기업에서 중증장애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있다. 언젠가 사회적기업가로 변신해 있을 그의 미래가 어렵지 않게 상상이 된다.

-파워블로거 김영주씨가 전하는 블로그 글쓰기 팁

미디어다음이 선정하는 2006년 블로거기자상을 받고, 미디어다음 열린사용자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는 김영주씨. ⓒ김영주

1. 사는이야기를 공략하라

블로그에서 다뤄지는 글은 많은 카테고리가 있다. 크게 보면 정치, 문화, 스포츠, 사는이야기 등이 있는데, 장애인쪽 글은 사는이야기를 공략하는 것이 좋다. 극장, 음식점, 주차장 등에서 당했던 불편함이나 자신을 꾸준하게 도와줬던 자원활동가 등은 좋은 소재가 된다.

2. 현장감 있는 글을 써라

지역에서 일어나는 행사, 운동, 시위 등에 참여한 이야기를 개인적인 입장에서 풀어내면 반응이 좋다. 다른 장애인들의 시위라도 같은 장애인 입장에서 진솔하게 쓰면 많이 읽힐 수 있다. 현장 사진을 확보해 올리는 것도 중요하다.

3. 하나의 이슈를 파고 들라

하나의 이슈를 갖고 꾸준히 끈질기게 파고들어도 특종을 터뜨릴 수 있다. 강릉에 사는 한 블로거가 시멘트공장 때문에 지역 사람들이 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파헤쳐 반향을 일으켰고, 수많은 언론의 후속 취재를 이끌어내고 블로거기자상도 수상했다.

*에이블뉴스가 12월 1일로 창간 6주년을 맞았습니다. 에이블뉴스는 국내 최초 인터넷장애인신문으로서 애독자 여러분들에게 새로운 인터넷 세상을 선보이려 노력해 왔습니다. 이번 특집에서는 인터넷과 컴퓨터로 새로운 인생을 개척하고 있는 장애인들은 만나고 있습니다. 기사제보: ablenews@ablenews.co.kr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