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0년 이후 하락하고 있는 장애인 스포츠의 성적을 다시 끌어올리기 위해 국가대표 훈련체계를 보편적 훈련지원에서 차등적 훈련지원으로 전환하는 방안에 대해 비인기 종목 발전 가능성 저하 등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대한장애인체육회는 25일 오후 2시 이천선수촌 대강당에서 ‘선수육성 및 국가대표 훈련체계 개편방안 공청회’를 개최했다.

대한장애인체육회 박종철 선수촌장은 “2000년 이후 장애인 스포츠에 대한 예산과 지원은 늘어났지만, 성적은 점차 하락해 매우 저조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2006년 이후 선수 훈련수당은 일당 3만 원에서 7만 원으로, 훈련 일수는 최대 120일에서 210일로, 장애인 실업팀은 50여 개에서 100여 개로, 국가대표 지원예산은 23억 원에서 152억 원으로 증가했지만, 최근 2020 도쿄패럴림픽은 41위, 2022 베이징패럴림픽은 노메달로 최하위 성적을 기록했다는 것.

박종철 선수촌장은 “우리나라의 종합대회 실적 하락은 선수 육성과 국가대표 훈련체계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된다. 이에 개편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이번 체계개편을 통해 2024년 파리패럴림픽 10위권 진입과 2026년 밀라노패럴림픽 메달획득 목표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25일 오후 2시 이천선수촌 대강당에서 열린 ‘선수육성 및 국가대표 훈련체계 개편방안 공청회’에서 국가대표 훈련체계 개편방안에 대해 발제하는 용인대학교 이재원 교수. ⓒ대한장애인체육회

“보편적 훈련지원에서 차등적으로” S-A-B 그룹 모델 제시

‘국가대표 훈련체계 개편방안’을 발표한 용인대학교 이재원 교수는 “개편방안의 주요 골자는 기존 국가대표 선수 대상 ‘보편적 훈련지원’에서 가능성이 있고 우수한 국가대표 선수에게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차등적 훈련지원’이다”고 설명했다.

구체적 방안은 ‘S-A-B 그룹’ 모델 재구조화다. 국가대표 선수 중 최근 4년간 대회 최고성적과 최신 경기력 성적을 지표로 ‘경기력 추이’와 ‘성장 가능성’을 점수화해 선수들을 ‘S-A-B 그룹’ 구분, 경기력이 좋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선수에게 더 많을 지원을 하겠다는 것이다.

S-A-B 그룹에 따른 각 그룹에 대한 지원은 개인·단체 종목별, 동·하계 종목별로 모두 다르게 지원된다.

하계 개인종목을 예로 들면 S그룹은 선수가 요구할 시 연중 365일 상시훈련이 가능하며, 월급제 지도자가 배치된다. A그룹은 선수촌외 및 촌내 100일 상시훈련과 최대 6개월의 월급제 지도자가, B그룹은 50일의 상시훈련과 수당제 지도자가 지원된다.

단 훈련개시 후 종목별 평가를 통한 특별예산 지급에 따라 A그룹은 50일에서 80일, B그룹은 30일의 훈련 일수를 추가로 지원받을 수 있다.

또한 농아인 국가대표 선수 중에서도 데플림픽 유망선수(D그룹, Deaflympic Mastery)로 선발될 경우 B그룹 수준의 상시훈련을 지원받을 수 있다. 그동안 농아인 선수들은 데플림픽이 있는 해에만 특별훈련을 하고 대회에 참가했으나 개편방안이 도입되면 농아인 선수들도 최초로 상시훈련을 할 수 있다.

25일 오후 2시 이천선수촌 대강당에서 열린 공청회에서 ‘국가대표 훈련체계 개편방안’에 대해 토론하는(왼쪽부터) 서울시립대학교 진주연 교수와 대한장애인체육회 박승재 훈련기획부장, 용인대학교 이재원 교수, 한국체육대학교 김민창 연구교수. ⓒ대한장애인체육회

‘비인기 종목 선수들 발전 가능성 저하’ 우려

개편방안에 대해 요트와 조정, 배구 등 비인기 종목이나 패럴림픽과 장애인아시안게임 등 큰 국제대회의 참가가 불투명한 종목의 지도자와 관계자들의 우려도 쏟아졌다.

장애인조정 김정희 감독은 “조정 종목의 특성상 부정적인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올해 6명의 선수 중 5명이 신규 선수이기에 내년에 시스템이 바뀐다면 B그룹으로 예상이 된다. 조정은 많은 훈련을 필요로 하는 종목인데 50일, 최대 80일의 훈련 제한은 선수들의 발전 가능성 자체를 막고 저하시킬 수 있다”고 꼬집었다.

장애인요트 이창훈 코치는 “장애인 요트는 비인기 종목이지만, 지도자와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내겠다는 일념으로 지금까지 노력해 왔고, 지난해에는 세계선수권 5위를 기록하는 등 기염을 토했다”면서 “안 좋은 상황 속에서도 최선을 다하고, 버텨왔는데 갑자기 이러한 정책으로 지원이 줄어들까 우려가 된다. 비인기종목에도 관심을 가져주고 대책을 고민해 달라”고 토로했다.

이에 이재원 교수는 “그룹에 대한 지원은 1년간 이뤄지지만, B그룹에서 A그룹으로, A그룹에서 S그룹으로 올라가는 것에 대한 평가는 1년이 아닌 6개월마다 또는 분기별로 시행하고 경기력이 향상될 가능성이 보이면 즉각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룹 구분에 대한 평가지표에서 성장 가능성이 있는 선수들을 위해 25세 미만 또는 국제 스포츠 등록 5년 미만의 선수에게 성장가능성 가점을 부여하고 경기력 향상 TF 평가를 통한 경기력 향상도 추천점수도 부여할 계획이기에 지금도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지만, 더욱 노력해 성과가 나온다면 기존보다 더욱 많은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25일 오후 2시 이천선수촌 대강당에서 열린 ‘선수육성 및 국가대표 훈련체계 개편방안 공청회’에서 ‘장애인선수 육성?훈련지원 개편방안’을 주제로 발제한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조현주 선임연구위원. ⓒ대한장애인체육회

우수 인재 전폭 지원 ‘골드윙 프로젝트’

한편 이날 공청회에서는 ‘장애인선수 육성‧훈련지원 개편방안’을 주제로 한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조현주 선임연구위원의 발표도 이뤄졌다. 핵심 내용은 시·도장애인체육회의 역할 강화와 GOLD-WING(골드윙) 프로젝트다.

기존의 선수육성은 해당 종목 지도자 중심으로 이뤄졌으나 개편을 통해 시·도장애인체육회와 종목 단체가 협업하여 지역의 선수를 발굴하고 선수에게 맞는 종목을 선정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시도에서 선발된 우수인재 중 지속적인 발전 가능성이 돋보이는 인재는 별도의 평가를 통해 ‘골드윙 자격’을 부여, 일대일 매칭 지도, 맞춤형 훈련 및 국제대회 참가기회 제공 등 전폭적인 지원을 제공하겠다는 내용이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