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추웠던 겨울은 지나고,

따뜻한 봄이 오면,

내 님도 나를 찾겠지.

아름다운 꽃이 피어나는

따뜻한 봄이 오면

그 님도 나를 찾겠지.’

오래전 가수 장미화가 불러서 유행했던 ‘봄이 오면’이라는 노래다. 그 추웠던 겨울이 지나고 이제 봄이 왔으니 만물이 소생하고 잔디밭에도 파릇파릇 새싹이 돋는다.

파크골프장 휴장. ⓒ이복남

잔디(lawn grass)란 벼과에 속하는 외떡잎식물로 여러해살이풀이다. 분포지역은 세계 각지의 양지바른 산과 들에 자라는데 재생력이 강하고 조경의 목적으로 이용되는 피복성(被覆性) 식물이다. 잔디로 식생 된 지표지역을 잔디밭이라고 하며, 잔디나 잔디의 뿌리로 차있는 토양표층이나, 이식 또는 증식의 목적으로 떼어낸 토양표층의 일부를 떼라고 한다. 그래서 무덤에 사용될 때는 잔디를 심는다가 아니라 떼를 입힌다고 했다.

최근에는 무덤뿐 아니라 골프장 축구장 그리고 정원에도 잔디를 많이 심고 있는데 잔디의 종류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리고 필자가 얘기하려는 파크골프장도 잔디밭이다.

파크골프장은 한마디로 공원골프라 할 수 있는데 필드골프장은 회원제 또는 입장료 등이 고액이므로 잔디밭을 겨울에도 잘 관리를 하는 것 같다.

그러나 파크골프장은 대부분이 무료이고 입장료를 받는 곳이 있기는 하지만 2~5천원에 불과하다. 따라서 겨울에도 잔디를 따로 관리하는 곳은 거의 없다.

잔디는 봄이 오면 새싹이 나서 여름동안 자라다가 가을이면 꽃이 피고 열매를 맺은 후에는 말라 죽는다. 여러해살이풀이므로 잎은 말라 죽지만 뿌리는 그대로 살아있어 이듬해 봄이 오면 다시 새싹이 난다.

필드골프장도 마찬가지만 파크골프장도 잔디밭을 밟고 다닌다. 그런데 봄에 새싹이 날 무렵에 사람들이 밟고 다니면 새싹이 채 나오기도 전의 어린싹을 밟아 버리는 꼴이니 대부분의 파크골프장이 새싹이 나오기 시작하는 2월부터 4월까지는 문을 닫는다.

현재 부산장애인파크골프협회 그리고 비장애인 회원인 부산파크골프협회 회원 등이 3천여 명인데 파크골프장이 문을 닫으면 이들은 다 어디로 가란 말인가.

파크골프는 장애인에게는 운동이자 재활일 뿐 아니라 비장애인에게도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좋은 스포츠다. 그럼에도 3천여 명이 겨울동안에는 방구석에만 틀어박혀 있어야 하겠는가 말이다.

임시 파크골프장 현수막. ⓒ이복남

낙동강변 삼락공원에는 나인홀(9홀) 다이나믹홀(36홀) 화명구장(18홀) 등 63홀이 있는데 세 군데가 다 휴장을 했다. 그러자 겨울 동안에 파크골프장을 이용할 수가 없는 회원들은 겨울 동안에도 문을 닫지 않은 파크골프장을 찾아서 김해 밀양 양산 경주 등으로 원정을 나가기도 했다.

그러자 이을 보다 못한 부산장애인파크골프협회 김정포 회장과 부산파크골프 김성호 회장 등은 낙동강관리본부와 여러 차례 논의를 한 결과 파크골프장이 문을 닫은 휴장기간 동안 임시구장을 조성하기로 했다.

낙동강변 삼락공원에는 현재 조성되어 있는 파크골프장 외에도 잔디밭이 더러 있는데 나름대로의 용도가 정해져 있다고 하지만, 비어있는 한 곳에다 18홀을 조성했다.

그야말로 맨땅의 헤딩이었다. 장애인파크골프협회 김정포 회장을 비롯한 전 권정대 고문, 비장애인으로 구성된 부산파크골프 김성호 회장 등은 많은 사람이 길이를 재어서 홀컵을 파고 깃대를 세우는 등 하루 종일 임시 파크골프장을 설치했다.

제오종 회원은 전동스쿠터에 티잉그라운드 홀컵 깃대 등 너무 많은 짐을 싣고 다녀서인지 전동스쿠터가 고장 나서 하는 수 없이 새로 구입하기도 했다.

그동안 63홀에 흩어져 있던 사람들이 18홀 임시구장으로 다 모이자 A코스나 B코스나 출발선에는 10여개의 공이 줄을 서는 바람에 인산인해를 이루기도 했다.

A코스나 B코스나 1홀 옆에는 도랑이 있어 걸핏하면 공이 도랑에 빠져 OB가 되었다. 그러자 구경하던 갤러리들은 “목욕하러 간다.”며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그 대신 다른 홀들은 거리가 짧아 홀인원이 자주 나오기도 했다.

파크골프는 보통 4인 1조로 네 사람이 공 네 개를 치고 나가는데, 사람들이 많이 밀리다 보니 본의 아니게 12명이나 8명 등 포섬경기를 자주 했다. 그래서 두 사람이 나갈라치면 주위의 눈총을 사기도 했다.

그리고 임시구장이다 보니 그늘막이나 의자도 하나 없어 장애인이나 어르신들은 3~40분을 기다리느라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더구나 제오종 회원은 근처에 전동스쿠터를 세워놨는데 9홀을 다 돌고 와서 다음 차례를 기다릴 동안 전동스쿠터에 앉아서 좀 쉬려고 했는데 그의 전동스쿠터에는 이미 누군가가 앉아 있어서 차마 일어나라고 할 수도 없었다고 한다.

임시 파크골프장의 겨울 그리고 봄. ⓒ이복남

그러나 세월은 쏜살같이 흘러서 그 추웠던 겨울도 지나고 어느새 봄이 왔다. 파크골프장에도 새싹이 돋기 시작했다.

삼락공원 파크골프장의 휴장은 4월 21일까지였다.

장애인파크골프협회도 몇 개의 클럽이 모인 연합협회다. 부산파크골프협회도 마찬가지다. 그 가운데 부산진클럽이 4월 21일 정기월례회를 했다. 장애인 회원들도 각 지역클럽 등 다른 클럽에서도 활동을 한다.

21일 오후, 임시구장 마지막 날이다. 22일부터는 정식 파크골프장에서 공을 칠 수가 있을 테니까.

서산으로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을 무렵 몇몇 사람들이 포대를 들고 파크골프장을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누군데 공은 안 치고 무슨 일일까. 아하, 부산진 사람들이구나! 그들은 파크골프장을 돌아다니면서 쓰레기를 줍고 있었다.

부산진클럽(회장 강진규)에서는 월례회를 하면서 “오늘이 임시구장 마지막 날이니 전 회원들이 파크골프장 쓰레기를 치우자”고 결의를 했단다.

필자도 미처 생각지 못한 일인데,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서 쓰레기를 주워서 임시 파크골프장을 깨끗이 하자고 했다니, 정말 잘한 일이라 진심으로 박수를 보낸다.

임시 파크골프장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데이트하는 연인들이나 개를 데리고 나와서 산책을 하거나 또는 어린아이와 함께 연을 날리거나 하는 사람들이 가끔 오기도 했지만 대부분이 파크골프 회원들이다.

오래전부터 전 국토가 쓰레기로 몸살을 앓는다고는 하지만, 파크골프는 장애인에게는 재활이자 신성한 스포츠다. 모든 스포츠가 다 그렇겠지만 더구나 파크골프는 에티켓을 중요시하는 스포츠다.

그런데도 그 신성한 스포츠를 하는 사람들이 자기가 가져온 음식물에서 알맹이만 골라먹고 껍데기 즉 쓰레기는 아무데나 버리다니 그들이 과연 파크골프를 할 자격이 있는가 말이다.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양심. ⓒ이복남

얼마 전에도 파크골프를 하는 사람들이 쓰레기를 화장실 아래에 갖다 버렸다. 옆에는 쓰레기 무단 투기 시에는 CC-TV 영상을 확인하여 고발 조치한다는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 그런데도 그 밑에다 쓰레기를 갖다 버리는 사람들이란 도대체가 양심이란 것이 있기나 한 것일까.

가끔 공공장소에 쓰레기를 버리지 말자는 뜻으로 “양심을 버리십니까?”라는 팻말을 볼 수가 있다. 어떤 곳에는 누군가가 장난기가 발동했는지, “양심은 안 버리고 쓰레기만 버리는데요.”라는 문구를 써 놓기도 했다.

양심(良心)이란 사물의 가치를 변별하고 자기의 행위에 대하여 옳고 그름과 선과 악의 판단을 내리는 도덕적 의식이라 할 수 있다. 우리사회에 만연된 ‘도덕불감증’은 양심의 실종인 셈이다.

「장애인복지법」에서 "장애인"이란 신체적·정신적 장애로 오랫동안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는 자를 말한다. 그렇다면 이에 맞선말로 장애인이 아닌 사람은 뭐라고 하는가. 예전에는 정상인 또 일반이라고 했지만 언제부터인가 비장애인이라고 한다.

양심이 실종되고 없다는 것은 무양심인데 그런데 무양심이라고 하지 않고 양심불량이라는 뜻으로 비양심이라고 한다. 양심이 없다면 수치심도 느낄 수 없다.

부산진클럽. ⓒ이복남

양심이 없다는 것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양심의 가책을 못 느끼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모른다면 숨기고 싶은 것이다. 그야말로 아무도 모르게 몰래 갖다 버리는 것이다. 그러나 세상에 비밀은 없다.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내가 알고, 네가 안다. (天知, 地知, 我知, 子知)

파크골프장에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것에 대해서 철학적인 양심까지 들먹일 것까지야 없겠지만 적어도 파크골프를 하는 사람이라면 제발 양심을 저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무튼 그 추운 겨울 동안 여러 사람의 노력 덕분에 임시구장에서 공을 잘 칠 수 있게 되었으므로 다시 한 번 감사한다.

부산진클럽에서는 임시 파크골프장 쓰레기를 깨끗이 다 줍고 나서 마지막으로 내년 겨울에도 임시구장에서 공을 잘 칠 수 있도록 김정포 회장과 김성호 회장 그리고 낙동강관리본부에 감사기도를 했다고 한다.

파크골프는 공원 개념에 골프의 게임요소를 합쳐 재편성한 레저스포츠이다. 특히 장애인에게는 재활운동이자 문화운동이기도 하다. 장애인 뿐 아니라 비장애인도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고 있다.

파크골프장은 배리어프리(barrier free)를 넘어 유니버설디자인(universal design)으로 조성되어 장애인이나 고령자나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레저스포츠다. 따라서 국민건강을 위해서 파크골프는 더 많이 활성화되어야 할 것이고, 그에 비례해서 파크골프장도 더 많이 조성되어야 할 것이다.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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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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