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사계절이 뚜렷한 나라다. 일 년을 사 등분 하면 11월부터 내년 2월은 겨울에 해당한다. 그러나 지금은 11월인데도 왠지 날씨는 겨울답지 않게 푸근했다.

부산시장애인체육회는 지난 17일부터 22일까지 부산시 일원에서 “제24회 부산광역시 장애인생활체육대축전”을 개최했다.

이번 대회에는 20개 종목이 개최되는데 참가인원은 2,200명(선수 900명, 체험 900명, 요원 200명, 기타 200명) 등이라고 했다.

인사하는 김정포 회장. ⓒ이복남

이번 대회에서 개최되는 20개 종목에서 12종목은 정식종목이고 8개 종목은 체험종목이라고 했다. 게이트볼, 당구, 론볼, 보치아, 볼링, 사이클, 쇼다운, 슐런, 실내조정, 탁구, 파크골프, e스포츠 등 12개 정식종목은 각 종목별 해당 경기장에서 개최되었다.

까롬, 다트, 보치아, 볼로볼, 스포츠스태킹, 플라잉디스크, 콘홀보드, 후크볼 등 8개 체험종목은 시민공원에서 개최한다고 했다. 그런데 8개 체험종목은 필자도 잘 모르는 종목도 있었다. “까롬”은 가로·세로 90cm의 까롬보드 위에서 2~4명의 선수가 오로지 손가락을 이용해 스트라이커를 튕겨, 게임 말인 까롬 멘 또는 퀸을 네 모서리의 구멍에 집어넣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게임이라고 한다.

8개 체험종목. ⓒ부산장애인체육회

11월 22일 대회 마지막 날, 필자가 소속된 장애인파크골프 대회가 삼락생태공원 삼장구장에서 열렸다. 날씨는 겨울답지 않게 별로 춥지 않았고 비가 오지는 않았지만,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듯 잿빛 하늘은 잔뜩 웅크려 내려앉아 있었다.

대부분의 파크골프 경기는 오전 9시에 시작하고 개회식은 11시쯤에 개최되므로 외부내빈 그리고 경기가 끝난 선수들만 참석한다. 그런데 오늘은 비가 올지도 몰라서 부산장애인파크골프협회 김정포 회장은 8시 50분에 개회식을 했다. 그래서 외부내빈은 초대를 안 했다는데 부산장애인체육회에서 이번 대회를 총괄하는 임성하 부장과 삼대파크골프 김제규 대표가 참석했다.

김정포 회장은 지난 10월 19일부터 10월 24일까지 울산광역시에서 개최된 제42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서 부산은 5위를 했는데 파크골프에서 금인하 전희숙 강신주 선수가 금메달을 받았고 전영익 선수가 은메달, 이상조 선수가 동메달을 수상했음을 다시 한 번 축하했다.

이번 대회 로컬룰은 미리 다 공지했으므로 여자선수는 A-A-B 코스에서 출발하고, 남자선수는 B-B-A 코스에서 출발하라고 했다. 개인전은 오전에 27홀을 돌고, 오후에는 4인 1조로 단체전을 한다고 했다.

A 코스에서 출발하는 여자선수들. ⓒ이복남

여자선수들은 A 코스부터 시작했다. 한 조가 4명인데 각 클럽에서 한 사람씩 들어갔고 가끔은 3명이 한 조인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여자선수들이 출발하는 A 코스 1홀 주변에 모여 있는 다른 조의 여자들이 선수들이 출발하는데도 아랑곳없이 떠들었다. 어떤 선수가 좀 조용히 했으면 좋겠다고 했으나 그 여자들은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수다를 멈추지 않았다.

B 코스 어느 조에서는 한 타를 더 쳤네, 덜 쳤네 하면서 옥신각신 언성을 높였고 어떤 사람이 홀컵의 깃대를 클럽으로 후려치기도 했다. 골프는 물론이고 파크골프도 매너게임이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선수들이 공을 치는데 옆에서 떠들거나 점수가 맘에 안 든다고 깃대를 치거나 공을 다른 데로 쳐내는 행동은 볼썽사나운 꼴불견으로 정말 매너가 아니다.

파크골프는 오늘 같은 대회가 아니고 대부분 친선게임에서는 공이 홀컵에 가까이 있을 때는 공이 홀컵에 들어간 것으로 간주해서 오케이 또는 컨시드를 준다. 오케이(OK) 또는 컨시드(Concede)란 그린 위에 있는 공이 홀컵에서 2~30cm 떨어져 있을 때는 공이 홀인(hole in) 한 것으로 인정한다는 말이다. 오케이는 좋다는 말이고 컨시드는 인정한다는 말인데 일종의 배려이고 매너이다.

즐거운 점심시간. ⓒ이복남

그런데 대회에서는 오케이나 컨시드는 없다. 로컬룰에서도 당부했지만 끝까지 홀인을 해야 한다. 평소 친선게임에 익숙한 사람들이 무심코 공을 잡은 모양이다. 만약 홀인을 안 하고 공을 잡는 경우 2벌타다. 어떤 조에서 왈가왈부하는 것 같았지만 기록원(심판)이 따로 없으니 벌타는 안 주는 것 같았다.

파크골프는 한 코스가 9홀인데 기본이 33타이고 18홀이면 66타이다. 일반 골프는 기본이 72타이다. 등수에 들려면 한 코스에 30타 이내로 들어와야 하는데 필자는 어림도 없으니 그냥 맘 편히 공을 친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너무 떨려서 청심환을 먹고 왔다고 했다.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청심환 먹고 온 사람이 우승했으려나.

물과 커피는 충분하게 준비되었고, A 코스와 B 코스 1홀 부근에는 커다란 가래떡을 가져다 놓아서 누구든지 자유롭게 먹을 수가 있었다.

먼저 나간 선수들은 오전 경기가 다 끝났음에도 마지막 팀은 아직도 멀었다. 마지막 31조와 32조에는 중증장애인 및 휠체어 사용 장애인이라 느릴 수밖에 없었다.

김정포 회장은 점심시간이니 경기가 끝난 사람은 배식 봉사를 좀 하라고 했다. 식사는 한식 뷔페인데 손이 불편한 사람도 있고 해서 음식은 봉사자들이 식판에 담아 주었다. 밥과 시락국, 돼지고기볶음, 김치, 무채, 시금치, 가지나물, 아삭고추 무침 등 채솟값이 비싸다지만 나물은 푸짐했다. 모두가 즐겁게 식사했다.

수상자들. ⓒ이복남

하늘은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처럼 잔뜩 웅크리고 있었기에 김정포 회장은 마음이 바빠지는 것 같았지만 오후에도 비는 내리지 않았다. 단체전은 클럽별로 4인 1조로 두 팀 그러니까 8명이 나갔다.

개인전은 27홀이고 단체전은 18홀이었다. 단체전은 포섬(foursome)으로 한 팀이 4명씩 두 조가 나갔는데 공은 2개라 금방 끝이 났다. 어떤 사람들은 18홀이라서 너무 아쉽다며, 최소한 27홀 또는 36홀이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모든 경기는 끝났다. 주최 측에서 점수를 계산하는 동안 경품을 추첨했다. 자기 이름이 불리는 사람은 환호했다. 상품은 파크골프 공, 파우치, 가방 등과 그 밖에 화장지 세제 등 여러 가지였지만 이름이 안 불리는 사람이 더 많은 것 같았다.

김정포 회장은 이번 대회에 출전한 최고령자 그리고 최연소자에게도 메달을 하나씩 걸어 주었다. 최고령자는 여자가 79살이었고 최연소자는 남자가 49살이었다.

오늘은 점수 집계가 늦어지는 것 같았다. 대부분 경기에서 전국체전을 제외하고는 남녀 장애인 그리고 비장애인 남녀 등 네 개 분야만 123등으로 시상했다. 그런데 오늘 대회는 전국체전과 마찬가지로 등급별로 등수를 집계했다.

파크골프 등급은 PGW, PGST1, PGST2, PGST3, PGI가 남녀 각각이고 그리고 비장애인 남녀가 있었다. 김우곤 사무국장은 각 등급별 남녀 123등을 앞으로 나오라 했고 김정포 회장이 123등에게 금메달 은메달 동메달을 목에 걸어 주었다. 개인전은 상금은 없고 상품만 주었다.

티 비슷하게 생긴 딱딱한 플라스틱. ⓒ이복남

현재 부산장애인파크골프협회에는 갈매기 구구팔팔 나누리 다올 부부 영도 청바지 하사가 협회 등 총 9개 클럽이다. 단체전은 9개 클럽을 모두에게 시상했는데 한 클럽에서 2~3조가 나와도 중복수상은 없다고 했다.

1등은 갈매기, 2등은 청바지, 3등은 하사가였다. 단체전 시상금이 1등은 30만 원, 2등은 20만 원, 3등은 10만 원이고 4등부터 9등까지는 모두 5만 원이었다. 4등은 9등과 같이 5만 원이라는 것에 억울해했다.

그런데 파크골프는 기본적으로 공과 티 그리고 클럽(채)이 있어야 한다. 공을 티 위에 놓고 클럽으로 치는데 티는 고무 재질로 되어 있어서 오래 사용하다 보면 찢어지는 등 마모가 생긴다.

그래서 그런지 이번 대회 때는 고무로 만들어진 파크골프 티가 아니라 티하고 비슷하게 생겼지만 딱딱한 플라스틱이 티 대신 놓여 있었다. 어떤 선수는 딱딱한 티 때문에 클럽에 기스가 났다고 툴툴거렸다.

고장 난 화장실 문고리. ⓒ이복남

삼장구장에 여자 화장실은 휠체어용만 두 개가 있다. 지금이라도 하나는 일반용 화장실 2개로 만들어 주면 좋으련만, 이미 만들어진 거라 낙동강관리본부에서는 꿈적도 안 하는 모양이다. 대회 때는 화장실 두 개로는 정말 부족해서 선수들은 발을 동동 구르며 많이 기다려야 한다. 지금이라도 화장실을 하나 더 늘려 주었으면 좋겠다.

지난번 대회 때는 2개의 화장실에서 왼쪽 화장실 문이 고장 나서 사용할 수가 없었다. 화장실 사용을 못 하도록 테이프로 막아 놨는데 화장실이 급한 사람들은 고장 난 문틈으로 비집고 들어가곤 했다.

그때 고장 났던 왼쪽 화장실 문은 고쳤으나 이번에는 오른쪽 화장실 문고리가 부러졌다. 공중 화장실에 문고리가 부러졌으니 누구든지 밖에서 문을 열 수가 있었다. 안에 사람이 있는 줄 모르고 문을 열었다가 양쪽 다 놀라서 소리치는 광경이 심심찮게 일어났다.

화장실 문고리가 안전사고라고 할 수는 없지만 파크골프 행사에는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서 항상 129구급대 앰뷸런스가 대기를 한다. 이태원 참사로 안전사고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지만, 다행히 아무도 앰뷸런스를 이용하지는 않았다.

이번 대회는 부산시장애인체육회에서 주관하는 행사라 기념품은 체육회에서 주는 모양이다. 참가자들은 1만 원의 참가비를 내고 출전했으므로 참가자 전원에게 보온물통 하나와 그 물통을 담을 수 있는 에코백을 하나씩 주었다.

참가자 기념품 에코백과 보온물통. ⓒ이복남

일반 골프장은 물론이고 파크골프장도 녹색의 잔디 구장이다. 그런데 여름이 가고 가을이 지나 겨울이 된 잔디 구장에 녹색의 잔디는 오간데 없고 잔디는 누렇게 다 말라 있었다. 그러나 봄이 오면 잔디는 다시 푸른 들판으로 살아날 것이다.

경기가 끝나도록 비는 오지 않았지만, 대회가 너무 일찍 끝났음에 아쉬워하던 사람들이 나인 홀만 한 바퀴 돌자고 했는데 나인 홀이 채 끝나기도 전에 후드득 빗줄기가 쏟아졌다.

언젠가 한 장애인이 비가 오면 참 서글프다고 했다. 파크골프장에서 공을 치다가 소나기라도 내릴라치면 비장애인들은 금방 어디론가 다 뛰어가 버리는데 뛰지도 못하는 자신만 어정어정 비를 다 맞아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비 맞기를 좋아해! 그러면 안 될까. 그러나 휠체어나 스쿠터는 물론이고 보조기도 비를 맞으면 안 되므로 어쩔 수가 없다고 했다.

아무튼 제24회 부산장애인생활체육축전은 비가 오기 전에 무사히 끝이 났다. 그러나 비를 맞은 사람들은 대회가 끝난 후이므로 예외다.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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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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