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최초로 사법시험에 합격한 최영(좌측)씨와 민주당 천정배 의원. ⓒ노컷뉴스

시각장애인으로 최초로 사법시험에 합격한 최영씨와 민주당 천정배 의원과의 특별한 인연이 화제다.

민주당 천정배 의원은 지난 2006년 법무부 장관 재직 당시 시각장애인들이 음성 지원 프로그램이 장착된 컴퓨터를 통해 사법시험을 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꾼 사람이다.

천 의원은 법무부 장관 재직 당시인 지난 2005년 11월, 시각장애인을 위한 도서 녹음봉사를 하는 자리에서 서울대 법대 재학 중이던 시각장애인 최민석씨의 의견을 듣고 시험제도 개선방안 검토를 지시했고, 법무부는 2006년 2월 장애인 응시 지침을 적용하고 같은 달 24일, 음성 컴퓨터를 도입해 사법시험 1차를 시행했다.

최영씨 역시 지난 2006년 1월 법무부에 음성 지원 프로그램을 사시에 도입해 줄 것을 최민식씨와 함께 신청했고 법무부는 1달 여 만에 도입을 결정하기에 이른 것.

2002년부터 사법시험을 치렀던 최씨는 이 제도가 도입된 지 1년 만에 1차에 합격했고 올해 2차에 합격하는 기쁨을 누리게 됐다.

천 의원은 "굉장히 기쁜 일"이라며 "단순히 한 명이 사시에 합격한 일이 아니라 가장 어렵다는 시험에 시각 장애인이 장애를 딛고 합격한 것"이라면서 "다른 장애인들도 얼마든지 노력하면 장애인 아닌 사람 못지 않게 성취할 수 있다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이어 천 의원은 "이번 일은 두 가지 측면에서 성과가 있었다"며 "본인도 뛰어나고 시험을 볼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있었기 때문"이라면서 "우리 사회가 전반적으로 국정책임자들이 확고한 문제의식을 갖고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천 의원은 "시각장애인인데 정상인과 같이 시험을 보게 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며 "사시는 2차가 오픈 북이라 시각 장애인을 위한 전자법전도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처음 출마할 때부터 점자 명함을 사용해 온 천 의원은 지난 2005년 11월 시각장애인을 위한 도서 녹음봉사를 하기도 하는 등 시각장애인의 복지에 관심을 가져왔다.

당시 법무부 법조인력정책과장으로 실무를 담당했던 우병우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장도 "신청서를 보고 직접 서울맹학교에 가서 보니 문서 파일을 자동으로 음성으로 변환하는 프로그램만 깔면 가능하다 싶어 서둘러 추진했다"며 "미국과 일본 사례 등을 참고해 시험 시간을 연장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반영했다"고 밝혔다.

우 부장검사는 "혜택이 아니라 공정한 제도로, 공정성, 보안성, 형평성에 무리가 없다 싶어 바로 착수했고 당시 천정배 장관께 보고하니 좋은 일이니 잘 하라고 격려해 줬다"고 덧붙였다.

우 부장검사는 "최씨가 앞으로 법조인으로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이 많을 것"이라고 격려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최영씨는 "생각보다 빨리 시험 제도가 추진됐었다"며 "도움 주신 여러분들께 감사하다"고 전했다.

CBS정치부 곽인숙 기자 cinspain@cbs.co.kr/에이블뉴스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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