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파크골프가 주목받고 성장하는 스포츠로 떠오르고 있고, 특히 장애인에게는 재활 운동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코로나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코로나19가 극성을 부릴 때는 파크골프장도 낙동강관리본부에서 주소와 연락처를 체크하고 출입 인원도 100명으로 제한했다. 올해부터는 코로나가 한물간 것 같아서 인원 제한 등은 풀렸지만 코로나는 여전히 기승을 부리는 것 같다.

언론에서는 날마다 코로나 확진자가 나오고 있는데 8월 26일 신규 확진자는 95,604명이었고 부산의 확진자도 6,032명이나 되었다. 파크골프장에서도 날마다 보이던 사람들이 며칠씩 안보이면 코로나로 인해 자가 격리에 들어간 사람이었다.

파크골프 월례대회 여자 경기. ⓒ이복남

그래서 대회도 뜸한 것 같았는데, 8월 27일 부산 회원들의 월례대회가 열렸다. 김정포 회장은 인사말에 덧붙여 자신도 일주일 정도 자가 격리로 파크골프장에 나오지 못했다고 했다. 올해부터는 신상명세서를 따로 기재도 안 하므로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서 전염이 되었는지도 모를뿐더러 대부분 확진자는 목이 약간 아프고 열이 나는 등 심하지는 않고 감기 증상이라고 했다.

이번 대회에는 150여 명이 참여했는데 그중에서도 목이 아프고 감기 증상을 보인다는 회원이 있었다. 김정포 회장은 혹시라도 감기증상이 있는 회원은 대회에 참여하지 말고 일찍 귀가 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 그 회원이 귀가를 했는지 안 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항상 대회를 할 때는 로컬룰을 발표하는데 오늘 대회에서도 시작 전 로컬룰 공지에는 컨시드 없고 도그레그 홀에서도 빨간 막대에 공이 맞아도 인(IN)이면 OB가 아니라고 했다.

컨시드(concede)란 인정하다의 의미인데 연습경기에서는 공이 홀컵에서 20cm 정도 이내에 있으면 홀아웃을 시키지 않아도 홀인으로 인정한다. 그러나 대회에서는 컨시드가 없으므로 만약 홀아웃을 안 시키고 공을 잡으면 실격이라고 했다.

파크골프 월례대회 남자 경기. ⓒ이복남

오늘 경기는 총 54홀인데 오전에 27홀 오후에 27홀이었다. 처음 경기를 공지 할 때는 샷건 방식으로 한다고 했는데, 오늘 경기는 샷건 방식이 아니고 여자는 A코스에서 27홀이고, 남자는 B코스에서 27홀이라고 했다. 오후에는 반대로 하고.

그런데 삼락생태공원 삼장구장은 화장실이 문제였다. 특히 여자 화장실은 2개가 있는데 2개 다 휠체어용 화장실이다. 대회를 할 때는 휠체어 사용 장애인보다는 휠체어를 사용하지 않는 장애인이 더 많은데 휠체어용 화장실이 2개라 많은 여자들이 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기다려야 했다.

휠체어용 화장실 1개에 일반 화장실 2개라면 그런대로 괜찮을 텐데 화장실을 설계하는 사람이 그렇게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다 휠체어용 화장실 2개 중에서 1개 화장실은 문이 오래전에 고장 나서 사용을 못 하도록 사용금지 줄을 쳐 놓았다.

출입금지 화장실. ⓒ이복남

화장실 문이 고장 난 것은 2~3주가 된 것 같았는데, 김정포 회장에게 아직도 화장실을 안 고쳤느냐고 물어보았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화장실 문을 고쳐 달라고 낙동강관리본부에 갔었는데 부품이 없어서 못 고친다고 하더란다. 그러잖아도 부족한 화장실인데 1개는 사용조차 못 하게 되었으니 여자들은 화장실 앞에서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오전 9시 경기가 시작되었다. 대부분의 대회에서는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은 대체로 마지막 부분에 배치를 했는데 이번 대회에는 앞부분에 배치했다. 그런데 심판(기록원)은 따로 없고 4인 1조로 나가는데 명단 제일 앞에 있는 사람이 기록원이라고 했다.

처음 시작할 때는 잔디에 이슬이 맺혀 있어서 공이 잘 나가지 않았으므로 공을 세게 치라고 했지만 잘하는 사람들에게는 필요할지는 몰라도 필자와 같이 별 볼 일 없는 사람에게는 그러거나 말거나다.

부산장애인파크골프협회는 여러 클럽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클럽에서는 음료수와 간식 등을 장만해 와서 회원들이 나눔 했다. 청바지라는 신생클럽이 있는데 ‘청춘은 바로 지금부터’란다.

뷔페 점심 배식. ⓒ이복남

주최 측에서는 물과 커피를 제공했다. 간식으로 가래떡을 준비한 모양인데 가래떡을 클럽별로 배분을 한 게 아니라 그냥 내놓으니까 발 빠른 사람들이 한꺼번에 다 가져가는 바람에 어떤 클럽에서는 맛보기도 어려웠다고 투덜거렸다.

김정포 회장은 각 클럽의 회장과 총무를 인사시켰는데 하사가클럽에서는 회장은 사고로 참석을 못 했고 총무는 다른 일정으로 불참이라 김정포 회장은 하사가는 애미 애비도 없는 고아 신세라고 해서 한바탕 웃었다.

오전 27홀 경기가 끝났다. 빈자리에 점심 뷔페가 차려졌다. 오늘은 인원이 적어서 그런지 별문제없이 순조롭게 배식을 했다. 채솟값이 올랐다고 하는데 점심 뷔페는 수지가 맞으려나. 점심시간에 한 회원의 아내가 당뇨가 있다면서 도시락을 사 와서 같이 점심을 먹으면서 소풍 온 것 같다면서 분위기가 너무 좋다고 했다.

파크골프장에 뭐 먹을 게 있다고 비둘기 몇 마리가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는데 겁도 없이 달아나지도 않았다. 아직은 여름이라 맴맴 매미는 하루 종일 울어대고 있었다. A코스와 B코스 사이에는 도랑이 있었는데 낙동강 물이다. 도랑에는 갈대 등 여러 가지 수생식물이 자라고 있었는데 그중에 쇠귀나물이 하얀 꽃을 피우고 있었다.

어슬렁거리는 비둘기와 도랑에 핀 쇠귀나물. ⓒ이복남

아직도 여름이라 하늘은 맑았고 햇볕은 쨍쨍했다. 김정포 회장은 코로나에다 일사병까지 염려되어 물 많이 마시고 조금이라도 이상 있으면 경기를 그만두라고 했다. 그리고 날씨가 너무 더우므로 오후 경기를 18홀로 할 건지 예정대로 27홀로 할 건지 찬반을 물었는데 대부분이 27홀 그대로 하자고 했다.

모든 경기는 끝났다. 주최 측에서 최종 점수를 집계하는 동안 몇 가지 상품을 추첨으로 나누었다. 이번 경기에는 남녀 각 1등부터 10등까지만 시상한다고 했다. 장애인과 어르신(1948년생 이전 출생자)은 핸디 3파를 적용한다고 했다. 파크골프는 낮은 점수 즉 최저타가 우승이다.

김정포 회장은 시상에 앞서 약간의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는데 어떤 조에서 컨시드를 하는 바람에 실격시켰다고 했다. 그런데 여기저기서 점수가 이상하다며 짜고 치는 고스톱 같다고 수군거렸다.

오늘의 수상자들. ⓒ이복남

일반 골프는 기본이 18홀이고 72타이다. 골프는 텔레비전에서 중계방송을 하기도 하는데 입상자는 대체로 마이너스이다. 마이너스라는 것은 72타보다 적게 친다는 것이다.

파크골프는 18홀에 66타가 기본인데 수상자들은 그보다 적게 쳤다. 남자 10등부터 호명했다. 10등이 190타였고 1등은 169타였다. 여자 10등은 206타였고 1등은 184타였다.

하사가클럽에서는 남자나 여자나 아무도 10등 안에 못 들었다. 더구나 필자는 엄두도 못 낼 타수이다. 필자는 200타를 휠씬 넘었으므로.

“한 타를 적게 치면 정신건강에 좋고, 한 타를 많이 치면 육체 건강에 좋다.”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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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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