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이학성 선수(왼쪽)와 김홍곤 김포시청 감독(오른쪽). ⓒ대한장애인체육회

"대한민국 태권도의 명예를 걸고 금메달 반드시 따겠습니다!"

2일(한국시각) 카시아스두술데플림픽 개회식 대한민국 선수단 기수로 나선 이학성(27·김포시청)이 '3연패' 결의를 또렷이 밝혔다.

남자태권도 -80㎏급 이학성은 대한민국 청각장애 태권도의 대표 아이콘이다. 2013년 19세 때 첫 출전한 2013년 불가리아 소피아 대회에서 첫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2017년 터키 삼순 대회에서 2연패에 성공했다.

2022년 카시아스 두술에서 3연패 위업에 도전한다. 태권도가 2009년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3연패에 성공한 선수는 '레전드' 임대호(46·SK에코플랜트)가 유일하다. 1m 91cm의 키와 수려한 용모, 긴 다리로 전광석화처럼 상대를 제압하는 뒤후려차기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다.

이학성은 "세 번째 데플림픽에서 대한민국 기수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 기분이 좋았다"며 활짝 웃었다. "첫 데플림픽 때는 뭐가 뭔지 잘 몰랐다. 열심히 하다보니 금메달을 땄다. 이번이 세 번째 도전인데 분위기를 아니까 긴장도 더 된다. 작년 이란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에서 3위를 했다. 이번 대회에선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설명했다.

신생아 때 열병으로 청력을 잃은 이학성은 초등학교 4학년 때 운명처럼 태권도를 만났다. "학교에서 소위 '왕따'였다. 어느 날 교문 앞에 관장님이 찾아오셔서 태권도를 권하셨다. 처음엔 무섭고 싫었다. 그런데 관장님이 '넌 정말 잘할 수 있다'면서 아빠한테 전화까지 하셨다"고 그날을 돌아봤다. "장필호 관장님 덕분에 태권도를 시작하게 됐고, 그날 이후 내 인생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했다.

순천 이수중 1학년 때 선수의 길에 본격적으로 들어섰고 이후 전남도 대회를 줄줄이 휩쓸었다. 순천공고, 조선대를 거쳐 김포시청에 입단했다. 이제 태권도는 그에게 '운명'이다. "태권도가 없으면 나도 없다. 태권도 없인 못살 것같다"며 웃었다.

1위는 하는 것보다 지키는 것이 어렵다. 2011년 태극마크를 단 이후 10년 넘게 정상을 오롯이 지켜온 비결에 대해 그는 "그저 하루하루 열심히 노력했을 뿐, 특별한 비결은 없다"고 답했다.

3년 전부터 김포시청에서 이학성과 동고동락해온 '스승' 김홍곤 감독은 "학성이는 비장애인들에게도 밀리지 않는 뛰어난 신체조건과 기술, 무엇보다 성실하고 강인한 정신력을 지닌 선수"라고 귀띔했다. "데플림픽 3연패에 도전하는 이 훌륭한 선수가 더 알려지지 못하는 현실이 지도자로서 너무 안타깝고, 화도 난다"고 털어놨다. 김 감독은 "이변이 없는 한 학성이는 이번에도 분명히 해낼 것"이라며 '애제자'의 3연패를 확신했다.

이학성은 그 어느 때보다 간절한 각오로 세 번째 데플림픽을 준비했다. 태권도 대표팀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불거진 대한장애인태권도협회의 내홍으로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 못했다. 국가대표 지도자 선임을 둘러싸고 내분이 일면서, 각 소속팀 지도자들이 '훈련보조자' 신분으로 대회 현장에 동행해 헌신하고 있다.

유례없이 힘겨운 상황, 선수들과 지도자들은 하나로 똘똘 뭉쳤다. '힘든 과정을 이겨낸 만큼 반드시 결과로 증명하겠다'는 각오다.

이학성은 "협회로부터 충분한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한국농아인스포츠연맹과 '태권도 선배' 정봉규 사무차장님이 용기를 북돋워주셨다. 감독님, 부모님, 선배님들도 너무 열심히 도와주셨다. 진심으로 조언해주시고 응원해주셨다"며 감사를 전했다.

이어 "김홍곤 감독님은 지칠 때마다 좋은 말씀도 해주시고 '정신 차리라'고 혼도 많이 내주셨다. 좋은 기술을 1대1로 많이 가르쳐주셨다. 마음이 잘 통했고, 덕분에 힘든 훈련도 이겨낼 수 있었다. 그 수많은 마음들에 보답해야 한다. 그분들을 위해 금메달을 꼭 따겠다"고 다짐했다.

디펜딩 챔피언의 '모두를 위한' 금빛 약속이 믿음직했다.

'대한민국 선수단 기수' 이학성은 오는 8일 '종주국' 대한민국의 자존심을 걸고 '3연패'를 향한 발차기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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