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청년드림팀 6대륙에 도전하다' 비트윈더라인스가 지난 26일 영국 런던 한국문화원에서 번역가 애그니타 태넌트와 만나 조언을 듣고 있다. ⓒ에이블뉴스

지난 26일 오전 11시(현지시각) 영국 런던 한국문화원. 번역가 애그니타 태넌트(여, 62세)는 먼 한국 땅에서 그녀가 번역한 작품을 읽고 찾아온 ‘장애청년드림팀 6대륙에 도전하다’ 비트윈더라인스에 대한 애정 어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부슬부슬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임에도 캐리어 가득 번역된 문학작품을 싣고, 럭비에서 3시간을 달려와 준 그녀가 얼마나 인정 많고,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인지는 첫 만남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전문적으로 번역을 공부하지는 않았다. 1963년 말 영국으로 와서 고향을 그리는 마음으로 읽던 한국의 우수한 문학작품을 세계에 알리고자 시작한 일이 어느덧 단편소설만 20편에 이른다. 1996년에는 한국 현대문학에서 가장 중요하고 영향력 있는 작품으로 찬사를 받고 있는 장편소설 토지 1,2부를 번역하기도 했다.

이미 주류문학이라고 하는 영국문학이 크게 자리 잡고 있어 한국문학이 뿌리내리기에는 쉽지 않은 현실에서 대단한 일이다.

번역가 애그니타 태넌트. ⓒ에이블뉴스

이날 그녀는 번역가를 꿈꾸는 비트윈더라인스 청년들이 갖춰야 할 자질에 대해 문학을 깊이 이해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녀는 “문학은 단순히 말만 바꾸는 일이 아니에요. 문학을 번역하는 사람은 문학에 대한 자질이 있는 사람이어야 해요. 문학을 사랑하고, 깊이 이해하며 느낄 수 있어야 해요. 느껴지지 않는 작품은 번역할 수 없다"는 소신을 밝혔다.

이어 “토지를 읽을 때는 울면서 읽었다. 소희와 봉순이, 주인과 하인 사이의 끊지 못한 인연이. 한국 사람들 간의 인정이 너무 아련해서… 가슴에 와 닿아서…”라면서 “작품을 사랑하는 것이 번역가가 갖춰야 할 기본적인 자질”이라고 강조했다.

훌륭한 번역가가 되기 위해서는 각 나라의 문화를 잘 이해하고 번역을 해야 한다는 당부의 말도 아끼지 않았다.

그녀는 “한 번은 내가 너무 아파서 아들이 간호를 해 준 적이 있는데 맏이인 딸이 집에 와서 엄마는 왜 동생을 하인처럼 부리냐는 거예요,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물어보니까 우리나라에는 Would, Please처럼 부탁하는 표현이 없잖아요. 외국에서는 부모 자식 간에도 이런 표현을 사용하는데… 이게 외국인에게는 하인에게 말하는 것처럼 굉장히 무례하게 들린 거죠. 결국 문화가 다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영어 문학을 한국어로 번역하는 것은 비교적 쉽지만 한국 문학을 영어로 번역하는 것은 먼저 양쪽 문화의 이해가 충분히 있어야 한다”면서 “학생 단계에서는 각 나라의 분위기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도록 영국 문학을 많이 접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그녀와의 만남에 대해 비트윈더라인스 김헌용(남, 29세, 시각1급) 군은 “의외로 번역가에 대해 호의적이라고 말할 수 없는 환경에서 수십년간 외길을 걸어온 열정이 존경스럽다”면서 “번역 뿐 아니라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가르쳐 주는 시간이 아니었나 생각하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찬일(남, 26세) 군 또한 “문학에 대한 번역가의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면서 “단순한 열정만으로 금전적 혜택을 바라지 않고, 공유하고자 하는 것이 진정한 번역가의 역할이 아닌가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비트윈더라인스와 번역가 애그니타 태넌트와 함께.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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